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서 창피한 아이에게 건네는 위로
“괜찮아. 누구나 넘어지니까.”
유미는 저 멀리 친구 하영이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어요. 양팔을 휘두르며 폴짝폴짝 뛰었어요. 발아래 돌멩이가 놓여 있는 것도 모르고요. 예상대로 결국 유미는 철퍼덕 넘어져 버렸어요.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가 유미를 힐끗거렸어요. 심지어 한 아이는 유미를 손으로 가리키며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저 누나 좀 봐!”
아이의 엄마는 황급히 아이를 말렸지만, 이미 늦었어요. 유미도, 주변 사람들도 다 들었는걸요.
유미는 창피한 마음에 움직일 수 없었어요. 사람들이 빨개진 자기 얼굴을 볼까 봐 고개를 들 수 없었어요. 그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때 저 멀리서 하영이가 유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어요.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도 슬쩍 다가왔어요.
“창피하니?”
유미에게 말을 거는 이 고양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또 유미는 창피함을 이겨 내고 다시 힘차게 달릴 수 있을까요?
고양이가 알려 주는 ‘멋지게 넘어지는 방법’
“무서워할 것 없어. 일단 멋지게 넘어지는 거야.”
고양이는 유미와 하영이,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들을 놀이터 안으로 이끌었어요. 그리고 멋지게 넘어지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 주기 시작했어요.
고양이의 말에 따르면 넘어지는 순간, 팔을 최대한 뻗으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어요. 철퍼덕 넘어지는 게 아니라 데굴데굴 구를 수도 있었지요. 미끄덩하는 순간, 멋진 댄서가 되어 춤을 추는 방법도 알려 주었어요. 휘청할 때는 몸을 앞으로 숙여 힘차게 달리는 것도 방법이었어요. 너무너무 창피해서 움직이지 못하겠다면 그냥 죽은 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지요.
유미와 하영이는 고양이의 말대로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고 넘어지며, 이외에도 여러 넘어지는 방법을 익혔어요.
하지만 고양이의 계획은 넘어지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게 다는 아니었어요. 고양이는 정말 중요한 것을 알려 주고 싶었거든요. 바로 넘어져도 괜찮다는,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가던 길을 가면 된다는 위로였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모든 아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넘어졌더라도 빠르게 일어나서 가던 길을 계속 가면 돼.”
우리는 누구나 넘어져요. 다섯 살 먹은 아이도, 학교에 다니는 언니도, 심지어 이미 다 큰 어른까지도 넘어져요. 한평생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넘어진 걸 무척 창피해해요. 넘어진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또 그 누구도 넘어진 사람을 놀리거나, 바보처럼 생각하지 않고요.
그래서 아라 작가는 넘어지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자주 넘어지는 아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 오랜만에 넘어진 어른들을 위해서요. 넘어지는 것은 결코 무섭거나 창피한 것이 아니고, 생각보다 멋지고 즐거운 일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했지요.
여기에 장고딕 작가는 놀이터라는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다양한 놀이 기구들을 이용해 재미있는 동작들을 그려 냈어요. 또 넘어지는 순간을 몽글몽글하고 알록달록한 그림 요소들로 더해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재미있는 놀이로 승화시켰답니다.
자주 넘어진다는 건, 잘 넘어지고, 다시 잘 일어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거예요. 언제든 휘청하고 넘어질 것 같을 때나, 철퍼덕 넘어진 날에는 고양이가 알려 준 ‘멋지게 넘어지는 방법’을 떠올려 보세요. 씩씩하게 툭툭 털고 일어나 가던 길을 마저 힘차게 나아갈 용기가 생길 거예요.
▶ 글쓴이 아라
홍익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고양이춤》, 《다 같이 흘러내리지》가 있습니다.
누구보다 자주 넘어졌던 아이는 멋지게 넘어지는 방법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멋지게 넘어지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이제 넘어지는 건 두렵지 않아요. 벌떡 일어나서 가던 길을 가면 되니까요.
▶ 그린이 장고딕
행복한 고민과 평화로운 마음을 추구합니다. 동물과 아이들의 순수함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자주 넘어져 창피했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넘어지고 있지만, 이제는 창피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넘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