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국사 중심의 ‘외눈박이 역사’에서 벗어나균형 잡힌 역사를 배우자는 문제의식에서 탄생!
기원전 2333년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할 때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서양에서는 14세기에 르네상스가 일어나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는데, 그때 우리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 같은 의문들은 우리의 역사만 들여다봐서는 풀리지 않는다. 당시 당사국들의 상황과 그 상황을 초래한 역사적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의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국사만을 가르치는 역사는 외눈박이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글로벌 한국사』는 자국사 중심의 편협한 역사 또는 서양사 중심의 세계사를 양념처럼 곁들인 기존의 역사서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글로벌 한국사』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세계사의 보편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 역사는 어떤 모습으로 그 보편사의 대열과 함께 호흡하고 이어져 왔는가에 무게 중심을 둔 책이다. 그렇다고 세계사의 보편적 흐름만이 우리 역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눈으로, 그리고 우리 역사를 주체로 세계사와의 연관을 다루고 있다. 이 점이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자 키포인트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글로벌 한국사』는 세계사의 흐름이라는 보편성과 우리 역사의 주체적 발전이라는 개별성이 가장 적절하게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신개념 통사로 향후 우리 역사 기술의 전범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확신한다.
? 2년간의 기획과 각 분야 전문가의 3년간의 집필!
2012년 9월, 글로벌 한국사 시리즈 총 5권 완간!
『글로벌 한국사』 시리즈의 기획은 『한국 생활사 박물관』,『세계사 신문』등 대형 역사 기획의 관록을 쌓아 온 출판기획 모임 문사철(文史哲, 대표 강응천)과 시대별 역사 전문가들이 참여해 5년간의 대장정으로 이루어졌다. 총 5권으로 이루어진 『글로벌 한국사』는 제1권 ‘문명의 성장과 한국 고대사’, 제2권 ‘분열과 융합의 세계와 한국 중세사’, 제3권 ‘대항해 시대와 한국 근세사’를 2011년에, 제4권 ‘제국주의의 발호와 한국 근대사’를 2012년 4월에 출간했다.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현대사를 다룬 5권 ‘글로벌 시대와 한국 현대사’를 출간하며 완간되었다.
『글로벌 한국사』는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기획물이다. 오늘날 한국인은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으며 세계와의 연관을 고려하지 않는 한국 사회만의 독자적 행보란 불가능하다. 이런 시대에 살면서 한국사의 독자성만 강조하거나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회상하는 역사 기술은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문화는 상호 교류와 상호 접목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시대정신에 바탕을 두고 우리 역사가 세계사의 보편성과 어떤 연관을 갖고 그 독자성을 확보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향후 한국 사회의 미래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한국사』는 역사의 주체는 민중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며 80년대 역사 서술의 전범을 만들었던 『한국 민중사』의 전통을 새롭게 이으려는 통사로서 기획된 것이다. 물론 민주화 운동과 맞물려 기술되었던 『한국 민중사』는 군사 독재 시대라는 엄혹한 현실에 대한 저항의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 사회의 민주화는 눈에 띠게 진전되었고 한국 사회의 내적 역량 또한 8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적되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한국사 기술 역시 새로운 관점과 입장을 정리할 시점에 온 것이다. 따라서 『한국 민중사』를 비롯해, 수많은 역사책의 산실이었던 도서출판 풀빛은 『글로벌 한국사』를 통해 ‘글로벌 시대의 한국 통사’를 내놓아 다문화와 상호 이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 새로운 역사 교과 과정에 맞춘 살아 있는 역사책!
역사 지식은 끊임없이 새롭게 발굴되고 재해석된다. 과거에 우리가 세계 4대 문명이라고 불렀던 것은 이제 그저 고대 문명이라고 불릴 뿐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 황허 문명 외에 홍산 문화, 샤쟈덴 하층 문화, 허난 룽산 문화, 쓰촨 싼싱두이 문화 등 새로운 고대 문명들이 발굴,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샤쟈덴 하층 문화는 고조선의 영역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역사는 끊임없이 새롭게 연구, 재해석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좀 더 객관적인 그리고 현실에서 살아 있는 역사책을 찾는다. 이러한 생각에서 『글로벌 한국사』의 집필진은 같은 내용을 담더라도 새로운 역사서를 지향한다는 자세로 최근의 연구 결과를 담아 원고를 집필했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과서 개정(2012년 검정, 2013년부터 적용) 현황을 파악해 그와 발맞추어 집필함으로써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혼동되지 않고 수업 내용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새 역사 교과서는 그 집필 방향을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를 연관시켜 체계적이고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우리나라와 세계를 서로 고립된 별개의 주체로 파악하는 시각을 지양하며, 평면적이고 단선적인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역사 이해를 촉진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습자로 하여금 인간의 삶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고, 나아가 과거와 현재, 나와 타인의 삶에 대하여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글로벌 한국사』는 이러한 역사 교과서의 취지와 방향에도 부합되는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청소년 교양 역사서로서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 세계사의 보편적인 역사 법칙이 한국사에서도
관철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책!
한국사와 세계사를 함께 서술한다고 하면 자칫 ‘탈민족적’, ‘탈근대적’ 조류에 편승하는 것처럼 오해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한국사』는 민족주의 사관을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역사 속에서 한국과 바깥 세계가 어떠한 대외 관계를 맺어 왔으며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세계사 전체의 보편적인 역사 법칙이 한국사에도 관철되어 왔다는 점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이 책을 들여다보면 동양과 서양의 역사는 약간의 시차를 두긴 했지만 비슷한 궤도를 달려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령 서양에서 로마 제국이 등장할 때 동양에서도 한 제국이 등장했으며 로마 제국이 분열할 때 한 제국도 분열을 겪으며 오호 십육국 시대로 들어섰고, 우리나라 또한 고조선이 멸망하고 여러 나라가 각축을 벌인다.
또 분열되었던 중국 대륙이 수ㆍ당으로 이어져 통일을 이루자, 한반도에서도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룬다. 이때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이슬람 세력이 주변 지역을 통일하고 또 하나의 제국으로 성장한다.
이처럼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통일과 분열이 일어나는 동시성 현상은 기이한 것이 아니라 세계사의 보편적인 역사 법칙이 한국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의 구성(제5권)을 살펴보면 크게 미?소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의 냉전기를 다룬 ‘두 세계의 충돌과 남북한’, 냉전 종식 이후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로 급속하게 재편되는 세계를 다룬 ‘시장의 질주와 남북한’로 부를 나눈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글로벌 한국사』는 한국사의 총체적인 흐름과 세계사의 보편적 흐름을 아울러 보여 주려고 세심한 배려를 했다. 따라서 한국사가 세계사의 흐름 한가운데에서 발전해 가는 생생한 현장과 만나게 된다는 점이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미덕이라 하겠다.
강응천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다양한 교양과 지식을 심어 주는 책을 쓰며 만들고 있다. 특히 우리 역사와 문화를 열린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세계 역사와 문화를 우리 입장에서 보는 눈을 길러 주는 책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만든 책으로는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 『한국사탐험대』 시리즈, 『즐거운 역사체험 어린이 박물관』 들이 있고, 쓴 책으로는 『처음으로 만나는 한국사 세트』, 『역사가 흐르는 강 한강』, 『고전을 펼치고 지구본을 돌려라』, 『큰 그림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들이 있다.
1부 두 세계의 충돌과 남북한
01 두 갈래 길과 한반도 1945~1953 - 전후 처리가 시작되고 미군과 소련군이 들어오다
- 냉전이 시작되고 한반도가 분단되다
- 1945년 8월 15일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
- 중국이 공산화되고 6·25 전쟁이 일어나다
02 제3 세계의 등장과 4·19 혁명 1954~1960
- 아시아ㆍ아프리카 회의가 열렸으나 한국은 초대받지 못하다
- 1960년 이전의 아프리카
- 4·19 혁명으로 한국이 역사의 흐름에 동참하다
03 자본주의 황금시대와 한국의 경제 성장 1961~1972
- 체제 대결이 고조되는 가운데 5·16 반공 군사 정권이 등장하다
- 유례없는 장기 호황 속에 한국이 경제 개발에 나서다
- 다극화 시대가 열리고 남북한이 대화를 시작하다
- 북한은 어떻게 김일성의 나라가 되었나
04 위기의 시대와 유신 독재 1973~1979
-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 10월 유신이 일어나다
- 한국과 중국에서 한 시대가 막을 내리다
‘두 세계의 충돌과 남북한’을 나오며
2부 시장의 질주와 남북한
01 신자유주의의 공세와 신군부 1980~1987
- 미국의 대반격 속에 신군부가 등장하다
- 개혁 개방의 질주 속에 6월 항쟁이 일어나다
02 냉전의 종식과 한국의 민주주의 1988~1997
- 동유럽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보수 대연합이 등장하다
- 세계 무역 기구가 출범하고 외환 위기가 닥치다
03 세계화와 양극화의 시대 1998~2007
- 세계화가 질주하는 가운데 남북한 정상이 만나다
- 9·11 테러의 공포가 한국과 세계를 강타하다
‘시장의 질주와 남북한’을 나오며
닫는 글 _ 글로벌 시대, 미래의 희망을 찾아서
[한겨레] 글로벌 한국사 1~5
전호태 외 지음/풀빛·각 권 1만8000원
우리 역사를 바꾼 것은 늘 이 땅에 산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역사가 그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땀 흘리면서도, 뜻하는 바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도 다 같이 필요하다. 우리는 국사와 세계사를 구별하여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국사는 자랑스러운 우리 조상들만의 이야기로, 세계사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세계사와 자국사를 칼로 무 베듯이 인식하는 것이 가당하기나 한가?
세계사와 한국사 지식을 하나로 엮은 <글로벌 한국사 1~5>는 그래서 새롭다. 이 책은 분명 한국사 책이다. 결국 한국인이 읽고, 그래서 이 기획이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사만큼 세계사 지식을 담았으며, 끊임없이 양자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국사니 세계사니 하는 구분은 무의미하다.
현대사를 다룬 제5권은 특별히 신선하다. 현대사를 일곱 시기로 나누어 한국사와 세계사의 경계를 허물고 이야기를 구성했다. 분단과 전쟁을 냉전과, 경제개발계획 추진을 자본주의 황금시대의 전개와, 민주화 이후 진행된 보수대연합을 동유럽의 변화와 엮어 이야기를 구성하는 식이다. 그리고 묻는다. 신자유주의가 세계적 차원에서 위기를 맞은 때, 우리가 지향할 곳은 어디인가. 다른 네 권의 구성은 약간 다르다. 세계사의 흐름을 먼저 소개하고,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병렬하는 방식이다. 한국사와 세계사가 1945년 이후만큼 직접적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중국-일본사와 관련짓거나 개항과 이후 변화를 동아시아 차원에서 돌아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사의 배경을 이해할 뿐 아니라 다른 지역 역사와 비교·성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 책의 대단한 미덕이다.
역사는 늘 쓰는 자에 의해 새롭게 구성된다. 지은이들이 ‘글로벌’한 한국사를 쓰려던 문제의식이, 세계와 한국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실들 가운데 중요한 내용을 선별하여 이야기하는 데 직접적으로 반영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책은 세계사와 한국사 지식을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데 그치지 않으며, 여기에 나오는 한국사는 ‘국사’와 다르기도 하다. ‘대항해 시대와 한국근세사’란 제목으로 조선시대 역사를 다룬 제3권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한국사의 내용을 세계사적 변화와 비교하기도 하고, ‘대항해 시대’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에 두고 기존 국사와 다른 내용 체계를 모색하기도 한다. 임진왜란을 동아시아 대전쟁으로 명명하고 세계사 영역에서 기술하기도 했다.
나는 학교에서 한국사와 세계사를 함께 가르친다. 그래서 한국인의 시선으로 본 세계사, 세계 속의 한국사, 국사와 세계사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역사를 갈망하였다. 한국사와 세계사 영역을 한 권에 담아 ‘역사’라 이름 지은 교과서가 사용되는 때, 이 책이 역사와 역사교육의 틀을 새롭게 상상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 김육훈/신현고 교사
- 한겨레 2012년 9월 22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