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하나보다 다양한 여럿이 좋아!
다문화를 이해하는 현명한 태도에 대하여
비행청소년 16권. 보다 깊어진 다문화 시대를 살게 될 청소년들이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점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다문화 이해 교육서이다. 역사적 ? 세계적 관점에서 다문화 이해에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을 폭넓게 다루었으며, 사진과 그림, 도표 자료를 적절히 배치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책은 다문화가 인류 보편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을 한국 사회의 ‘단일민족’이라는 낡은 민족주의 사고, 피부색이나 인종에 따른 편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태도와 연결 지어 살펴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바로 보게 한다. 또한 다문화를 둘러싼 여러 갈등을 인권과 문화 다양성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로 조명한다. 선주민과 이주민이라는 구분을 뛰어넘어 동등한 인간으로 서로를 대하려는 노력이 다문화 사회를 공존으로 이끄는 첫걸음임을 강조한다.
역사적, 세계적 관점으로 본 다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다문화는 인류 보편의 자연스러운 사회 변화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다문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내 거주 이주민 수가 170만 명을 넘은지 오래이며,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다는 안산뿐만 아니라 전국 여러 지역에 이주민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결혼하는 10쌍 중 1쌍이 다문화가족이며, 유엔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족이 전체 인구의 20퍼센트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문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당면한 현실이기도 하다. 세계화에 따른 다문화는 대체로 한 나라가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면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1990년대에 경제성장에 필요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외국인 산업연수제>를 도입하면서 외국인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 책은 현재의 다문화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다. 다문화를 마치 국가 경계가 무색해진 세계화 시대의 별난 일인 양 배척하려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되짚는다. 또한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를 겪은 세계 여러 나라로 눈을 돌려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3장 ‘다문화 발자국’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다.
‘우리 역사 속 다문화’에서는 한반도를 넘어 만주에 이르는 대제국을 형성한 고구려, 다민족으로 구성된 다문화 군대로 당나라와 전쟁을 벌인 통일신라, 여진과 거란, 일본 등 주변국에서 귀화한 사람이 23만 명에 이르렀다는 고려, 귀화한 외국인들의 마을로 불리던 ‘향화촌’이 있었다는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자세히 들려준다. 오늘날처럼 ‘다문화’라 부르지 않았을 뿐, 과거에도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지는 일은 새로운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한다. 오히려 과거에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받아들여 사회 발전을 위한 토대로 적극 활용하기까지 하였다.
‘세계 각국의 다문화’에서는 일찍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의 사례를 비교하여 살핀다. 공화국이라는 이념 아래 모든 이주민을 프랑스 국민으로 동화하려 했던 프랑스, ‘단일민족’이라는 틀 안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손님으로만 대한 독일, 우리와 유사한 다문화 인식으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가장 모범적인 다문화 국가로 평가받는 캐나다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다문화를 비추어 본다.
이 책은 다문화의 과거를 거슬러 현재를 돌아보고, 이웃을 통해 우리를 살핀다. 종횡을 누비는 이런 입체적 분석을 통해 다문화가 그 자체로 사회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원인이 아니라 다문화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인식과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가 가진 편견과 차별은 없을까?
한국 사회의 다문화를 깊이 들여다보다
다문화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국가 혹은 한 공동체에 섞여 살아가는 사회를 의미한다. 하지만 다문화 현실에는 피부색이나 언어,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나와 동등한 존재로 여기지 않고 차별하는 경향이 짙다. 한 예로 길을 묻는 외국인이 백인이냐 아니냐에 따라 그 태도는 호의와 거절로 선명히 엇갈린다. 피부색만이 아니라 잘사는 나라에서 왔느냐 못사는 나라에서 왔느냐에 따라서도 외국인에 대한 태도는 사뭇 달라진다. 같은 노동자끼리도 낮은 임금과 부당한 처우를 받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는 뒷전이고, 그들을 자기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만 여기기도 한다. 출신 국가의 경제력이나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 태도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중성은 세계화는 예찬하면서도 그 현상의 일부라 할 다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 책은 다문화 현상에 드러난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을 바로 보게 한다.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을 들여다보고, 외국인 범죄와 국민 역차별 등을 이유로 다문화를 반대하는 주장이 옳은지 의문을 제기한다. 다문화가정의 자녀에게 주어지는 복지 혜택이 내국인에게 돌아가지 않아 국민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실현하려는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에게 주어진 복지 혜택을 문제 삼기보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사회 복지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의료 혜택을 두고 중산층이나 부유층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국민 역차별 논란은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살피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외국인 범죄에 대한 인식도 피부색이나 인종에 따른 편견이 작용한다. 외국인 범죄를 자극적이고 과도하게 보도하는 언론의 영향도 크다. 실제로 백인보다 동남아시아인을 더 위험한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2016년 외국인 강력 범죄율이 베트남인보다 미국인이 더 많다는 통계에 따르면 사실과 다른 편견일 뿐이다. 외국인 범죄를 이유로 다문화를 반대하는 태도는 외국인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다. 무슬림 중에 테러리스트가 있다는 이유로 모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 단정하는 것이 설득력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외국인 범죄를 걱정하고 예방하는 것은 옳지만, 외국인 범죄만을 이유로 다문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다.
이 책은 다문화로 인한 사회 문제가 결국은 우리 사회에 내재해 있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새로운 약자를 향해 나타나는 문제라는 점을 꼬집는다. 만약 이주민이 모두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 안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향해 드러날 것이라고 말이다.
왜 다문화주의일까?
다문화를 이해하는 현명한 태도에 대하여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다문화 사회에서는 차이가 서로를 구분 짓고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각각의 독특한 환경과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는 문화상대주의 관점이 요구된다. 이 책은 다문화에 따른 태도를 ‘차별과 배제’, ‘동화주의’, ‘다문화주의’라는 세 유형으로 비교하여 살핀다. 다문화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과 태도에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이주민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기 위해서다.
민족적 순수성을 고집하는 나머지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용인하지 않는 ‘차별과 배제’ 태도는 다문화를 부정적으로 여긴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말살 정책이나 일본의 혐한 시위는 이 같은 태도가 인종차별에 따른 반인권적 행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다. ‘동화주의’ 역시 문화적 단일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다문화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차별과 배제’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 사회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이슬람의 전통 의상을 입을 수 없도록 한 <부르카 금지법>은 종교적 개성을 인정하기보다 공동체 차원의 통합만을 강조하는 ‘동화주의’ 태도가 가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마치 모든 문화적 차이를 용광로 안에 녹여 내는 것처럼 개개인의 다양한 차이는 무시되고 동질성만을 강조한다.‘차별과 배제’ 또는 ‘동화주의’ 태도가 다문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면, ‘다문화주의’는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 우열이 없음을 강조하며 다문화를 긍정하는 관점이다. 이 책은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차이 그 자체가 아닌 차이를 대하는 관점에 있다고 본다. 자국의 문화적 관점으로 상대의 문화를 재단하는 자문화중심주의가 역사에서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명분이 되었다고 강조하며, 문화적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는 ‘다문화주의’ 태도가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갈등이 아닌 공존으로 이끌 수 있는지 설득한다.
이 책은 다문화에 대한 합리적 태도를 다문화주의에서 발견해 낸다. 다문화주의는 끊임없이 섞이고 변동하는 문화 속성과 세계화 현실을 반영하는 관점이며, 다문화주의가 모든 문화를 동등하게 보는 태도와 이주민을 출신 배경에 따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권 사상에 부합한다고 말한다. 한민족의 건국이념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라는 홍익인간 사상과도 맥을 같이하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존을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이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이해가 모두의 문화적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길이 됨을 알게 한다.
‘여럿으로 이뤄진 하나’
다문화는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1960년대, 한국인 간호사와 광부가 국내 실업 문제를 해소하고 외화를 벌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이들은 독일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우리에겐 이웃이고 가족이지만, 독일인에게 그들은 외국인 노동자였다. 만약 그들이 독일 사회에서 이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차별받았다면, 우리는 독일 사회의 처사를 어떻게 여겼을까? 반대로 우리는 지금 한국 사회의 이주민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다문화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바로 보는 거울이다. 다문화 사회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내가 누군가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차별받는 것을 막고, 다양한 것들이 공존하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 책은 다문화가 대한민국을 발전으로 이끌지, 갈등으로 이끌지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주민에 대해 증오하고 배척하는 태도도 문제지만, 이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온정과 동정의 태도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비록 선의일지라도 아무 이유 없이 무언가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여기는 일방적인 시선도 그들을 나와 동등한 존재로 여기지 못하는 편견 때문에 비롯된다고 말이다. 이주민에 대한 증오 혹은 동정이라는 양극단의 감정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다문화 이해가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모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역할과 태도 변화가 중요하지만, 이주민 역시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살핀다. 그럴 때만이 ‘여럿으로 이뤄진 하나’로서 다문화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고 말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다문화에 관한 폭넓은 문제인식과 논점은 다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토론으로 이끈다. 나아가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공정하고 동등한 시선에서 바라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추천글
의미와 재치가 넘치는 제목만큼 이 책은 ‘모두 다 문화’라는 사실을 조목조목 짚어 줍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한국 문화는 월등하고 이주민의 문화는 저급하다는 생각이 뿌리 깊지요. 저자는 잘못된 민족주의의 기원을 살피며 단일민족 신화가 허상임을 깨우칩니다. 세계 여러 국가 다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그리며 왜 다문화주의가 필요한지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다문화 시대에 사는 여러분에게 이 책이 세계 시민으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_박진숙(난민인권활동가, 시민단체 ‘에코팜므’ 대표)
지은이 최영민
어렸을 때 책을 열심히 읽지 않아 뒤늦게 그때 안 읽은 책을 읽는다고 고생하는 사람입니다. 글 쓰는 게 어려워 오랫동안 남이 써 놓은 글을 자르고 붙이는 일을 해 왔지요. 그 일이 몸에 익어 논술도 가르치고요.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지요. 세상을 제대로 보려면 편견과 고정관념에 갇힌 생각을 깨야겠다 싶어 그런 책을 쓰려고 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알류샨의 마법》, 《넓게 보고 깊게 생각하는 논술 교과서 : 주장과 근거》, 《역사 논쟁》, 《양극화 논쟁》,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린이 신병근
디자인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림을 그리면서 디자인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한 책으로는 《탕나라 사람들》, 《어서 오세요! 수학가게입니다》 시리즈, 《1등에게 박수 치는 게 왜 놀랄 일일까?》, 《귀찮아, 법 없이 살면 안 될까?》,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 《고전하는 십대의 이유 있는 고전》, 《수취인 : 자본주의, 마르크스가 보낸 편지》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