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섬이라 불린 군함도를 아시나요?”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 동화
일제의 식민지로 우리말을 빼앗기고 성과 이름마저 일본식으로 바꿔야 했던 암울한 시절, 근태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지 않게 된 이유가 일제 강제 징용에 끌려갔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누구는 철도를 놓는 곳으로, 누구는 무기 공장으로 누구는 탄광으로……. 저 먼 북쪽 땅으로, 남쪽으로, 일본과 사할린 같은 낯선 나라로도 끌려갔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소식도 알길이 없다고 해요.
그런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근태의 아버지에게도 강제 징용 영장이 날아와요. 영장을 가져온 이장은 ‘일본 명문 회사’ 미쓰비시에 들어가서 일하며 월급도 받고 기술도 배우게 될 것이라고 감언이설을 속삭여요. 근태 아버지는 완강히 거부하지만, 결국 트럭에 실려 일본으로 끌려가지요. 새해가 되고, 아버지는 일본의 하시마(군함도)라는 섬에서 석탄을 캐고 있다고 편지가 왔어요. 배고픔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아버지의 편지에 근태와 가족들은 걱정만 쌓여 가요.
그러던 어느 날, 이장이 또다시 근태네 집을 찾아왔어요. 이번에는 근태 엄마와 근태를 일본으로 불어들이는 영장을 가지고 왔어요. 아버지처럼 성실히 일한 노동자들에게 특별히 상으로 가족들을 불러주는 거라고 해요.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에 걱정반 기대반 엄마와 함께 일본으로 향한 근태.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것은 흡사 해골처럼 비쩍 마르고 얼굴이며 온몸이 시커먼 사람이었어요. 누구냐는 엄마의 물음에, 그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근태의 이름을 불렀어요. 도무지 사람같아 보이지 않던 그 검은 해골은 바로 근태 아버지였던 거예요. 볼에 닿는 까칠한 피부도,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도, 충혈되고 탁해진 눈동자도, 그 무엇 하나 아버지의 본래 모습은 남아 있지 않았지요. 헤어질 때보다 몇십 년은 더 늙은 모습이었어요.
왜 아버지가 이렇게 변했는지 근태는 곧 알게 되어요. 식사랍시고는 땅에 뿌리는 거름으로나 쓸 법한 콩깻묵 주먹밥을 주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바닷속 산에 뚫은 굴 속에서 탄을 캐는 일을 시켰다는 것을요. 아버지뿐만 아니라 엄마와 근태도 불려나가 고된 노동을 하게 되어요.
탄광에서는 고된 노동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죽어 나왔어요. 갱도가 무너져서 멀쩡히 들어갔던 사람이 죽어서 나오는가 하면, 맞아서 죽고, 병들어서 죽고, 심지어 지옥 섬에서 죽느니 도망가다 죽겠다고 물에 뛰어 들었다가 죽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급기야 근태 아버지도 떨어진 돌에 맞아 다리를 크게 다치고, 그런 상황에서도 근태 아버지를 보고 빨리 나와 일하라고 닦달하는 감독관을 향해 근태는 아버지 대신 자기가 탄광에 들어가겠다고 소리를 치고 마는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군함도!
일본이 감추고 싶어 하는 강제 징용의 역사, 군함도에 숨겨진 진실!
2015년 7월, 일본의 하시마(군함도)와 미쓰비시 조선소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어요. ‘비 서구 지역에서 최초로 성공한 산업 혁명의 유산’이란 명목이었지요. 세계 문화유산에 오른 후, 하시마와 미쓰비시 조선소는 현재 일본인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어요.
그런데 하시마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곳이 조선인 강제 징용의 현장이었음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또, 우리 중에서도 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강제 징용에 대해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오랫동안 박물관 학예사로 일하며,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고 어린이들에게 알리던 김영숙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확히 알리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어요. 작가는 일본 미이케 탄광으로 강제로 끌려갔던 홍승후 할아버지를 만나 뵙고, 당시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또한 하시마 탄광으로 끌려갔던 강제 징용자들의 수기와 조사 자료를 면밀히 탐구하며 하시마 조선인 강제 징용에 대한 역사 동화 《돌아올 수 없는 섬, 군함도》를 쓰게 되었지요.
근태의 이야기를 읽으면, 1940년대 조선의 상황과 일본의 강제 징용이 실제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하시마 탄광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어요. 또한, 하시마와 함께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미쓰비시 조선소의 강제 징용 이야기와 나가사키로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을 끌고 가서 피폭 현장을 처리한 이야기 등, 일본이 강제 징용된 우리 선조들에게 저지른 만행이 근태의 눈으로 낱낱이 살필 수 있어요.
책의 뒤에는 이 책을 쓸 당시 작가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인 홍승후 할아버지와 나눈 생생한 대화가 ‘역사 인터뷰’로 정리되어 있고, 이야기의 바탕이 된 역사적 사실들을 사진 자료와 함께 볼 수 있는 ‘역사 탐구’ 코너도 구성되어 있어요. 일본이 왜 강제 징용을 하였는지를 비롯하여 일제 강점기 때의 역사적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과거는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며 이어지고 있어요. 일본은 군함도를 산업 유산으로 포장해 상품화하고 강제 징용에 대한 역사를 감추려고 해요. 우리가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에 대응하려면 그들의 교묘한 포장술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해요. 역사를 정확히 알고 바로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해요. 알아야 이길 수 있고, 모르면 일본에 휘둘리던 아픈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어요. 군함도는 아프고 슬픈 역사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광복을 맞이한 선조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어요. 우리는 역사를 바로 알고 후대에 전해 주어야 해요.
아픈 역사일수록 잊지 않고 기억해야 앞으로의 우리 역사도 든든히 지킬 수 있어요.
가깝지만 먼 〈근현대사 100년 동화〉 시리즈
〈근현대사 100년 동화〉는 가깝지만 먼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을 동화로 담은 시리즈예요. 잘 몰랐지만 꼭 알아야 할, 알고 난 후에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우리 근현대사의 10가지 사건을 소개하지요. 지금의 우리와 밀접하게 이어져 있는 사건들을 통해 과거를 바로 보고, 현재를 다시 보아요. ‘역사 탐구’ 코너를 통해 동화에서 다룬 역사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는 것도 잊지 말아요.
● 1894년 동학 농민 운동 《녹두밭에 앉지 마라》
● 1907년 헤이그 특사 파견 《고종 황제의 비밀 지령》
● 1919년 3·1 운동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 1923년 간토 대학살 《이웃에 괴물이 산다》
● 1943년 하시마 탄광 조선인 강제 징용 《돌아올 수 없는 섬, 군함도》
● 1948년 제주 4·3 《동백꽃, 울다》
● 1950년 6·25 전쟁 《대나무에 꽃이 피면》
● 1960년 4·19 혁명 《4월의 소년》
● 1970년 전태일 열사 사건 《11월 13일의 불꽃》
●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이토록 푸른 오월에》
추천사
2015년 일본의 군함도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현재 군함도는 일본인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곳이 없습니다. 일본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후에 새로 만든 관광 안내서에도, 군함도를 안내하는 가이드의 설명에도, 군함도 홍보 영상에도 군함도에서 일어났던 조선인들의 끔찍한 강제 징용의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역사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유네스코와의 약속은 전혀 지키지 않은 채, 군함도를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만 포장해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군함도에서 일어난 강제 징용의 역사를 더 잘 알아야만 합니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바로 알게 해 주는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군함도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데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서경덕 (한국 홍보 전문가,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 글 김영숙
역사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글과 강연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고고인류학을, 대학원에서 박물관학을 공부한 후 서울대학교 치의학박물관, 경기도박물관,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 등에서 학예사로 일했습니다. 《제주가 굼굼하우꽈?》,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세종 대왕이 뿔났다》, 《최초사 박물관》, 《100년 전 우리는》, 《땅에서 찾고 바다에서 건진 우리 역사》, 《쉿, 우리 집 밑에 백제가 살아요》 등 여러 책을 기획하고 썼습니다. 《무지개 도시를 만드는 초록 슈퍼맨》과 《조잘조잘 박물관에서 피어난 우리 옷 이야기》는 초등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고, 《세계를 놀라게 한 겨레 과학》은 과학기술부-과학문화재단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 그림 박세영
서울대학교 미술 대학에서 동양화를,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2012, 2014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75인’에 선정되었고, 2018년 샤르자 어린이 독서 페스티벌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2위를 수상했습니다. 그린 책으로 《벼알 삼 형제》, 《하루와 미요》 등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 《한 뼘 더 역사 시리즈》가 있으며 202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된 장편소설 《수를 놓는 소년》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