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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 크게보기

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

저자

마이크 멀레인

옮김

김은영

발행일

2008-03-25

면수

신국판

ISBN

576쪽

가격

978-89-7474-428-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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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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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 정교한 기술과 생생한 모험 정신의 만남

인류의 공학적 성과를 집대성해서 만든 우주선과 보조 동력장치, 그리고 우주비행사들이 입는 압력복과 냉각복, 몸에 부착하는 소변수집장치 등 모든 장비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과학기술이 필수적이다. 우주비행에서는 사소한 오차 하나가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장비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기술진들은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도록 수없이 고민하고 실험을 거듭하는 등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우주 공학은 인류가 축적한 최고의 과학 수준을 반영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주비행을 하는 데 이런 기술적인 측면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수천 대 일의 경쟁을 뚫고 후보가 된 뒤에도 수없이 되풀이되는 혹독한 훈련 과정을 견뎌낼 만큼 뜨거운 열정을 지닌, 조종사와 기술진을 포함한 우주비행사가 있어야 한다. 또 우주비행사로 선발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우주선을 타는 것은 아니다. 우주비행을 위한 엄격한 훈련을 받은 사람 가운데 선택된 몇 명만이 우주선을 탈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주선을 탔다고 모두가 우주비행사로 인정받는 것 또한 아니다. 우주선을 타고 80.45킬로미터 상공까지 비행을 해야만 ‘진정한 우주인’임이 인정되며, 그때서야 비로소 ‘골드핀’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우주비행사로 선발되고 나서도 수없이 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런 만큼 우주비행사들 사이에는 끊이지 않는 경쟁과 자기 극복 과정이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될 뻔했던 고산이 탈락의 고배를 든 이유도 이런 자기 극복 과정에서 무언가 실책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우주비행사들의 세계를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그리고 섬세하면서 유머러스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본산이라고 할 NASA의 우주비행사로 선발되어, 수없는 훈련 과정을 거친 뒤 우주선을 타고 우주까지 날아갔다 되돌아온 우주인은 그리 많지 않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인 마이크 멀레인의 가장 돋보이는 미덕은 그가 진정한 우주비행사라는 것에 대해, 또는 우주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에 대해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묘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때로는 NASA 지휘부나 미국의 과학 기술자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어쨌든 우주비행이란 현재 인류가 꿈꾸는 가장 환상적이며 가장 놀라운 모험이다. 우주여행은 진보된 과학기술과 인간의 모험 정신이 극적으로 만나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우주와 우주인에 대한 궁금증에 목말라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는 최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주비행과 우주비행사들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마치 우리 눈앞에 실제로 펼쳐지듯 묘사하는 마이크 멀레인의 멋진 글 솜씨 덕분에, 그동안 막연하기만 했던 우주비행에 대한 궁금증을 얼마쯤은 풀리기도 한다. 여기에 또 하나, 다른 우주비행사들과 얽히고설킨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게 만든다. 그의 끊이지 않는 유머 감각과 호기는 우리가 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커다란 매력이다.



우주비행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주비행사는 철저한 신체검사는 물론,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까지 포함된 복잡하고 깐깐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그런 뒤에도 실제 우주비행 임무에 투입되려면 혹독한 훈련을 견뎌야 한다. 한번 시작하면 56시간 동안 계속되는 시뮬레이션 훈련, 우주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한 우주유영 훈련,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로봇팔 조작 훈련 등 우주 공간에서 겪을 험난한 일에 대비하는 훈련들을 반복함으로써 강인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훈련 과정을 마친다고 끝이 아니다. 언론의 지나친 관심, 유명세를 노리고 달려드는 수많은 유혹, 세간에 어지럽게 퍼지는 소문들, 우주비행사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경쟁…, 이 모든 것을 극복해야 우주비행 임무를 부여받는다. 특히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공포다. 아폴로 13호나 챌린저호의 폭발 사고 같은 일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들은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우주선에 오른다. 우주선 발사대에 서는 순간조차 발사통제센터 옥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그만두어야 할지 어쩔지를 수없이 갈등한다. 그러나 우주선이 발사되기 직전, 신이 눈앞에 나타나 살아 돌아오지 못할 확률이 90퍼센트이니 지금이라도 그만둘 기회를 주겠노라고 말한다면, 이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생존 확률이 100분의 1이라 하더라도 기꺼이 모험을 하겠노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주비행사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이들을 움직이는 힘은 조국에 대한 헌신과 인류의 발전이라는 고상한 이념이 아니다. 등반 사고로 죽은 동료의 꽁꽁 얼어붙은 시신을 밟고 정상을 향해 묵묵히 올라가는 등반가들처럼, 우주비행사들도 우주비행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첫 임무에서 죽는 쪽을 택하겠다는 각오로 비행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들은 죽음보다 훨씬 더 큰 공포, 즉 정상에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이기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그런 도전 정신이 없다면 우주비행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우주비행을 포기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들의 운명적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에피소드는 이들이 왜 이런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는지, 그들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갈등이 무엇인지를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 NASA의 빛과 그늘

우주비행사들의 심리적 갈등을 감싸 안으며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 곳이 NASA다. 그런데 실제 NASA는 뛰어난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우주비행을 위한 정교한 훈련을 수행하는 곳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지키는 데 급급한 관료조직일 뿐이라는 것이 마이크 멀레인의 지적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면서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기도 한 NASA가 실제로는 우주비행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비정한 조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멀레인은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NASA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감추어진 간부들의 독선적인 행동과 비행 임무 배정에 대한 편파적인 판단, 그리고 제한된 예산을 핑계로 더 많은 왕복선을 발사시키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혹사시키는 불합리한 시스템, 공군이나 해군 출신 우주비행사에 대한 차별 등 NASA는 그 명성과 달리 뿌리 깊은 관료주의를 그대로 지닌 조직이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인 등을 파트타임 우주비행사로 내세워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그들의 상황에 맞게 비행 계획까지 수정해 열심히 훈련해 온 우주비행사들의 사기를 꺾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이러한 NASA의 관료주의는 마침내 불행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엔지니어들이 심각한 기술적 결함을 지적했는데도 NASA 간부들이 비행을 강행하는 바람에 챌린저호의 참사가 일어난 것이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NASA는 천재적인 재능을 자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이들을 일사분란하게 묶어 안전한 우주비행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효율적인 리더십은 없었던 것이다. 마이크 멀레인은 이러한 리더십 부재를 가혹하리만큼 정확하게 비판하면서, NASA의 빛과 그늘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이런 지적은 우주비행사들이 쓴 다른 책에는 나오지 않은 내용이기도 하다.

우주만이 아니라 인생을 통찰하는 글 솜씨

이 책을 쓴 마이크 멀레인의 글 솜씨는 공군 출신 우주비행사의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칠맛이 있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재치 넘치는 묘사와 때맞추어 터져 나오는 유머, 우주 공간을 눈앞에 펼치듯 그려내는 풍부한 표현력, 그리고 우주비행사 역시 화려함보다는 따뜻한 가족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회상과 사색 등은 이 책 《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을 다른 체험 수기들과는 분명하게 구별시켜,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로 이끈다.
영화 〈옥토버 스카이〉의 원작 《Rocket Boys》의 저자인 호머 히컴은 마이크 멀레인의 글에 대해 이렇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NASA가 우주를 제대로 묘사하고 싶었다면, 시인을 뽑아서 우주에 보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마이크 멀레인이야말로 우주에 가보지 못한 우리들을 위해 이렇게 멋진 책을 쓴 시인 우주비행사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저 우주의 경이를 보고, 듣고, 느끼고, 심지어 맛까지 볼 수 있다.”
500쪽이 훌쩍 넘는 분량이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독자들이 책을 놓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때로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장난기로 가득한 저자의 생활 모습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삭막하기만 할 것 같은 우주비행사들의 일상생활 역시 저자의 유머스럽고 감성적인 글쓰기 덕분에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 하나 이 책의 커다란 미덕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지리하고 답답할 듯한 우주비행사들의 훈련 과정까지도 독자 스스로가 경험한 듯 생생하게 그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