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처럼 꼭 닮은 쌍둥이 파울과 페터. 하지만 엄마는 첫눈에 봐도 누가 누군지 알 수 있다. 다만 한꺼번에 둘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그럼 다른 동물 엄마아빠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은 붕어빵처럼 닮은 아이들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는 엄마아빠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숫자에 상관없이 하나하나 사랑스럽고,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더불어 아이들과 함께 하나, 둘, 셋, 넷, 늘어가는 그림 속 동물들을 세어 보는 재미도 느끼게 해 준다.
안네게르트 푹스후버
1940년에 태어나 아우크스부르크 미술학교를 다녔다. 1968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책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세계 여러 나라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독일청소년문학상(그림책 부문), 오스트리아 아동청소년문학상(일러스트레이션 부문), 독일 에반겔리온 일러스트레이션상을 받았다. 1998년 사망한 뒤에도 독일 어린이 그림책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김경연
서울대학교 독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일 판타지 아동 청소년 문학을 주제로 박사 후 연구를 했다. 옮긴 책으로는 <새로운 피노키오> <브루노를 위한 책> <행복한 청소부> <생각을 모으는 사람> <나무 위의 아이들> <빨간 나무> <바람이 멈출 때>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둘이 많다고? 무슨소리! 많을수록 좋아
아이를 임신한 예비엄마가 산부인과에 갔다가, 혹시라도 ‘쌍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십중팔구는 ‘이제 고생길이 훤하다’고 한숨을 푹푹 쉴 것이다. 임신 중에 힘든 것은 물론이고, 두 아이를 함께 젖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 그뿐인가. 학교 교육비도 두 배, 교사 면담도 동시에 두 번을 가야 하고, 옷도 물려 입힐 수 없다. 아이들을 결혼시킬 때도 두 배로 돈이 들고, 손자 손녀를 봐줘야 하는 부담까지 생각하면 앞이 캄캄한 일이다.
그림책 첫장에 등장하는 일란성 쌍둥이인 파울과 페터의 엄마도 “한꺼번에 둘은 너무 많아!”라며 한숨을 쉰다. 그때 아기 곰 둘을 키우는 엄마 곰이 불쑥 끼어든다. 셋은 몰라도 둘 키우는 건 전혀 힘들지 않단다. 그러자 다음 장에선 세 아기 사자의 아빠 사자가 등장해 셋이 적당하다고 한다. 마치 끝말잇기처럼 네 아기 두더지네, 다섯 아기 올빼미네, 여섯 아기 고양이네가 차례로 장을 바꾸어 나타난다. 마지막에는 100개 이상 알을 낳는 개구리까지 이어진다.
가끔씩 ‘너희들 때문에 못살아’ 하고 푸념한 엄마들은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은근히 ‘자아 반성’을 하게 될 것 같다. 듣는 아이들은 숫자를 익히게 될 것이고. 2~4세. 김경연 옮김. 9,000원
[2006.03.06 경향신문 이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