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쓴 제임스 애그레이는 서아프리카 가나 사람입니다. 이 책의 뒷부분에도 소개되었듯이 이야기의 결말에는 식민시대를 살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를 알고 날아오르라는 작가의 소망과 힘이 담겨져 있습니다.
흔히 힘없고 억압받는 사람들은 자신을 약한 동물에 빗대어 생각하곤 하는데, 애그레이는 그런 자신들의 모습을 독수리에 비유합니다.
지금은 비록 억압당하고 있는 힘없는 약자이지만, 어서 빨리 독수리 본래의 잊혀진 자긍심과 극복의 의지를 되찾으라는 메시지는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우리 나라에서도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작품으로 많이 알려진 볼프 에를부르흐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밝은 색감을 통해 희망의 모습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뒷부분의 독수리가 태양을 보며 눈이 번쩍 뜨이는 부분은 글의 생략을 더욱 극대화 시켜 말보다 훨씬 깊고 실감나는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김경연 선생은 우리 나라 최초로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로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아동문학가이며 번역가인 선생은 다수의 인문과 아동도서를 번역하였습니다.
대원 미디어, 도서출판 아미, 여성신문사의 기획 실장을 지낸 선생은 현재 서울대와 경원대 강의와, 좋은 외국 도서를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의 분석과 검토를 통해 외국 아동 문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생생하고 감각 있는 번역이 돋보입니다.
역서로는 {몽유병자들}, {문학이론과 문예학 방법론}, {괴테가 한 아이와 주고받은 편지}, {붓다}, {셰익스피어},{한나 아렌트}, {왕도둑 호첸플로츠}, {완역 그림동화집}, {달려라 루디}, {내 강아지 트릭시를 돌려줘!}, {나무 위의 아이들}, {요켈과 율라와 예리코}, {욘 할아버지} 등 다수의 작품이 있습니다.
첫 장을 넘기면 험상궂게 생긴 남자와 그를 따르는 좀 멍청해 보이는 강아지가 숲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나무 가득한 숲 사이로 작은 두 눈이 보이는데 눈에는 놀란 빛이 역력하죠. 남자는 놀란 눈빛의 주인공인 독수리를 잡아 집으로 데려와 닭과 오리가 함께 있는 우리에 넣고 닭 모이를 주며 독수리를 키웁니다.
몇 년 후 그 곳을 들른 동물학자가 닭장 속의 독수리를 보며 놀라 묻자, 남자는 저 독수리는 이제 독수리가 아니라 닭으로 길러졌으니 닭이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동물학자는 독수리에겐 아직 독수리의 마음이 남아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독수리를 날게 하려고 애를 씁니다.
주먹 위에 올려놓고 날아보라고 하고, 지붕 위에 올라가 날아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독수리는 번번이 닭들에게로 돌아가고 맙니다.
정말 남자의 말대로 독수리는 닭이 되어버린 걸까요?
하지만 독수리의 마음이 남아 있음을 믿고 포기하지 않는 동물학자는 마지막으로 독수리를 데리고 멀리 멀리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갑니다.
조선일보
꿈꾸지 않는 독수리는 닭일 뿐이야
칭찬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애정 어린 격려야말로 자식을 키우는 최고의 묘약일 것이다. 사람은 꿈꾸는 만큼 큰다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는 큰 꿈을 꿀 것과,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이 될 것을 당부하는 그림동화다.
‘한 남자가 새를 잡으러 숲으로 갔다. 남자는 어린 독수리를 잡아 집으로 데려가 닭과 오리가 들어있는 우리에 넣고 닭 모이를 줘서 키운다. 5년 후, 독수리는 3m나 되는 날개를 갖고도 날지 않는 닭이 되어 있었다. 우연히 이 집을 들른 동물학자는 독수리를 다시 날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닭 모이에 만족한 독수리는 날기를 거부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동물학자는 독수리의 몸에 독수리 정신 대신 닭의 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본다. 그리고 아침해가 떠오르는 높은 산으로 올라가 웅장한 자연 앞에 그를 세운다. 문득 용솟음치는 힘. 그리고 독수리는 힘차게 비상한다.’
아이는 부모의 틀 안에서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틀 안에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빗장을 풀어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경험 속에 부딛치는 작은 좌절을 이겨내도록 격려해야 할 것이다.
사실 저자 애그레이의 원래 의도는 좀 다르다. 가나 사람인 그는 책을 끝내며 “아프리카인이여 우리는 똑같이 동등한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선언한다. 식민지배에 신음하면서도 패배의식에 젖어 억압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모국에 던진 민족해방의 메시지다. 그렇지만 아무렴 어떤가. 오히려 ?은 동화에 소박하게는 자신의 존귀함을, 거창하게는 만민평등의 이상을 함께 담았으니 아이 수준에 맞춰 토론 주제를 정하고 대화를 나눠봐도 좋을 것이다.(2000.8.19. 김태훈 기자)
한국일보
한 남자가 숲 속에서 독수리를 잡아와 자신의 우리에 넣고 닭과 오리와 함께 키운다. 몇 년 후 한 동물학자가 닭장 속의 독수리를 보며 놀래자 주인은 \"\"저 독수리는 이제 독수리가 아니라 닭이 됐다\"\"고 말한다. 동물학자는 독수리를 주먹 위에 올려놓고 날아보라고 하지만 독수리는 닭들에게로 돌아가고 만다. 과연 독수리는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잊혀진 독수리의 자긍심을 되찾으려는 동물학자의 노력이 감동적이다.(2000.8.24. 김관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