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양극화의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사회
돌이켜 보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희구하는 사람들에게 참여정부의 등장은 기대를 안겨주었었다. 참여정부가 서민의 편에 서서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참여정부는 한국 사회에서 절차적 민주주의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앞당길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주었었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지난 4년 동안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사회적 배제의 확대와 계층간 소득 불평등의 심화를 경험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나서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가 소득 양극화라고 밝히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계에서 소득의 불평등은 피할 수 없지만, 1997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사회에서 소득분배의 불균형과 함께 양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사회 전체의 소득 분포 차원에서 중간층이 감소하고 양 극단으로 흩어지는 이른바,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며 한국 사회는 사회통합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참여정부가 스스로 소득 양극화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사회문제라고 밝히면서, 소득 양극화의 실체와 원인 그리고 해법을 둘러싸고 많은 이론적ㆍ정치적 논란이 이어져 왔다. 소득 양극화가 실체적 사실을 기술하는 개념이냐, 소득 양극화의 책임이 참여정부에 귀속되느냐,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이 성장이냐 아니면 분배냐 등은 종종 논란거리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객관적ㆍ실증적 자료에 기초하여 한국 사회의 소득양극화 현상을 규명한다. 그리고 소득 양극화의 원인을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구조주의적 이해와 정부의 정책적 대응의 결과라는 기능주의적 이해에서 동시에 찾는다. 즉, 한국 사회에서 소득 양극화는 세계화, 탈산업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사회문제이며, 사회경제적 변화가 초래하는 소득 양극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효과적이지 못하였기 때문에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본다.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에 적절하지 못한 한국의 사회정책
김대중 정부는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발전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정부로 평가된다. 참여정부는 김대중 정부처럼 새로운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이나 확대적용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는 않았어도, 큰 틀에서 보면 사회복지의 확대에 대하여 우호적 태도를 지녀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적어도 1997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사회복지를 위한 국가의 역할은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 사회복지정책의 사회적 결과는 내세울 것이 없다. 한국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심화되어 온 소득 양극화 문제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해 오지 못하였던 것이다. 사회복지를 위한 국가역할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 사회에서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사회통합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을까?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한국의 복지체제가 세계화의 압력, 후기산업사회로의 이행, 저출산ㆍ고령사회로의 진입이라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소득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한국의 사회정책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소득 양극화라는 사회문제에 올바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양극화를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밝힘으로써 사회문제를 실증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사회적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올바른 정책수단을 선택하였는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결정적 관건이 된다. 왜냐하면, 정부 정책은 기업가와 근로자들에게 제제 혹은 유인의 기제로 작용함으로써 경제활동의 변화를 유도하여 소득 양극화를 향해 치닫고 있는 사회경제적 구조의 재편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화, 탈산업화, 고령화의 사회구조적 변화에 직면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사회통합을 공고화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필요로 한다. 정부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정책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복지체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 책에서는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의 사회정책결정을 이끄는 정책아이디어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서 정부는 사회정책을 통하여 노동력의 재생산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노동공급을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정책 결정과정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 정책아이디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며, 이 책에서는 사회정책의 주요 영역인 소득보장, 고용, 인적자원개발, 노인복지, 건강보장 분야에서 한국 정부가 사회통합을 위하여 추진해야할 정책 과제를 제시한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향하여 나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사회정책의 대안을 찾고 있는 연구자, 정책결정자, 실무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학과 교수
박경숙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신동면 경희대학교 사회과학부 행정학과 교수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홍경준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책머리에 9
제I부 사회통합의 위기와 정책 환경의 변화
제1장 사회통합의 위기: 소득 양극화의 심화/신동면 17
제2장 정책 환경의 변화와 국가발전 전략의 선택/신동면 27
제II부 한국 복지체제의 성격과 재설계
제3장 한국 복지체제의 성격/홍경준 65
제4장 생산체제와 복지체제의 재설계/신동면 109
제III부 사회양극화 극복을 위한 사회정책 설계
제5장 소득보장정책/홍경준 147
제6장 일자리 문제와 고용정책/전병유 187
제7장 인적 자원개발정책/채창균 217
제8장 노년의 제도화와 복지: 기능, 갈등, 시선들/박경숙 253
제9장 건강보장정책/ 권순만 301
10장 결론: ‘지속가능한 발전적 사회정책’을 향해/신동면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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