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짧은 메모>
어느 날 떠돌이 개 키퍼는 전망대에서 소냐를 만난다. 소냐는 키퍼에게 감자튀김도 주고, 집에도 데려가 함께 살기로 한다.
사람들은 소냐를 이상한 여자로 여긴다. 왜냐 하면 일 년 내내 똑같은 옷에 이상한 보따리를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자서 중얼거리고 아무 데나 주저앉아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키퍼는 소냐가 사실은 점잖고 현명한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는 소냐와 키퍼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그건 바로 서로가 너무 다르다는 거다. 키퍼는 아직 젊어 기운이 넘쳐 밖에 나가 뛰노는 걸 좋아하지만 소냐는 며칠씩 집에 틀어박혀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키퍼는 점점 소냐가 자신에게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키퍼는 소냐 곁을 떠나버리는데……. 과연 소냐와 키퍼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기 획 의 도 >
'관계'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
아무도 돌보지 않던 떠돌이 개 키퍼. 혼자 중얼거리며 일 년 내내 똑같은 옷에 보따리를 들고 다녀 아이들에게 '보따리 아줌마'라고 놀림을 당하는 소냐.
이 둘은 그런 자신들의 모습이 닮았다고 느꼈을까? 그 동안의 외로움을 보상이라도 하듯 금세 사이좋게 잘 지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냐와 키퍼도 서로의 다른 모습에 조금씩 불만을 갖게 된다. 함께 놀아주지 않는 것에, 쓰레기통을 뒤지며 다닌다는 것에,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다는 것에, 가만있지 못하고 항상 뛰어 놀 생각만 한다는 것에, 그렇게 아주 사소한 것들에 둘은 상처받게 된다.
'관계'란 서로 같은 것만으로도, 서로 다른 것만으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이 큰 틀 안에 녹아나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관계'에 대한 모습을 짧지만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만남1-갈등-헤어짐-만남2' 하지만 두 번째의 만남은 이제 예전의 만남과 같지 않다. 서로의 소중함과 빈자리를 가슴 깊이 깨달은 후의 만남이다.
그렇기에 이제 키퍼와 소냐는 예전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그건 바로 '함께'라는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서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앤드류 맥클린의 시원스럽고 세세한 색연필 터치는 키퍼와 소냐의 마음을 따뜻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재닛 맥클린 & 앤드류 맥클린
『오! 키퍼』는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예요. 소냐와 키퍼 두 친구가 잠시 덜어져 지내는 동안 서로가 필요하다는 걸 더욱 간절히 깨닫게 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요. 이 책에 글을 쓴 재닛 맥클린과 그림을 그린 앤드류 맥클린은 부부 작가예요. 지금까지 13권을 출간했는데, 이 책 『오! 키퍼』를 비롯해 여러 책들이 '올해의 오스트레일리아 어린이책 상'을 받았답니다.
이상희
이 책을 옮긴 이상희는 시인으로, 시와 그림책을 쓰면서 외국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림책 『외딴 집의 꿩 손님』 『도솔산 선운사』 등에 글을 썼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 『깡통』을 펴내기도 했어요. 『난 그림책이 정말 좋아요』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밤의 요정 톰텐』 등 영미권 그림책 5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조선일보/어린이 우린 왜 만났을까?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힘들고 때로는 성가시기조차 하다. 젖먹이일 때는 밤잠과 여가를 앗아가고, 커가면서 이런저런 말썽으로 크고 작은 걱정거리들을 던진다. 따지고 보면 부모 자식 사이의 일상은 그렇게 환상적이지 않다.
부부 사이는 어떤가. 결혼과 거의 동시에 사랑의 밀어는 기억의 무덤에 묻혀버리고, 함께 있다는 감동은 밥하고 빨래하고 돈벌고 야근하는 일상의 숱한 짐들에 눌려 오래된 미이라처럼 말라 버린다. 이 역시 처녀 총각 시절 꿈꾸었던 꿀맛 가득한 관계가 아니다. 누구와 살아도 비슷한 모습으로 따분하게 산다면 나는 왜 이 사람, 이 아이와의 관계에 집착하는 것일까.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내, 아들, 딸, 친구…. 우리가 아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이름 외에 특별히 하나 더 얹어 부를 명칭을 가진 사람들. 그림동화 ‘오, 키퍼!’는 그런 사람들과의 번거롭고 시시한 일상 속에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관계의 보석이 숨어 있음을 짧은 이야기 속에 녹이고 있다.
소냐는 일년 내내 똑같은 옷에 이상한 보따리를 들고 다니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아무 데나 주저앉아 그림을 그리는 이상한 여자다. 키퍼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배고픈 떠돌이 개. 어느날 바닷가 전망대에서 만난 둘은 친구가 된다. 세상의 모든 만남과 관계에는 독특한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 작가는 그것을 ‘이상한 여자’와 ‘집 없는 개’라는 이미지로 상징한다. 그 특별함은 그들이 서로를 다른 만남과 바꿀 수 없게 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그들의 관계 만큼 특별하지 않다. 키퍼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지저분한 버릇을 못 버렸고, 길을 걸을 때는 소냐의 느린 걸음을 답답해 한다. 소냐는 며칠씩 집안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키퍼는 잠시도 붙어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려 한다.
어느날 소냐가 공원으로 나가 그림을 그리는 사이, 키퍼는 떠돌이 개들을 따라 소냐 곁을 떠난다. 그들과의 만남은 즐거웠고, 근처에서 만난 꼬마들과의 공놀이는 흥겨웠다.
그러나 키퍼는 ‘소냐의 키퍼’였지 다른 개들이나 공원의 꼬마들에게는 수많은 떠돌이 개 가운데 한 마리였을 뿐이다. 키퍼는 그들과의 만남이 소냐와의 만남과는 근본적으로 같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다시 소냐를 만난 키퍼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소냐와 함께 감자튀김을 먹는다. 특별한 사람과 먹는 감자튀김은 남들과 먹는 초콜릿보다 맛있다. ‘나와 그와의 관계’라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 세상 어느 맛과도 다른 향을 넣어주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조미료이니까.(2002.06.15 김태훈 기자)
소년동아일보/책마을
어느 날 떠돌이 개 키퍼는 전망대에서 소냐를 만난다. 소냐는 키퍼를 집에 데려가 함께 살기로 한다. 사람들은 일년 내내 똑같은 옷에 이상한 보따리를 들고 다니는 소냐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데……. 사람들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 등 관계를 아름답게 설명해주는 그림동화. (2002.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