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없는 세상, 허상이 아닌 현실로
나만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이기주의나
핵무기로 나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합리화 대신
모두가 내려놓는 현명한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동안 꾸준히 한국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 거리를 제공해 온 풀빛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가 《국제거래와 환율 쫌 아는 10대》에 이어 오랜만에 국제 무대로 눈을 돌렸다. 시리즈의 아홉 번째 신간인 《핵무기와 국제정치 쫌 아는 10대》는 인류 과학기술의 절정체이면서도 강력한 파괴력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동시에 핵무기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헤게모니(Hegemony: 주도권)를 쥐기 위한 여러 나라의 과거와 현재 모습, 전략, 계획, 과정도 상세히 알려 준다.
보통 핵무기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제일 먼저 북한을 떠올린다. 2006년부터 핵무기 개발을 시작한 북한은 2017년까지 국제사회의 반발을 감수하고 총 여섯 번의 실험을 거쳐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강도 높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며 북한을 압박한다. 6.25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이면서 그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없고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테러와 도발을 일삼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안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나라들이 깨끗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북한보다 수백 배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했고, 영국과 프랑스도 입으로는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 준 적은 한 번도 없다. 중국 역시 핵무장이 가능한 핵잠수함 개발을 위해 군비를 증강하는 등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인도와 이스라엘, 파키스탄 등은 미국의 침묵을 등에 업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이것을 지적하며 자신들의 핵무기 보유 역시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면서 생긴 팽팽한 대치가 계속되고 핵전쟁의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내고 해결책을 제시해 온 김준형 교수가 십대를 위해 책을 냈다. 이 책은 핵무기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 주고 비빔밥처럼 뒤섞인 국제사회의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착하고 북한은 나쁘다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각국의 입장을 들어 보고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청소년 스스로가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결코 북한의 핵무기를 옹호하거나 미국이 주도한 대북 제재를 비난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게 아니다. 북한의 입장과 미국의 입장 모두를 들어 보고 중간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 저자의 취지이다. 그러면서 누구는 핵무기를 가져도 되고 누구는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이중잣대를 버리고 모든 핵무기는 사라져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폴란드 볼’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이다. 밈(meme)에 익숙한 청소년 독자에게 장황한 설명이나 설정 대신 국기를 얼굴에 넣는 간단한 방법으로 어느 나라인지를 설명하고, 눈과 입만으로 감정을 표현한 방식은 독자에게 핵무기와 국제정치라는 어려운 주제를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을 제시한다. 《핵무기와 국제정치 쫌 아는 10대》를 통해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갖추고 핵무기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가져 보자.
평화를 위한 핵무기는 모순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향하던 1945년 8월, 일본은 도쿄대공습과 필리핀해 해전을 겪으며 거의 모든 육·해·공군력을 상실했으면서도 결사 항전을 주장했다. 6년에 걸친 전쟁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막대한 전비를 소모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연합군의 수뇌부들은 하루빨리 전쟁을 끝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한다. 이후 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하자 많은 사람은 전쟁이 끝났다는 것에 기쁨을 표했고, 평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핵의 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아무리 강한 무기라도 단 한 방에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낸 적은 없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핵무기를 만들어 낸 인류의 기술적 진보에 경외감을 갖고 찬사를 보내면서도 핵무기의 파괴력에 두려움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만약 이 핵무기를 우리나라만이 아닌 다른 나라도 보유하고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된다면?’이라는 가정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리에 자리 잡는다. 이후 핵무기 개발을 주장한 실라르드의 편지를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달해 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지휘자 줄리어스 오펜하이머 박사 모두 핵무기를 경고하고 추가 개발을 반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Cold War)이 시작되며 핵무기를 통한 체제 경쟁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전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상대를 확실하게 제압하고 나의 안전을 보장해 줄 카드가 필요했고 그것에 핵무기보다 잘 어울리는 것은 없었다. 두 나라는 경쟁적으로 핵무기의 생산과 개량에 열을 올렸고 급기야 1966년에는 두 나라가 보유한 핵무기의 숫자만 7만 개에 달한다. 인류는 이제 수십 번이라도 지구를 파괴할 만한 강력한 힘인 핵무기에 의해 위협받는다.
혹자는 냉전을 통해 급속한 기술 발전이 이어져 왔고, 그 결실인 GPS나 인공위성 기술을 현재의 우리가 누리는 만큼 핵무기를 통한 기술 개발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화로운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핵무기는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존재만으로도 평화를 위협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런 주장은 궤변이다. 또 개발된 핵무기를 테스트하는 지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되고 수중 핵실험이 이루어진 바다 주변에 기형 물고기가 나타나는 등 생태 환경이 파괴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핵무기는 필요악이 아니라 절대악이다. 핵무기는 필요한 것이 아니라 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핵무기의 위험성과 함께 핵무기를 둘러싼 여타의 주장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핵무기와 핵무기를 옹호하는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십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십대에게 핵무기는 어쩌면 나와는 별 관련 없는 추상적인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국가가 다루어야 할 것을 학생인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핵무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간과할 것이 아니다. 핵무기가 나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고 침해한다는 점을 생각하며 어느 한쪽에게는 허용되고 다른 쪽에게는 불허되는 선택적 핵무기의 허용이 아닌 모두의 포기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 보자.
공포의 균형 같은 건 필요 없다
노벨이 살던 19세기 중반, 건설 현장이나 전장에서 자주 사용하던 니트로글리셀린은, 성능은 좋았지만 깃털만 닿아도 폭발할 정도로 불완전했다. 불을 붙인 것도 아니고 단순히 물건을 운반하거나 보관할 때에도 걸핏하면 터지기 일쑤였고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노벨 역시 동생을 포함해 직원 다섯 명을 니트로글리세린 폭발 사고로 잃은 아픈 과거가 있었다. 때문에 그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결국 안전성을 높인 폭약인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었다.
다이너마이트는 매우 유용했다. 예전처럼 사고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습도나 기온 등을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다이너마이트는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으로 팔려 나갔고 노벨은 큰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프랑스와 프로이센 사이에 전쟁이 터지자(보불전쟁) 다이너마이트는 군사용으로 쓰여 수많은 프랑스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다이너마이트를 군사용으로 개량하면서 강한 화력이 전쟁을 억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노벨이었지만, 현실은 그의 의도와 정반대로 굴러갔다.
미국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개틀링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의사였고 전쟁으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을 목도하자 단 한 대로 여러 명을 대체할 수 있는 병기가 있다면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의 숫자는 예전보다 줄어들고, 그로 인해 사망자도 감소할 거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무기 개발에 몰두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그가 만든 ‘개틀링 건(Gun)’ 한 대의 화력은 실제로 병사 백 명의 화력과 맞먹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징집되는 병사의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무기의 화력은 급격히 올라갔지만 전투에 투입되는 병사 수는 변하지 않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다. 줄어든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을 모집했고, 더 많은 개틀링 건이 사용될수록 사상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는 말년까지 자신의 판단을 후회했다.
강력한 힘으로 전쟁을 억제한다는 개념을 학자들은 ‘공포의 균형’이라고 부른다. 나와 상대가 같은 수준의 무기를 갖고 있으면 보복을 걱정한 나머지 아무도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개념이지만, 다이너마이트와 개틀링 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현실이 예상한 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핵무기에 의한 평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피해의 범위가 상대방에게만 한정되는 다이너마이트나 개틀링 건과 달리 핵무기의 위력은 너무나 강력해서 사용한 나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공포의 균형 효과로 평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현재 미국이 개발한 B61-12라는 스마트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에 비하면 무게는 15분의 1 수준인 300킬로그램 정도지만 위력은 4배나 될 정도로 강력한 데다가 목표물을 향해 스스로 날아갈 수 있는 첨단 기능을 갖췄다.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가졌지만 소형화에 성공한 무서운 무기가 영화 <에어 포스 원>이나 <더 록>에서처럼 적국이나 반정부 세력, 단체의 손에 들어간다면 다이너마이트와 개틀링 건의 비극이 재현될 것이다. 관리를 이중 삼중으로 철저히 하면 괜찮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오류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며 무엇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관리가 아닌 폐기이다. 무기에 의한 평화 대신 무기 자체를 없애야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자리 잡는다.
필요한 건 대립이 아닌 대화
Powder King. 사전적으로는 흑색화약을 담아 두는 나무통을 의미하지만 관형적으로는 세계의 화약고를 의미한다. 세계의 화약고란 이념, 종교, 경제 등을 원인으로 제3차 세계대전 같은 국가 간의 전쟁 위협이 매우 높은 지역을 말하는데, 우리는 주로 발칸반도나 중동을 떠올리지만 한반도도 화약고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지만 억지로 부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전쟁은 피하고 싶고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2017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의 완료를 선언했다. 북한 수뇌부는 이를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며, 이제 안전이 보장되었으니 경제 발전에 몰두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더불어 대외에 자신들의 성과를 과시하며 서방의 일방적인 주도로 이루어진 핵질서에 따르지만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북한은 핵무기를 주민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이용했고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다지는 데 사용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핵무기 개발을 두고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고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불법이라고 언급하며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으면 대대적인 경제제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했고 협상은 결렬되어 대북 제재안이 발효됐다.
북한은 6.25전쟁을 일으킨 주범이며 1987년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을 비롯해 비교적 최근인 2010년에도 천안함 피격 사건 등을 일으켜서 국제사회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고 있다. 때문에 얼핏 보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제재가 무조건 정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논리에 따르면 세계 핵질서는 지나치게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에게만 유리하게 짜여 있고, 강대국의 핵무기 보유는 합법적이고 용인되면서 북한만 제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항변 아닌 항변은 어느 정도 수용할 만한 여지가 있다.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핵질서가 아니라 모두가 포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이다. 현재 남북관계, 북미관계 모두 답보 상태에 놓여 있지만 평화를 위한 지속적인 대화는 이어져야 한다.
핵무기 세상을 바꾸는 건 국가가 아닌 개인, 그중에서도 청소년이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되었을 때 당사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이 의문을 가졌다. 비록 그가 국제 협력을 강화했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인정되긴 하지만, 수상 시점이 취임 10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라는 것을 생각하면 수상에 의문이 드는 건 당연했고 노벨상을 선불로 받았느냐는 비아냥까지 일었다. 게다가 훗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위주의 핵질서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혀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노벨 평화상의 위상은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2017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의 분위기는 8년 전과 달랐다. 그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한 개인이 아닌 101개국 468연대 단체가 활동하는 국제 비정부기구(NGO)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 속칭 ICAN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을 때 ‘Yes, We Can!’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핵무기 폐기에는 제대로 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입으로만 해낼(We Can) 수 있다고 한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풀뿌리 네트워크인 ICAN은, 2017년 7월 유엔총회에서 핵무기의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를 목표로 하는 ‘핵무기 금지협약’을 실현하는(I Can) 데 큰 역할을 했다. 국제 대인지뢰금지 운동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2007년 호주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한 ICAN은 그동안 꾸준히 핵무기가 인류에게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127개국으로부터 ‘핵무기 없는 세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는 데 노력하겠다는 인도주의적 지지 서약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국가가 결정할 문제라며 손 놓지 않고 나의 일이라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때문에 ICAN의 수상에 많은 이가 호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지지했다. 몇몇 개인이 뭉쳐 시작된 움직임이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개인이 세상을 바꾼 사례는 여럿 있다. 1971년 사회운동가 일곱 명이 주축이 되어 알래스카 암치카섬의 지하핵실험을 막은 것을 시작으로 반핵운동, 포경 및 해양 시추 사업 반대 운동을 펼쳐 나가며 몸집을 불린 그린피스(Greenpeace)는 현재 40여 국에 지국을 세울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단체로 발돋움했다. 이들은 지금도 원유 유출 사고가 나면 현장으로 달려가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배기가스 감소를 위한 전기자동차 사용 운동을 전개하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기후 변화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등교거부 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자녀를 사랑한다면서 자녀가 살아갈 환경을 보호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기성세대의 모순을 지적하며 전 세계 환경 보호의 아이콘이 됐다. 전 세계에서 핵무기의 위협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제1의 핵무기 폐기 청소년 운동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핵무기 폐기라는 과제는 청소년에게 너무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핵무기를 둘러싼 국제관계는 대단히 복잡하며, 한 국가, 설령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핵전력이 가장 강한 나라가 폐기를 결정했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한날한시에 핵무기를 포기할 리도 없다. 그러나 청소년에게는 잘못된 세상을 뒤바꿀 잠재력이 있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특유의 추진력이 있다. 이 책은 십대가 우리를 위협하는 핵무기에 대한 올바른 생각과 바른 시각을 갖추기 바라는 마음에서 쓰였다. 전쟁과 대립이 아닌 평화와 협력은 현재와 미래에 꼭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이며 핵무기의 위협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기 바란.
◇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열띤 사회 토론의 장 <사회 쫌 아는 십대>
<사회 쫌 아는 십대>는 초등과 고등 사이, 거대한 지식의 산 앞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10대, 특히 중학생을 위해 기획된 시리즈로, 다양한 사회 문제 중에서 시사점이 있고 활발한 토론거리가 될 주제를 뽑아 한 권 한 권에 담았다. 점점 더 독서와 토론이 교육의 중요 목표가 되어 가는 이때에,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는 심혈을 기울였다.
첫째, 주제 선정. 협소한 듯 보이는 한 책의 주제는 그 안에 광범위한 분야를 내포하기도 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놓쳤던 문제의식을 되찾아 주기도 하며, 청소년이 찬반 혹은 중론의 입장에서 그 사안을 다양한 시선으로 해부해 자유롭게 그러나 논리를 갖고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토론거리들로 선정했다.
둘째, 전문성. 각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하며 행동해 왔던 전문가가 집필을 맡았다.
셋째, 독자 친화성. 억지로 하는 독서는 불가능하다. 읽는 재미가 아는 재미를 이끈다.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는 10대의 입장에서 공감이 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일까를 가장 고민했고, 먼 얘기가 아닌 10대의 이야기, 10대의 입말을 최대한 살려 이야기를 풀어 가려고 했다. 적당한 분량감에 내용을 살리는 삽화를 적절히 넣어서 단숨에 한 권을 읽어 낼 수 있게 했다.
넷째, 유쾌한 지식 놀이. 단편적인 지식에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을 실생활에 접목해서 응용하며, 한 분야의 지식을 다양한 분야와 연결시켜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친절한 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01《최저임금 쫌 아는 10대》(경남독서한마당 선정도서)를 시작으로 02《시장과 가격 쫌 아는 10대》(청소년 출판협의회 추천도서) 03《국제거래와 환율 쫌 아는 10》 04《유튜브 쫌 아는 10대》(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05《젠트리피케이션 쫌 아는 10대》 06《기본소득 쫌 아는 10대》(대한출판문화협회 2020 청소년 교양도서) 07《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 08《선거 쫌 아는 10대》가 출간되었다. 경기중앙교육도서관, 경상남도교육청 고성도서관 등 여러 도서관 및 사서교사들의 추천을 받았고 청소년출판협의회 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되는 등 다수의 기관에서 읽을 만한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후로 공유경제, 미디어 리터러시, 탈성장 등 우리 사회에서 같이 고민하고 함께 성숙해질 주제들을 가지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 갈 예정이다. 교과서로는 재미와 깊이, 사고의 확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10대 청소년이라면 <사회 쫌 아는 십대>를 계속해서 만나며 지금까지의 갈증을 해소하고 더욱 성장할 기회를 갖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