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이 언젠가 마주하는 죽음,
“죽음은 끝일까, 새로운 시작일까?”
살구나무와 명화 이야기로 전하는
우리 전통 장례 문화 그림책 《꼭두랑 꽃상여랑》
아동 문학가이자 신화 연구가인 김춘옥 작가가 《꼭두랑 꽃상여》로 삶의 마지막 통과 의례인 죽음과 장례 문화를 전합니다. 언덕 위에 홀로 선 살구나무는 마을과 외떨어진, 언덕배기 아랫집에 사는 소녀 명화와 둘도 없이 친한 사이입니다. 명화는 매일 살구나무를 찾아와, 지낸 이야기를 재잘재잘 합니다. 하지만 살구나무는 명화가 힘들 때 다정한 말을 건넬 수 없고, 보고 싶을 때 달려가 만날 수도 없습니다. 명화가 꽃가마를 타고 푸른 보리밭을 지나 이웃 마을로 시집가는 날에도 살구나무는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지요. 긴 시간이 흐르고, 이젠 열매도 맺지 못하는 살구나무는 세찬 바람에 쓰러져 삶의 끝을 기다리고 있는데, 명화를 닮은 여자가 찾아옵니다. 그 품에 안겨 살구나무가 찾아간 곳에는 살구나무처럼 늙은 명화가 있었지요.
명화 딸은 살구나무를 칼로 정성껏 깎아 ‘꼭두’를 만듭니다. 꼭두는 죽은 사람이 타고 가는 꽃상여를 장식할 나무 인형이에요. 꼭두가 된 살구나무는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명화와 함께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합니다. 꽃상여를 타고서요. 모든 생명을 지닌 이가 마지막으로 지나야 할 의례, ‘장례’에 대해 《꼭두랑 꽃상여랑》으로 함께 알아볼까요?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정성스러운 의식
우리 전통 상례 의식을 담은 그림책
《꼭두랑 꽃상여랑》은 우리 전통 의례 중에서도 가장 정성을 다해 치루는 전통 장례 문화를 전합니다. 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저승으로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승 가는 길은 멀고 험해, 그 길을 외롭지 않게, 무섭지 않게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나무를 깎아 ‘꼭두’ 인형을 만들었어요. 죽은 이를 태워 보내는 가마도 그 어느 가마보다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혼례를 올릴 때 타는 가마는 두 사람이면 들어 올릴 수 있었으나, 상여는 사람이 그 배로 필요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들어서야 상여가 앞으로 나설 수 있었지요. 상여를 보면 떠나보내는 이의 묵직한 삶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혹시나 혼령이 다시 돌아올까, 지붕 위에 올라 혼을 부르는 외침을 하고, 그래도 혼령이 돌아오지 않으면 저승사자를 모시는 상을 마련했습니다. 저승길을 잘 모셔달라는 마음으로요.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 상례 절차를 알 수 있습니다. 이수진 그림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판화로 작업한 장면 하나하나가 따뜻하면서도 엄숙한 아름다움을 표합니다. 찬란한 생명의 기운을 전하는 살구나무는 오색 선명한 꼭두가 되어 상여를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모든 생명의 끝에 마주하는 죽음은 모두에게 미지의 것이지만, 그 역시 생명의 선상으로 찬란한 무엇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죽음 너머 새 길로 간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