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인 그림에 한 가닥 판타지를 짜 넣어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상상 속에 머물고 있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 혼북
이전의 작품들보다 더 복합적으로 판타지와 현실이 섞여 있으며, 효과는 더욱 미묘하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색과 형식이 주는 기쁨은 여전히 매혹
적이다. -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작가는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섬세한 선을 탐험한다. 풍부하고 강렬한 삽화로 채워진 매혹적인 책이다. - 잉그램
우수 어린 스토리에 직선적이며 차분한 글은 선명한 초록과 황금빛 풍경 그림과 대조를 이룬다. 작가는 뜻하지 않은 가벼운 사고를 소재로 잡아 진정 신비로운 사건을 만들어 낸다. - 퍼블리셔즈 위클리
<나그네의 선물>은 농부 베일리씨가 트럭을 몰고 가던 중 한 남자를 차에 치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오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된다. 남자는 기억을 잃어버려 베일리씨네 가족은 남자와 함께 생활하게 되고 그러면서 남자는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가벼운 사고를 소재로 신비로운 사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 만나요, 우리!
어느 날 베일리씨는 자기 차에 치인 남자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는 기억도 잃고 말도 할 줄 몰랐다. 남자는 베일리씨네 가족과 함께 생활하게 되고, 점점 한 가족처럼 잘 지내게 된다. 몇 주일이 지나도 남자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지만 아무도 그런 남자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는 어느 날 높은 언덕에 올라 멀리 북쪽의 나무들이 단풍 든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 한다. 날이 갈수록 그 느낌은 점점 강해지고 나그네는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어느 날 자기가 무심코 불은 초록빛 이파리가 붉게 변하자 무언가를 깨닫고, “다음 가을에 만나요”란 말을 남기고 베일리씨 가족을 떠난다.
그렇다면 나그네의 정체는 무엇인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한 농가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 속에 끊임없이 나그네의 정체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처음 집에 와서 의사를 불러 나그네를 진찰하는 날도 나그네의 체온을 쟀던 체온계가 수은이 바닥에 붙어버려 고장이 나고, 작열하는 태양아래 호박을 올리는 일을 하면서도 전혀 피곤해하지도, 땀 한 방울 흘리지도 않았던 일. 지는 해 뒤로 보이는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최면이 걸린 듯 넋 놓고 바라보던 모습이나, 북쪽 나무들의 단풍을 보며 자꾸 이상한 느낌을 강하게 받고, 심지어 자신이 있는 베일리씨네 농장 주의의 초록빛이 단조롭고 싫다고 생각하는 나그네는 아무래도 보통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독자로 하여금 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베일리씨네 농장은 예전의 농장과는 다르다. 나그네가 떠난 후 베일리씨네 농장엔 다른 어떤 북쪽 나무들이 색깔이 변해도 일주일 더 초록빛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하룻밤 새 어떤 나무보다도 밝은 빨강과 주황빛으로 가을을 시작하게 된다. 그건 아마도 나그네가 남기고 간 선물일 것이다. 베일리씨가 좋아하는 그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때를 조금이나마 더 길게 느끼게 해 주고픈 나그네의 선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 세상이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 꼭 우리 어머님들은 “밤새 눈 손님이 오셨나보구나!”라고 말하시기도 했던 기억.
이쯤에서 우리는 나그네의 정체를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나그네의 선물>에서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다시 한번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섬세한 선을 찾아낸다. 그는 이 책에서도 특유의 명암과 색의 대비를 통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초록빛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여름에서 무르익은 가을의 풍경, 황금빛으로 물든 태양 아래 호박을 들어올리는 나그네의 모습, 지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나그네와 그 나그네를 바라보는 해맑은 아이의 모습, 숨을 내쉬자 나뭇잎이 초록에서 황금빛 빨강으로 천천히 변하는 그림 속의 나그네의 표정 등에서 섬세한 음영 하나하나가 잘 살아나고 있다. 칼데콧 상을 수상한 대가다운 이야기꾼의 눈을 통해 보여 지는 계절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Chris Van Allsburg)
1949년 미국 미시건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미시건 주립대학과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 조각 미술을 공부했다. 어릴 적에 올챙이를 잡고, 썰매를 타고, 야구를 하며 놀던 기억이 어린이책을 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주만지> <북극으로 가는 급행 열차> <압둘 가사지의 정원>으로 세 차례 칼데콧 상을 받았고 <주만지>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벤의 꿈> <리버벤드 마을의 이상한 하루>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등이 있다.
?顚?독어독문학과에서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아동문학관련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동문학가이며 번역가인 선생은 많은 어린이책 번역하고 좋은 외국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행복한 청소부> <바람이 멈출 때> <달려라 루디> <새로운 피노키오1?2> <브루노를 위한 책> <사라진 나라> <왕도둑 호첸플로츠> <빨간 나무>등이 있다
국민일보(2003. 11. 14.)
어머니께 드리는 귓속말 나그네의 정체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 세상이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러면 할머니가 살며시 다가와 “밤새 눈 손님이 오셨구나!”하고 말해주지요.『나그네의 선물』은 할머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눈 손님’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이랍니다.
여름이 저물어 갈 무렵 베일리씨는 숲 길을 자동차로 달리다가 쿵하며 무엇인가가 부딪히는 것을 느끼고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답니다. 도로에는 웬 낯선 남자가 누워있었지요. 베일리씨는 남자를 부축해 자신의 농장으로 데려와 정성스레 치료를 해줍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났는데도 남자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는거예요. 캐티는 아빠가 엄마에게 속삭이는 말을 들었지요. “숲속에서 혼자 숨어 사는 은둔자일 거야.”
나그네는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었지요. 의사선생님이 나그네를 진찰하던 날, 체온계의 수은이 바닥에 붙어버려 고장이 나고, 뜨거운 태양 아래 호박을 올리는 일을 하면서도 나그네 아저씨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주위가 온통 빨강 주황빛의 단풍으로 물들었지만 베일리씨 농장은 여전히 초록빛을 띠고 있었죠. 나그네는 그런 초록잎들이 단조롭다고 생각했는지 나무 이파리 하나를 따 별 생각없이 훅! 하고 힘껏 불었답니다. 나뭇잎은 금새 붉게 변했지요.
그날 저녁 식사때 베일리씨 가족은 나그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지요. 나그네는 마침내 집을 떠나갈 결심을 했던 것이죠. 캐티와 엄마 아빠와 함께 아저씨를 배웅하러 마당으로 나왔지만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나뭇잎들은 더 이상 초록빛이 아니었지요. 캐티는 집으로 들어오다가 서리 낀 창문 위에 “다음 가을에 만나요”라는 말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죠. 이쯤에서 나그네의 정체를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적인 그림인데도 현실과 상상의 틈새에 한 가닥 판타지를 짜 넣는 작가의 솜씨를 맛볼 수 있답니다. (정철훈 기자)
문화일보(2003. 11. 13.)
가을을 선물한 아저씨의 정체는……
현실과 환상(꿈)의 미묘한 경계, 초현실적인 사건, 그리고 마지막에 마주치는 낯선 현실의 이면.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작품세계는 탁월한 데생력과 결합돼 거부할 수 없는 매혹으로 다가온다.
1986년도 작품『나그네의 선물』(원제 Stranger)도 알스버그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그림책이다. 다만 기괴하고 어두운 유머가 특징인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보인다. 여름이 가을로 바뀌어 가는 어느 날, 베일리씨는 트럭을 몰고 가다 사람을 친다. 남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는 3주간 베일리씨 집에 머물며 그들과 친구가 된다. 의사가 체온을 재면 수은이 바닥에 붙어버리고 식탁에서 수프에 후후하고 불면 문틈으로 바람이 세게 들어오고, 햇빛 아래 일해도 땀이 나지 않는 이 남자는 누구일까? 모두 알스버그가 던져주는 퍼즐조각들이다.
알스버그는 자신의 그림책을 퍼즐 맞추기라고 했다. 궁금증으로 시작해 마지막에 완성되는 퍼즐. 조각을 계속 맞춰보자. 남쪽으로 날아가는 철새에게 눈을 떼지 못하던 남자는 북쪽 나무들은 벌써 빨갛게 물들었는데 베일리씨 농장부터 남쪽의 나무들은 여전히 초록색임을 알게된다.
무심코 나뭇잎 하나에 훅하고 입김을 불어넣는 순간 붉은 빛으로 변하는 나뭇잎. 남자는 가족들을 한꺼번에 껴안은 뒤 집을 떠난다. 그 순간 날은 추워졌고, 나뭇잎은 붉은 색으로 변한다. 그 뒤 매년 가을이 되면 베일리씨 농장에는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북쪽 나무들이 단풍이 든 뒤에도 베일리씨 농장의 나무들은 일주일 더 초록으로 있다가 하룻밤 사이에 그 어떤 나무보다 붉게 변한다. 그리고 서리 낀 창문 위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있다. 다음 가을에 만나요. 이제 독자들은 퍼즐을 다 맞추고 아름다운 전체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알스버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그림책은 모두 정서적 혹은 도덕적 주제를 갖는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면 주제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소년이 잃어버린 선물을 산타할아버지가 돌려주는『북극으로 가는 기차』는 믿음을,『주만지』는 인내와 극복을,『압둘가사지의 정원』은 마술적 현실을 말했단다. 그렇다면『나그네의 선물』은?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순환의 섭리.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 /최현미 기자
조선일보(2003. 11. 12.)
“곱게 단풍 물든 가을, 누구의 솜씨일까요?”
여름은 어떻게 해서 가을로, 가을은 또 어떻게 해서 겨울로 옮아가는 걸까. 가을햇살 다습게 스며든 베란다에 앉아 단풍 물든 먼 산을 바라보며 뜬금없이 묻는 아이의 질문에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려 든다면 십중팔구 당신은 멋없는 어른이다.
그러고 보면 “마법의 세계는 존재하며 그것의 다른 이름은 동심”이라고 믿는 미국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참 운치 있고 상상력 넘치는 사람이다. 모든 사물을 살아 있는 생물로 의인화시키기 좋아하는 아이들처럼 그 역시 계절의 변화를 일으키는 주인공을 사람의 형상으로 바꿔놓았다.
이야기는 산 중턱의 도로를 내달리던 베일리씨의 트럭이 숲속에서 불쑥 나타난 한 남자와 부딪히게 되면서 시작된다. 가죽옷을 입은 그 남자는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의사는 그 남자가 기억을 잃었다고 진단한다.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나그네는 친절한 베일리씨의 가족들과 함께 생활한다. 베일리씨의 딸 캐티와도 놀아주고 농사 짓는 베일리씨의 갈퀴질도 열심히 도와준다. 베일리씨 아내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식구들과 춤을 추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신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나그네는 농장에서 가장 높은 언덕으로 올라갔다가 이상한 풍경을 보게 된다. 멀리 북쪽에 있는 숲들은 벌써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한데 베일리씨 농장 주변의 나무들은 여름날의 녹음 그대로 초록빛이기 때문이다. 초록색 나뭇잎을 보자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느낀 나그네는 별 생각없이 초록 이파리에 ‘훅∼’하고 바람을 부는데 순간 이파리의 색깔이 단풍빛으로 붉게 물든다.
이쯤 되면 몇몇 성급한 아이들은 나그네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박수를 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무딘 어른들이 있다면 작가가 그림 속에 일부러 떨어뜨려놓은 단서를 하나씩 주워서 꿰맞춰 보자. 나그네의 체온을 잰 체온계의 수은주는 왜 바닥에 붙어 올라오지 않았을까. 나그네가 수프에 입을 대고 ‘후후’ 바람을 불자 부엌 안이 왜 갑자기 추워졌을까. 사람을 보면 쏜살같이 도망치는 토끼들이 나그네에게는 깡충깡충 달려와 함께 노는 모습, 이상하지 않은가?
그림 또한 나그네가 누구인지 암시하는 장면들을 중심으로, 유채물감의 도탑고 따사로운 질감을 활용해 가을날의 서정을 흠뻑 살려냈다. 알스버그의 회화 실력은 연필만으로 마법의 세계를 정교하게 되살려낸 그의 첫 그림책『압둘 가사지의 정원』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김윤덕 기자
어린이 동아(2003. 11. 12.)
그림이 아름다운 책
농부 베일리씨는 자기 트럭에 치인 남자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는 사고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렸고 말도 할 줄 모른다. 남자는 베일리씨 가족과 한 가족처럼 잘 지낸다.
어느 날 언덕에 오른 남자는 멀리 북쪽의 나무들은 단풍이 들어 빨갛고 노랗게 변했지만 베일리씨 농장 주위는 여전히 초록빛인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 한다. 다음날 남자는 농장의 나무 이파리 하나를 따서 ‘훅’하고 입김을 분 뒤 ‘다음 가을에 만나요’란 말을 창문에 남기고 떠난다.
『나그네의 선물』의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골 농장의 풍경 속에서 나그네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킨다.
그가 떠난 뒤 베일리씨 농장의 나무들은 다른 지역보다 더 오래 초록빛을 간직했다가 하룻밤 사이에 아름다운 단풍이 들어버린다. 베일리씨가 좋아하는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시간을 오래 느끼도록 해주려는 나그네의 선물일까.(김세원 기자)
경향신문(2003.11. 8.)
아저씨의 선물은…… 가을이야
아이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거나, 꼭 알고 있어야 할 신화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평생의 자산이 되는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의 싹을 길러주는 그림책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어린 시절의 필독서다.
정보와 상식은 언제든지 보충할 수 있지만, 상상의 저 너머 먼곳에 시선의 초점을 두고서 보일락말락하는 엷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상상력’의 주사는 이때 ‘접종’하지 않으면 영원히 상상력 불감증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그림책은 ‘상상력의 주사’ 같은 책이다. 더구나 가을을 소재로 한 만큼 계절적으로도 딱 들어맞는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자주 읽어준 부모라면 그림책 표지만 보더라도 ‘아! 이 그림!’하는 친근감을 가질 만하다.『주만지』『압둘 가사지의 정원』등으로 유명한 바로 그 저자니까. 현실과 판타지의 묘한 경계선에서 ‘알스버그 특유의 테마공원’을 만들어 왔던 저자는 이번에는 ‘가을 바람’ 같이 맑은 자연의 판타지를 만들어냈다.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시기를 가장 좋아하는 베일리가 가을이 오기 직전의 어느 날, 트럭을 몰고 가다가 누군가를 차로 치면서 그 아름다운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이상한 가죽옷을 입은 남자였다. 그 남자는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이상한 것은 그를 진찰하러 온 의사가 체온을 재자 체온계의 수은이 바닥에 달라붙어 움직이지를 않고, 아무리 일을 해도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프를 먹으려고 ‘훅~’하고 입김을 불자 방안에는 갑자기 찬바람이 휙 하고 불어온 것이다. 그러나 베일리 가족도, 그 남자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한다.
어느 날 그 남자는 언덕에 올라갔다가 북쪽 산에 단풍이 물든 것과 달리 이쪽 산은 여름처럼 초록색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나뭇잎을 주워 무심코 입김을 불자 갑자기 초록잎은 단풍이 된다. 바로 그때,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남자는 처음에 입었던 가죽옷을 입고 베일리 가족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버린다. 다음날 아침, 하룻밤새 주변 산은 붉은 단풍으로 물든다. 그리고 매년 가을, 그곳은 다른 산들보다 1주일 늦게 단풍이 들고, 베일리 집 창에는 “다음 가을에 만나요”라는 글씨가 써 있다.
그 남자가 누군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지 않은가. 혹시 그 ‘가을의 남자’는 매년 가을이 되면 베일리네 식구들이 눈치 못 채게 그 집 부근을 서성이며 그 집 가족들과 보냈던 옛 추억을 회상하는 건 아닐지, 여름에서 가을이 되는 시기를 제일 좋아하는 베일리는 1주일 더 오래 그 시기를 즐기게 해준 나그네의 선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끝도 없는 상상이 펼쳐진다. 지금쯤 그 나그네는 어디쯤에서 가을의 입김을 불어넣으며 헤매고 있을까.
/이무경 기자
중앙일보(2003. 11. 8.)
계절을 나그네에 빗대어 서정적으로 표현한 그림책. 베일리 씨 가족에게 한 나그네가 오면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난다. 이 남자는 일을 해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는 이상한 사람. 그러나 그가 다녀간 뒤로는 베일리 씨 단풍은 어느 집보다도 아름답게 들게 됐다고 한다.
한국일보(2003. 11. 8.)
환상과 현실 사이를 섬세하게 오가는 매혹적인 그림책. 어느날 베일리씨 가족과 살게 된 한 낯선 남자. 그는 교통사고로 말과 기억을 잃었다. 그가 왔다 떠난 뒤로 베일리씨네 농장 주변 풍경은 유독 아름답고 날씨는 유난히 좋다. 그것은 신비한 나그네의 선물일까. 부드러운 음영이 깃든 그림이 무척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