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왜 ≪목민심서≫를 읽어야 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저서 ≪목민심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우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왜 ≪목민심서≫는 많은 한국 고전 가운데서도 더욱 많이 알려진 것일까? 또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목민심서≫가 다른 책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성격을 지닌 책이기 때문이다. ≪목민심서≫는 정약용이라는 뛰어난 실학자가 쓴 일종의 행정지침서다. 그러나 이 행정지침서는 다른 행정지침서와는 많은 점에서 다를 뿐만 아니라 행정지침서를 뛰어넘어 사상서로서도, 감동적인 서사문학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목민심서≫에서 정약용은 자신이 추구했던 실학 정신에 따라 목민관이 지녀야 할 자세와 알아야 할 법전 등에 대한 지식을 꼼꼼하게, 그리고 아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많은 역사책과 경서, 그리고 법전과 기록들을 참고하여 구체적인 사례들을 든 다음, 자기 나름의 개선 방안을 제시하거나 그 내용을 평가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실학 정신의 핵심인 민본주의 사상, 애민 정신, 그리고 실사구시 사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이러한 애민 정신과 실사구시 사상의 밑바탕을 흐르는 그의 치열함이다. 흔히 선비 정신이라고 부르는 그런 정성스런 마음이 책의 구절구절마다 녹아 있다. 성리학 담론을 뛰어넘고자 했던 그 정성스런 마음의 바탕에는 겸손함이 있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애정, 그리고 치밀한 고민의 흔적이 있다. 그래서 조선 후기의 현실에 근거해서 쓰여진 책임에도 그 내용이나 거기에 담긴 정신이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전해져 감동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목민심서≫가 이렇게 ‘인구에 회자하는’ 책임에도, 그리고 완역본에서부터 요약본까지 여러 형태로 수없이 출간되었음에도 막상 ≪목민심서≫를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존에 출간된 ≪목민심서≫ 가운데 완역본은 분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생소한 한문을 그대로 직역해놓은 데다가 그 출간된 시점 또한 상당히 오래된 편이다. 그리고 요약본의 경우 내용이 너무 축약되어 있어서 ≪목민심서≫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목민심서≫를 제대로 접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청소년 철학창고의 일곱 번째 책인 ≪목민심서, 마음으로 읽는 다산 정신≫은 이와 같은 현실적 한계와 문제점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고려하여, 누구보다도 청소년을 중심으로 ≪목민심서≫를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책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목민심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다산이 살았던 시대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당쟁으로 얼룩진 정치 상황, 임진왜란 이후 문란해진 토지 정책 등으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학자들은 성리학이라는 낡은 틀을 버리고 새로운 학문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실학이다. 다산 또한 실학을 연구한 젊은 학자 가운데 하나였다. 다산은 현감, 군수 등을 두루 지냈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그리고 신유사옥으로 인해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면서 당시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가까이서 직접 접하게 되었다. 그가 ≪목민심서≫를 쓰게 된 밑바탕에는 이러한 경험이 깔려 있다.
≪목민심서≫는 목민관이 부임하는 시작부터 부임지를 떠날 때까지 해야 할 임무와 지켜야 할 자세를, 그리고 다산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역사책과 사례들을 참고하여 정리한 책이다. 다산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백성들이 관리들의 무능함과 부패로 인해 곤궁하게 사는 것을 보며 이 책을 쓴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직접 목민관이 될 수 없었던 유배자여서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내가 몸소 실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책에 심서(心書)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소년 철학창고로 ≪목민심서≫를 읽자
≪목민심서, 마음으로 읽는 다산 정신≫은 한문 원전으로 14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인 ≪목민심서≫에서 다산의 정신과 ≪목민심서≫의 의미를 잘 알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청소년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이 책은 재용이라는 인물과 다산 정약용이 등장하여, 둘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본문 내용을 구성했다. 딱딱하고 익숙하지 않은 내용을 재미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였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쓰기 위해 생소하고 어려운 한문은 최대한 우리말로 풀어서 번역하는 데 신경을 썼고, 무엇보다도 직역 투를 벗어나고자 했다. 따라서 중학교 3학년 이상의 청소년이라면 어렵지 않게 그 내용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는 다산의 삶과 그가 살았던 조선 후기의 시대 배경, 다산의 학문과 업적 등을 정리한 해설을 실어 ≪목민심서≫의 핵심 내용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제 ≪목민심서, 마음으로 읽는 다산 정신≫과 함께 한국 사상사의 큰 인물 다산의 정신과 만나러 떠나 보자!
정약용은 조선 말기의 실학자. 호는 다산(茶山)이다. 1789년 문과에 급제하여 부승지 등 벼슬을 지냈다. 그는 문장과 유교 경학에 뛰어났을 뿐 아니라 천문·지리·과학 등에도 밝아 진보적인 신학풍을 총괄 정리하여 집대성한 실학파의 대표자가 되었다. 그는 당시 금지한 천주교를 가까이한 탓으로 좌천되어 귀양을 갔으나,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에도 <목민심서>를 비롯한 10여 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정약용은 40년 동안을 나라의 정치를 바로잡고 백성들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학문적으로 연구하여 많은 저서를 남긴 조선 최대의 정치·경제학자이다. 죽은 후 규장각 재학에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문도(文度)이다. 주요 저서에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 심서> 등이 있다.
장승희는 서울대학교 국민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에서 수학하면서 다산 정약용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 2005년 현재 구일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퇴계와 다산의 교육사상 연구>, <전통윤리교육론 정립을 위한 시론적 연구>, <조선 후기 실학의 사회윤리적 성격>, <정약용의 중용론에 나타난 실천윤리적 연구>, <다산 정약용의 도덕적 자율성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청소년 철학창고\'를 펴내며
들어가는 말
1 다산 선생님과의 만남
2 목민관의 부임 길(부임 6조)
3 목민관의 자기 수양(율기 6조)
4 법과 도리에 기초한 공무 처리(봉공 6조)
5 목민관의 지극한 백성 사랑(애민 6조)
6 이전.호전.예전.병전.형전.공전 각 6조
7 흉년에 백성을 구제함(진황 6조)
8 사랑을 남기고 물러나는 길(해관 6조)
9 다산 선생과의 이별
마음으로 쓰는 목민의 길, <목민심서>
다산 정약용 연보
풀빛 출판사가 기획한 ‘청소년 철학창고’는 가능한 한 쉽게 고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청소년 소화력을 감안해 만들어 낸 동?서양 사상의 고전 시리즈다. 청소년판 세계문학전집이 있듯이, 청소년판 세계사상전집도 나올 때가 됐다는 것이 출판사의 판단이다. ‘청소년 철학창고’는 학계의 중견 학자들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고전을 가려뽑는 선별 절차를 두었다. 집필자는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잘 알고 있는 해당 분야를 전공한 중?고등학교 교사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겨레 신문 고명섭 기자(2005년 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