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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크게보기

행복한 청소부

저자

모니카 페트

저자

안토니 보라틴스키

옮김

김경연

발행일

2000-11-07

가격

89-7474-915-7 77850

가격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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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아침햇살 선정 좋은 어린이책
책읽는교육사회실천협의회 추천도서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
중앙일보 선정 2001년 좋은 책 초등부
2001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글루크, 모차르트, 바그너, 베토벤, 쇼팽, 괴테, 그릴파르처, 만, 부슈, 브레히트, 케스트너... 귀에 익은 이름들 많지요? 그러나 단지 귀에 익다는 이유만으로는 이들 음악가와 작가들이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이름들입니다. 왜냐고요? 그를 행복하게 해 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림동화이긴 하지만 초등 고학년도 볼 수 있는, 아니 어른들에게 더 적합한 작품입니다. 일과 배움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철학적 깊이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이 무심히 들으면 자장가나 소음에 불과했을 모차르트의「소야곡」, 베토벤의「달빛 소나타」, 어찌어찌하여 손에 넣어도 단지 글자들의 조합에 불과했을 괴테의「마왕」, 브레히트의「악당 매키의 노래」가 이 거리의 청소부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아름답게, 풍요롭게!
거리의 표지판을 닦던 청소부는 어느 날 엄마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자신이 담당한 청소 구역이 유명한 작가와 음악가의 거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순간 자신의 손길이 스쳐간 그 거리에 대해 아이보다도 아는 게 없다고 느낀 아저씨는 몹시 당황합니다. 부끄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그 날 이후 음악가와 작가에 대해 공부를 시작합니다. 음악회도 가고, 노래도 외우고, 시도 감상하고, 책도 읽고... 배움에 대한 동기가 참 단순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배운다!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자신의 내부에서 솟구쳐 올라온 것이기에 아저씨는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는 것이 즐겁기만 합니다. 어디 즐겁다 뿐입니까? 깨달음은 깨달음을 낳고, 무덤에나 묻혀 있을 값진 진리들이 청소부 아저씨의 머리와 가슴을 통해 빛을 발합니다. 책과 음악의 세계를 넘나들며 그가 발견한 비밀이 무언지 아세요?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로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거나. 어때요? 시인이라 불려도 좋을 만큼 넘치는 감성과 예리한 안목을 가지지 않았나요?
음악가, 작가들과 친구가 된 청소부는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며, 시를 읊조리고, 가곡을 부르고, 읽은 소설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표지판을 닦습니다. 청소와 시와 음악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다는 사실, 일과 예술이 아름답게 만날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얼마나 귀하게 여겨지는지 모릅니다. 이제 그에게는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표지판의 이름들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연인 같고, 친구 같고, 자식 같은... 그를 \'행복한 청소부\'라 하지 않으면 달리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평론가들의 책까지 소화한 청소부는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기 자신을 향해 음악과 문학에 대한 강연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강연을 들으려 몰려 왔고 이제 그는 방송을 탈 만큼 유명해졌습니다. 대학으로부터 강연 부탁까지 받습니다. 교수 제의를 거절하는 답장에서 그는 이렇게 씁니다. -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교수가 목적이었다면 청소부는 결코 배움의 참맛을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연스런 감정의 발로가 배움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은근히 품고 있으면서, 일에 대한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배움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떠 가면서 사람이 얼마나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변해 갈 수 있는지, 삶이 얼마나 윤택해질 수 있는지, 존재하는 모든 게 얼마나 각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도 보여 줍니다.

그림동화이니 그림 얘기 빼놓을 수 없지요. 눈도, 코도, 얼굴도 동글동글한 청소부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절로 마음이 따듯하고 평온해집니다. 왼쪽은 글, 오른쪽은 그림으로 확실히 구분이 되어서 그림 감상도 맘껏 할 수 있습니다. 글이 그림을 다치는 구조가 아니니까요.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톤의 유화는 청소부가 음악과 문학을 감상하듯, 독자들로 하여금 뛰어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도록 합니다. (홍윤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