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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라의 리본 크게보기

이자벨라의 리본

저자

이치카와 사토미

저자

이치카와 사토미

옮김

김경연

발행일

2003-04-10

ISBN

32쪽

가격

89-7474-962-9 77840

가격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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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흑백 사진 한 장이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닷가에 야자나무 한 그루. 그리고 그 위에 앉아 있는 여섯 명의 여자 아이들. 그런데 하나 같이 머리에 리본을 묶고 있다. 가운데로 묶은 아이, 옆으로 묶은 아이, 위로 묶은 아이, 양 갈래로 묶은 아이. 심지어 옆에서 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꼬마 아이까지도. 왜 모두들 머리에 리본을 묶고 있는 걸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기는 일년 내내 햇빛이 빛나고, 알록달록 꽃이 피고, 달콤한 열매가 가득한 섬이다. 이 섬엔 이자벨라라는 여자 아이가 살고 있는데, 별명이 리본 아가씨다. 리본을 너무나 좋아하여 늘 매고 다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본을 색색으로 수십 개나 갖고 있다.
다른 한편 이자벨라는 리본만큼이나 숨바꼭질을 좋아한다. 숨바꼭질 친구는 사만다(개), 이웃집 패트리아 아주머니, 할머니다. 이자벨라는 분홍 히비스커스에 숨을 때는 분홍색 리본을 묶고, 노란 바나나 나무 사이에 숨을 때는 노란 리본을 하고, 빨간 꽃 속에 숨을 때는 빨간색 리본을 묶는다.
그런 어느 날 늘 같이 놀아주던 사만다, 이웃집 아주머니, 할머니 모두에게 일이 생긴다. 결국 이자벨라는 혼자서 리본을 담아 들고 망고 나무에 올라간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숨바꼭질 놀이가 오늘은 재미없다. 혼자서는 숨바꼭질 놀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자벨라에게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눈다는 건……, 또 다른 행복
아이들을 보면 유난히 어떤 물건에 집착하는 것을 많이 본다. 때론 그것이 장난감일 수도,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함께 갖고 놀거나, 공유하지 못한다는 게 대부분 아이들의 모습이다. 좋아하는 것은 차곡차곡 쌓고, 하나둘씩 모으고, 꼭꼭 숨기면서 다른 사람은 손도 못 대게 한다.

이 책 속의 주인공 이자벨라에게는 그런 대상이 바로 리본이다. 그렇기에 항상 리본을 갖고 다녀야 한다. 물론 타인과 놀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리본은 언제나 이자벨라의 것이다. 함께 숨바꼭질을 해도 리본을 하고 있는 건 오직 이자벨라 혼자뿐이다.
그런 어느 날 혼자 리본을 들고 나무 위로 올라간 이자벨라는 외롭다고 느낀다. 좋아하는 리본이 나무 위에 무수하게 많지만 그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때 작가는 아자벨라에게 판타지적인 체험을 통해 중요한 걸 깨닫게 한다. 아무리 많은 리본이 있어도, 아무리 색색의 리본이 많이 있어도 혼자 보다는 함께 노는 게 훨씬 즐겁다는 걸.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눈다는 즐거운 일이고, 그 즐거움을 함께 할 또래의 친구가 있다는 건 행복하다는 걸 말이다.
이치카와 사토미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일찍부터 외국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유럽, 이탈리아, 파리, 미국, 영국 등을 여행하며 작가는 자신이 방문했던 곳이나 만났던 사람들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 특히 이치카와가 이자벨라에게 ‘함께 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장면은 판타지를 통해 신선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수채화풍의 그림은 투명한 햇살처럼 맑은 아이들의 마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