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 만난 국립 박물관》은 십여 년간 신문사에서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는 저자가 3년 넘게 전국 곳곳에 산재한 국립 박물관 열두 곳과 박물관 인근의 관련 유적을 답사해 내놓은 책이다. 국립 박물관 열두 곳을 온 가족이 함께 들러 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설명한 박물관 안내서인 동시에, 박물관의 유물과 인근 유적에서 찾아낸 우리 문화와 역사의 숨결을 그대로 지면에 되살려 낸 ‘우리 역사 다시 알기 책’이기도 하다.
▣ 초등학생과 학부모만 가는 박물관?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일반적인 사람들은 박물관을 그저 “고리타분한 유물 창고”로 여기곤 한다. 그리고 관람객 대부분은 현장 체험 학습을 위해 찾아온 초등학생과 이들을 이끌고 온 교사와 학부모들이다. 여러 국립 박물관이 다양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체험 학습 프로그램과 어린이 박물관과 같은 친숙한 공간을 만들어 좀 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연대표의 숫자를 어려워하듯이 박물관 역시 어렵고 딱딱하게 여긴다.
여행을 떠나면 들르는 모든 곳에는 무수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수려한 풍경과 맛있는 음식은 분명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길 가다 우연히 마주치는 옛 사람들의 흔적에는 저마다 깊은 역사가 담겨 있고, 아련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보면서 우리 역사를 알아가고 이 땅에 살던 옛 사람들의 숨결을 찾아 느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좋은 치유제가 될 것이다. 근대화와 산업화가 이행되면서 많은 문화유산이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 땅에는 아직도 일생 동안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문화유산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문화유산을 잠시 짬을 내 찾아본다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사랑은 더 깊어질 것이다.
사실 박물관만큼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국립 박물관은 서울, 대구, 춘천, 청주, 전주, 광주, 제주처럼 전국의 주요 도시에 자리하고 있거나 경주, 김해, 진주, 공주나 부여와 같은 역사의 고도에 자리해, 방학 기간이나 1박 2일 주말 여행 중에 얼마든지 가볍게 들러볼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저자가 안내하는, 박물관 주변의 유적을 돌아보며 역사의 의미를 좀 더 확장해 되새겨 볼 수 있다.
▣ 저마다 다른 국립 박물관의 열두 가지 색깔
박물관을 다룬 책 대부분은 국립 중앙 박물관과 같은 특정 박물관 한 곳에 집중해 그 박물관에 소장하고 전시하는 유물을 소개한다. 반면 이 책은 전국 각지에 있는 국립 박물관 열두 곳에 담긴 열두 가지 색깔을 하나하나 조명해 가며 박물관을 소개하고 유물에 대해 설명한다.
지역에 있는 전국의 국립 박물관들은 규모는 작고 얼추 비슷해 보여도 각기 고유의 색깔이 부여되어 있다. 신라와 백제의 옛 수도에 들어선 국립 경주 박물관, 국립 공주 박물관, 국립 부여 박물관은 각기 신라와 백제의 고대 유물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다룬다. 국립 김해 박물관은 가야의 철기 문화를 다루며, 국립 청주 박물관은 한반도의 중원에서 벌어진 삼국의 각축전의 흔적 그리고 고려 시대에 불교가 꽃피운 성과를 전시한다.
한편 진주성 안에 들어선 국립 진주 박물관은 임진왜란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며, 패션 도시 대구에 자리한 국립 대구 박물관은 영남 지역의 고고 유물뿐 아니라 복식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국립 제주 박물관은 화산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이 반영된 유물과 바다를 매개로 이뤄진 교류와 이동의 산물을 전시 중이다. 국립 춘천 박물관은 선사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강원도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고 있으며, 예향의 고장 전라도에 자리한 국립 전주 박물관과 국립 광주 박물관에는 고대 유물과 더불어 다른 박물관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도자기 및 회화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전국의 국립 박물관을 총괄하는 국립 중앙 박물관은 고고, 역사, 미술 등 전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 박물관으로 책 한 권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방대한 유물과 문화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이 책에서는 대표 유물을 중심으로 각 전시실을 간략히 소개했다.
▣ 박물관을 나와 인근의 유적을 둘러보자!
박물관 안에 소장?전시된 유물은 그 박물관이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역사의 순간 또는 역사의 숨겨진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나타내 보인다. 하지만 여건상 유물이 발견된 바로 그 자리가 아닌 곳에 자리하는 바람에 역사적 맥락이나 장소성 등을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실제 유물이 나온 출토지나 인근에 있는 관련 유적 등을 두루 돌아보면서 역사의 현장을 유물에 그치지 않고 문화유산 전반에서 역사적 맥락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가령 국립 진주 박물관에서 비격진천뢰와 같은 유물이나 임진왜란을 다룬 영상물을 보고서, 박물관이 자리한 진주성을 한 바퀴 둘러보며 촉석루에서 논개의 의로운 죽음을 떠올려 보고 성곽 밖을 내다보며 진주성의 격렬한 싸움을 상상해 본다면, 그때 역사는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린 옛 일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우리들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일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E. H. 카가 이야기했듯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아니었던가. 이렇듯 박물관에 머물지 않고 인근의 유적을 함께 둘러본다면 우리는 살아 있는 역사를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윤민용서강대학교 영문영문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에 경향신문에 입사했다. 섹션신문 매거진X부, 문화부 등에서 오래 일했고, 국제부와 인물팀 등을 거쳤다. 책상 앞에 앉아 있기보다 나돌아 다니는 일을 더 좋아해 12년 기자 생활의 대부분을 문화 예술 현장에서 보냈다. 지금은 더 넓고 깊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려고 공부 중이다.
travelmuseum@gmail.com
추천사
머리말
01 신라의 두 얼굴을 찾아서
? 국립 경주 박물관과 경주 일대 신라 유적
02 잃어버린 철의 왕국, 가야를 찾아서
? 국립 김해 박물관과 김해·부산 일대의 가야 유적
03 꼬장꼬장한 유교 정신과 불심이 공존하는 땅
? 국립 대구 박물관과 대구의 근대 문화유산
04 임진왜란은 어떻게 조선을 바꿔놓았나?
? 국립 진주 박물관과 진주성
05 1500년 전 백제를 깨우다
? 국립 공주 박물관과 웅진 백제 유적
06 사비에서 백제 중흥의 길을 닦다
? 국립 부여 박물관과 사비 백제 유적
07 치열한 삼국의 패권 다툼의 현장, 중원을 찾아서
? 국립 청주 박물관과 청주 일대 유적
08 선사 시대와 불교의 땅
? 국립 춘천 박물관과 춘천 일대 유적
09 조선 왕조를 세운 큰 뜻은?
? 국립 전주 박물관과 전주 일대 백제와 조선 유적
10 광주 보물선에 실린 도자기와 호남의 풍류를 찾아서
? 국립 광주 박물관과 조선 선비 문화 유적
11 뭍과는 다른 삶, 제주도
? 국립 제주 박물관과 제주도 섬 유적
12 새로운 역사적 상상력을 위해
? 국립 중앙 박물관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H 카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에서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고 있는 박물관은 살아있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행길에 만난 국립박물관>과 <큐레이터 송한나의 뮤지엄 스토리>는 박물관을 소개한 책이다. 박물관이라는 주제는 동일하나 속을 들여다보면 성격은 사뭇 다르다. 전자가 각 지역 국립박물관을 중심으로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한 저자의 유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 해설서라면 후자는 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는 저자가 주제별로 선정한 박물관에 얽힌 사연과 박물관에서 만난 사람들, 박물관에서의 감상을 중심으로 쓴 수필이라고 할까. <여행길에 만난 국립박물관>에 소개된 전국 12개 도시에 소재한 국립박물관은 저마다의 특색을 띠고 있다. 국립 경주박물관의 화려한 금관과 금장식에서 찬란했던 신라 문화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국립 공주박물관에서 만나는 무령왕릉 출토 관 장식과 장신구에서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로 요약되는 백제 문화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 김해박물관의 철제 유물에서 강력한 철기문명을 보유하고 있었던 가야를 발견하고 국립 제주박물관의 신석기 토기에서 한반도보다 앞서 신석기 문명을 받아들인 제주의 해양문화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은 엄선된 유물을 통해 관람객에게 일목요연하게 한국사를 제시하지만, 유물이 출토된 역사적 맥락, 장소성이 제거된 공간이다. 그 때문에 실제 유물이 나온 유적지, 지역의 역사성을 보여 주는 문화유산을 함께 돌아보고 나면 유물이 갖는 의미는 물론이요, 시대의 문화사에 대한 깊이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말마따나 저자는 박물관과 유물뿐 아니라 도시 주변 유적을 빠뜨리지 않는다. 각 장의 말미에 앞서 설명된 유물과 연관된 유적지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역사적 맥락을 유물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유산 전반에서 찾을 것을 권한다.
- 경향신문
파리에 가면 루브르, 런던에 가면 내셔널갤러리, 뉴욕에 가면 메트로폴리탄과 모마(MoMA)에 들러야 하는 것처럼 박물관과 미술관은 여행의 필수코스다. 반만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에는 국공립과 사립을 모두 합쳐 1,000개에 육박하는 박물관이 있다. 그 중 으뜸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이며 전국 각지에 11개의 지방 국립박물관이 각 지역의 명물로 꼽힌다.
일간지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지난 3년간 전국 12개의 국립박물관을 꼼꼼하게 답사한 다음 박물관 안내서인 동시에 박물관과 인근 유적에서 찾아낸 \'우리 역사 다시 알기\'테마를 연결해 이 책을 썼다. 방대한 유물과 문화적 자산을 보유한 국립중앙박물관에 비해 지방의 국립박물관들은 규모가 작으나 각자의 고유색을 갖고 있다. 신라의 옛 수도에 자리잡은 국립 경주박물관과 백제의 옛 수도에 위치한 국립 공주박물관, 부여박물관은 각기 신라와 백제의 고대 유물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다룬다. 김해박물관은 가야의 철기 문화를 중심으로 특화했으며, 청주박물관은 한반도의 중원에서 벌어진 삼국 각축전의 흔적을 비롯해 고려 시대의 불교가 꽃피운 찬란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대구에 자리한 대구박물관은 영남 지역의 유물 뿐 아니라 패션도시임을 반영해 복식사에 초점을 맞췄고, 진주성 안에 들어선 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을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춘천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강원도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으며, 제주박물관은 화산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이 반영된 유물과 바닷길 교류의 산물을 전시 중이다. 또한 예향 전주박물관과 광주박물관은 고대 유물과 더불어 다른 박물관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도자기와 회화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추석에 고향을 방문하면서 인근 국립박물관으로 가족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매우 유익한 책이다.
- 서울경제
보통은 박물관 하면 \'고리타분한 유물 창고\' 쯤으로 치부할 때가 많다. 30, 40대 중 상당수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지로 찾아간 박물관에서 쫓기듯 줄을 따라 이동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안내자도 없이 어두컴컴한 공간에 있던 인상이 그닥 유쾌하진 않았을 법하다. 요즘도 체험학습장이나 방학 숙제를 해야 하는 장소 중 하나로 여겨지면서 박물관은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로만 북적댄다. 어떻게 하면 어렵고 딱딱한 박물관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까.
신간 여행길에 만난 국립박물관은 이같은 고민에서 출간됐다. 책에 소개한 박물관들은 실제 저자들이 보고 느끼고 걸었던 곳들 중심으로 편안하고 흥미롭게 소개하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일하던 저자가 3년 넘게 전국 곳곳에 산재한 국립박물관 12곳과 인근의 관련 유적을 답사해 내놓은 책이다. 박물관 유물은 비슷비슷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자 제각각 색깔을 담아 조명했다.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공주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은 각기 신라와 백제의 고대 유물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다룬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의 철기 문화를,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등의 특색이 있다. 박물관과 유물에 머물지 않고 인근의 유적도 함께 둘러보도록 안내하면서 저자는 살아있는 역사를 온 몸으로 체험할 것을 제안한다.
- 국제신문
이 책은 십여년간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는 저자가 3년 넘게 전국 곳곳에 산재한 국립 박물관 열두 곳과 박물관 인근의 관련 유적을 답사해 내놓은 책이다. 국립 박물관 열두 곳을 온 가족이 함께 들러 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설명한 박물관 안내서인 동시에 박물관의 유물과 인근 유적에서 찾아낸 우리 문화와 역사의 숨결을 그대로 지면에 되살려 낸 \'우리 역사 다시 알기 책\'이기도 하다.
- 내일신문
고려 말 화약 제조법이 발견된 후 조선의 무기류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전시 중인 중완구와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는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과 더불어 조선군이 사용한 대표적인 무기다. 원래 완구는 돌로 만든 폭탄인 석환을 발사하는 화포로,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박격포라 할 수 있다. 입구가 밥 그릇 모양으로 생겨서 사발 완(碗)자를 써서 완구라 불렀다. 완구의 구조는 단순하다. 발사물을 놓는 완과 반대편에 화약을 놓는 약통 그리고 완과 약통의 중간인 격목통으로 구성된다. 비격진천뢰는 일종의 시한폭탄으로 1리(약 400미터)를 날아간 뒤에 폭발하는 소리가 마치 천둥치는 소리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름이 21센티미터, 무게가 22.6킬로그램이다. 비격진천뢰는 가공할 만한 폭발력을 지닌 인명살상용 무기였다. 조선의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비격진천뢰는 화약선을 몇 차례 감느냐에 따라 폭파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혁신적인 무기였다. 실제 전투에서도 비격진천뢰의 위력은 상당했다. 임진왜란 당시 경상도 안동 일대에서 의병대장으로 활동했던 김해(金海)도<향병일기>와 유성룡의 평이다. “외적을 토벌하는 방책으로 진천뢰를 능가하는 것은 없다.”“비격진천뢰의 위력이 수천 명의군대보다 낫다.”
- 북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