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은 어떻게 등장해서 이토록 놀라운 세상을 만들었을까?
물질의 탄생부터 원자, 분자, 우주의 질서까지 - 한 편의 소설처럼 읽는 기초 화학 교양서
초등과 중등 사이 10대를 위한 과학 교양 시리즈 <과학 쫌 아는 십대> 시리즈로 《물질 쫌 아는 10대: 물질 씨, 어떻게 세상을 이루었나요?》가 출간되었다.《물질 쫌 아는 10대》는 물질의 원자와 분자 단위에서부터 상태 변화, 반응과 이동, 규칙성과 무질서까지, 마치 한 편의 이야기가 흘러가듯 서술한 기초 화학 교양물이다. 화학 교과에서 가장 돌파하기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가 기본 개념을 충분히 숙지하는 것임을 고려하여, 중학교 화학 교과에 등장하는 개념과 원리 중에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일상생활에서 늘 가까이 하는 물질을 아주 가까이에서 세밀하게 살펴본 뒤, 멀리서 조망하여 우주의 규칙을 발견하는 시점 변화 또한 독특하다.
시작으로 물질이라는 것이 없던, 상상할 수도 없는 암흑 속에서 어떻게 최초의 물질이 생겼는지 빅뱅 이론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물질의 근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몰두한 고대 철학자부터 현대 과학자들이 실험과 검증을 거쳐 축적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물질의 작은 단위, 즉 원자, 원소, 분자에 대해 알아본다. 이 과정에서 화학이 문화?사회?정치?경제와 어떻게 얽혀 들어가는지 이야기한 부분에 다다르면, 세상이 여러 톱니가 맞물려 움직이고 진전하였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다음으로는 물질이 서로 결합하고 떨어지고 반응하고 변화하여 형태를 갖추게 된 과정을 일상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에 빗대어 설명한다. 이를 이해하고 나면 상전이나 끓는점, 어는점 등 물질의 상태 변화를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어서 물질의 상태를 측정하는 기준인 온도, 압력, 농도 개념 및 열의 이동 등을 알아보고 이를 이용해 물질 형태를 조절하여 생활에 이용할 수 있음을 배운다. 다음은 멀리서 조망할 차례다. 기체 반응의 법칙, 아보가드로의 법칙 등 물질의 기본적인 질서를 배우고 나면, 복잡할 것만 같은 화학 반응이 실은 간단한 규칙에 따라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물질이 무질서, 즉 자유롭게 움직이는 편을 선호한다는 무질서도에 이르면 물질의 신비함에 경외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역동적인 여정을 마치고 나면 무작정 용어를 외우고 원리를 깨치려 애쓰지 않고도, 이미 우리가 화학의 세계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외우는 대신 자연스럽게 깨치는 물질의 기본 개념
등장인물의 이름을 모르는 채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용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서는 화학이라는 분야의 도입조차 읽어 낼 수 없다. 《물질 쫌 아는 10대》는 용어와 기본 개념이라는 장벽을 넘는 데 목적을 두고, 화학이 일궈 낸 와글와글한 세상을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다. ‘원자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이다’라고 외우는 대신 어째서 원자에는 원자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어떻게 원자를 발견했는지를 이해한다면, 후에 용어는 잊는다 하더라도 언제든 쉽게 다시 불러낼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물질이란 어디에서 왔을까?” 고대 철학자들이 아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했음직한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 핵융합과 핵분열이 무시로 이루어지며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엄청난 에너지가 퍼져 나가서 질량으로 바뀌어 작고 가벼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우주 발생 초기의 이야기가 극적으로 펼쳐진다. 이때 수소가 등장하고, 수소를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다양하게 조합되어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물질이 된 것이다. 우주 전체의 역사를 놓고 본다면, 아주 찰나에, 아주 낮은 확률을 뚫고 일어난 우주의 대사건이다.
빅뱅 이후 초기 우주는 폭발로 인해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온도가 매우 높았어. 그래서 1억 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가능한 핵융합 반응이 쉽게 일어났지. 온도가 어느 정도 내려가 기 전까지 핵융합 반응은 계속 일어났어. 이 과정을 거치며 수소, 헬륨, 리튬을 비롯해 수많은 원소가 탄생하고, 가장 안정적인 원소라 불리는 철까지 만들어진 거야. 철보다도 무거운 원 소들은 어떻게 생겼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우주에 존재하는 아주 크고 뜨거운 항성인 초신성(supernova)에서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해. 또는 밀도가 굉장히 높은 중성자 별들의 충돌로 만들어졌다고도 해. 이런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우리 주위에 있는 크고 작은 수많은 원소들이 탄생한 거야. _28쪽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여기에서는 물질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 본다. 그 끝에서 원자라는 물질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를 만난다. 원소와 원자의 발견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물질의 근본을 궁금해했던 동서양의 학자들, 우리에게 익숙한 통치자, 근대의 과학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름도, 업적도 남기지 못했으나 과학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연금술사도 등장한다. 이들의 고민은 때로는 숭고하고, 때로는 아집으로 뭉쳐 있으며, 때로는 욕망이 지나쳐 스스로를 망치기도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바탕으로 과학은 사회?경제?문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발전하여, 물질의 진실에 성큼 다가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인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화학 반응을 이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물질의 상태가 어떤 조건에서 변화하는지, 화학 반응은 어떻게 일어나며 어떤 규칙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새로운 물질’을 만들기 위해 물질을 조작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원리들이 등장한다. 온도, 압력, 농도라는 조건에서 물질이 어떻게 상태를 바꾸는지를 아는 것은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다. 다음으로는 인류가 화학을 바탕으로 신 물질을 발견하여 어떻게 풍요로운 삶을 일구었는지를 다룬다. 외부 요인을 조절함으로써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림을 알려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한 발짝 물러서서 멀리 보면서, 이렇듯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세상에 어떤 규칙성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로써 우리는 물질이 생각보다 간단한 규칙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자유로움을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이런 결론에 이른다. 나, 세상, 우주라는 존재는 오차 없는 원칙에 의해 움직이는데, 그 근원은 무질서, 즉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이었다는 것이다!
어째서 물질을 이해해야 할까?
왜 ‘물질’을 이해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물질은 “우리가 느끼고 만지고 사용하는 물건부터 딛고 서 있는 땅, 높은 하늘 위 구름과 별들까지 온갖 것들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즉 물질을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는 뜻이다. 나아가 물질을 이해하면 세상에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림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의 우리가 바로 물질의 한계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능성도 우리, 특히 젊은 세대가 품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미래를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길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기능이 향상된 신 물질 발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인류는 물질의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물질의 화학 반응 속도를 조절하거나 억제하기도 하고, 원소의 배열을 바꾸어 다양한 방면에서 이용해 왔다. 예를 들어 물이라는 안정적인 물질은 H₂O라는 원자식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서 수소 원자 하나를 떼면 수산화 이온(OH-), 일명 양잿물이 되고 수소를 하나 더하면 히드로늄이온(H₃O+)이라는, 반응성이 매우 높은 위험한 물질이 된다. 현재는 탄소라는 단일한 원소에서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들거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유용하게 이용하며, 우주 정거장과 우주 정거장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제작 프로젝트 역시 신 물질이라는 가능성에 기대고 있다. 이후의 더 놀라운 세상을 맞이할 가능성은 전적으로 이 책을 읽는 청소년 독자에게 달려 있다.
화학은 기본 개념이라는 장벽을 넘고 나면 이렇듯 상상과 실현의 장이 펼쳐지는 흥미로운 분야다. 《물질 쫌 아는 10대》는 물질에 대한 기초를 다지는 교양서로서 화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징검다리로 삼을 만하다.
과학 교육이 놓치고 있던 빠진 고리, ‘왜’를 채우다
《물질 쫌 아는 10대》는 독자에게 화학의 기초가 없다는 전제로, 중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되는 화학 원리 및 개념을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교과서에서 화학 반응식을 설명할 때는 ‘정해진 약속’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화학 반응식을 다루는 장에서는 등호 양쪽의 계수를 맞춰야 한다는 정의 아래, 어떻게 맞추는지에 관해서 몇 페이지를 할애한다. 그러나 어째서 이런 약속을 정하게 되었는지, 화학 반응식이 정립되기까지 어떤 사고를 거쳤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물질 쫌 아는 10대》는 어째서 화학 반응식에서 계수가 맞아야 하는지를 ‘그래야만 하니까’가 아니라 ‘왜’에 주목하여 다룬다. 아인슈타인이 정립한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에 따르면 새로운 물질이 생기거나 사라진다는 것은 마치 빅뱅이 일어난 것처럼 엄청난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만일 우리가 사는 조건에서 이런 수준의 에너지 발생이 일어났다면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화학 반응식에서 반응 전과 반응 후 입자의 수가 같아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조건과도 부합한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이런 내용을 모르는 채 “화학 반응식의 계수는 반응하는 분자 수와 생성되는 분자 수의 비를 나타낸다”라는 설명으로만 화학 반응식을 접한다면, 자칫 화학을 기계적으로 대하게 될 수 있다.
이렇듯 《물질 쫌 아는 10대》는 중학교 교과 과정에서 다루는 화학의 기초를 다루되, ‘왜’ 혹은 ‘어떻게’라는 빠진 고리를 잇고자 했다. 왜 원자를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하는지, 어떻게 원소에 대한 지식이 발전하였는지, 왜 같은 물질이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지, 어떻게 인간이 물질의 특성을 조정하여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는지 등을 이해하면서 화학의 기초 개념에 익숙해지게 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화학 교과의 가장 핵심적인 기본 개념에 익숙해질 뿐 아니라, 물질의 영향이 우리 몸에, 일상에, 진하게 스며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바탕으로 10대 독자들이 물질에 대해 더 많은 궁금증을 품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이 책은 그 물질을 아주 작게 쪼개고 쪼개서,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지경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우주의 탄생부터 자유도라는 개념까지 물질을 매개로 연결해 보려는 시도를 했어.
아무런 상관도 없을 것만 같은 둘 사이의 연결이 과학의 무한한 가능성과 재미를 알려 주길 바라면서 말이야. 우주의 탄생과 자유도가 이어지듯이, 멀게만 느껴지던 과학이 이 책을 읽는 너희와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야. _나오며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열띤 과학 토론의 장 <과학 쫌 아는 십대>
‘2015 개정 교육 과정’은 자주적이고 창의적이며 더불어 사는 인간상을 추구한다. 그 가치관 아래 교과별 핵심 개념과 원리를 중심에 두고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 교육을 강화하면서 교과 간 통합과 융합 교육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풀빛은 이런 흐름에 맞춰, 지식의 양보다는 핵심 개념을 선별하고 그것이 어떤 원리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하는 청소년용 과학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첨단 과학기술인 인공지능은 물론 미래 에너지, 신소재, 생명공학, 기후 변화 등 미래 지향적인 현실 소재부터 빛, 중력, 빅뱅, 유전자, 물질, 원소 등 기초 과학의 토대가 되는 핵심 개념까지 <과학 쫌 아는 십대>는 전방위적으로 과학을 아우른다. 단순히 정보를 앞세우기보다 원리는 무엇인지, 해결되지 않은 과학적 문제는 무엇이고, 쟁점은 무엇인지, 결과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입체적으로 다룬다. 친절한 설명에 내용을 풍성하게 하는 사진 자료와 위트 있는 그림까지,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십대를 위해 내용과 형식에 정성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