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고양이들의 나라 냐우루.
이곳의 유명한 고등어 크림 우동 가게에서
고양이 사장의 돈봉투가 사라졌어요!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이고,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양이 사장의 돈봉투를 가져간 범인은 누구일까?
냐우루는 고양이들의 나라예요. 높은 건물들이 나무처럼 솟아 있고 번쩍이는 자동차들은 빠르게 달려가요. 맛있는 음식도 많아 살기 좋다고 소문난 곳이지요. 그래서 냐우루로 이사 오고 싶어 하는 다른 나라 동물들이 언제나 넘쳤어요.
냐우루 고양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고등어 크림 우동이에요. 통통한 면발을 생크림과 함께 섞고 숯불에 노릇노릇 구운 고등어를 올린 후 싱싱한 파를 송송 썰어 고등어 위에 얹으면 완성!
고등어 크림 우동이 맛있기로 소문난 이 가게는 손님들로 늘 북적였어요. 돈을 세는 건 고양이 사장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에요. 오늘은 손님이 많아서 더 신이 났어요.
그런데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그만! 돈을 넣어 둔 봉투가 사라졌어요. 고양이 사장은 냐우루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고양이 형사를 불렀어요.
“범인은 분명 직원들 중에 있어요, 형사님!” 흥분한 사장이 말했어요. 형사는 직원들을 불러 달라고 했지요.
이 가게에는 다른 나라에서 이사 온 직원들이 일하고 있어요. 음식을 나르는 곰 씨는 남쪽 나라에서 왔어요. 냐우루 고양이와 결혼하면서 이곳에 살게 됐지요. 주방장인 여우 씨는 북쪽 나라에서 왔어요. 가족에게 보낼 돈을 벌러 냐우루에 왔대요. 주방 일을 돕는 표범 씨는 동쪽 나라에서 왔어요. 동쪽 나라에 전쟁이 터져서 냐우루로 피난 왔대요.
불려 온 직원들은 눈만 껌뻑였어요. 매서운 눈초리의 형사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지요. 잘못하다간 냐우루에서 영영 쫓겨날 수도 있으니까요.
과연 고양이 사장의 돈봉투를 가져간 범인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이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속에 자리 잡은 편견, 그리고 잘못된 편견이 만들어낸 차별!
고양이 사장은 돈봉투를 가져간 범인이 직원들 중에 있다고 의심해요.
남쪽 나라에서 온 곰 씨를 의심하는 이유는, 곰 씨가 평소 말도 잘 안 하고 고등어 크림 우동도 먹지 않기 때문이래요. 냐우루를 싫어하는 것 같다나요. 북쪽 나라에서 온 여우 씨를 의심하는 이유는, 그 나라 여우들은 다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래요. 동쪽 나라에서 온 표범 씨를 의심하는 이유는, 그 나라 표범들이 무섭고 잔인하다고들 하기 때문이래요.
이건 옳지 않아요. 고양이 사장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다른 나라 동물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잘못된 편견 때문에 직원 중에 범인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거니까요. 그들이 냐우루를 싫어하고, 사기꾼이고, 잔인하다는 건 순전히 고양이 사장의 잘못된 편견일 뿐, 정말로 그런 건 아니에요.
우리 주변에도 곰 씨나 여우 씨 그리고 표범 씨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많아요. 혹시 우리도 고양이 사장처럼, 그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나요? 나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낯선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그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요. 그리고 그 편견을 바탕으로, 그들을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요.
어느 나라 사람들은 게으르다던데, 어느 나라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던데, 어느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무섭다던데, 어느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잔인하다던데 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잘못된 편견을 갖는 것은 옳지 않아요. 만약 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저 사람은 이럴 것이다.’라고 편견을 가지고 나를 대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일 거예요.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해요. 차별하지 말고 말이에요.
<민주 시민 그림책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이 책은 <민주 시민 그림책> 시리즈 두 번째 권이에요. <민주 시민 그림책>은 이야기를 읽으며 더불어 사는 민주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과 자세를 함께 생각해 보는 그림책 시리즈예요. 시리즈 첫 번째 권은, 다른 사람들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보고도 내 일이 아니라며 방관했을 때 그것이 우리에게 똑같이 되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은 《만약에 내가》예요.
이 책을 읽으며 혹시 내가 편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아요. 그 편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아요. 우리는 생김새와 상관없이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동등하고,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답니다.
▶ 글쓴이 윤예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나도 모르게 따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뜨끔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의 부끄러웠던 마음을 담아 이 그림책을 썼어요. 인도네시아 유엔난민기구에서 안전한 나라를 찾아 바다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난민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 뒤, 세상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학을 공부했고,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일하며 세계를 움직이는 힘에 대해 더 배웠어요. 《오늘부터 나는 세계 시민입니다》를 포함해 세계 시민을 주제로 일곱 권의 책을 썼어요.
▶ 그린이 정문주
어린 시절부터 책에 낙서하고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했어요. 대학에서는 프랑스 언어를 공부했지만 그림 그리는 일이 더 좋아 오랫동안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식물을 키우고 자박자박 산책하고 여기저기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 최근에 그린 책으로는 《지각하고 싶은 날》 《바글바글 바이러스》, 쓰고 그린 책으로 《열무와 할머니》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