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리학의 대표 저서《성학집요》
흔히 한국의 성리학을 대표하는 두 저서로 퇴계 이황의《성학십도》와 율곡 이이의《성학집요》를 꼽는다. 퇴계와 율곡은 조선 중기에 통치 이념으로서의 성리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여 조선 시대 성리학의 학문적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성리학의 한국적 토대를 마련한 양대 산맥이다. 이 두 산맥을 기점으로 학자들 간의 학문적 교류와 성리학에 관한 진지한 토론과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한국 성리학은 독자적 발전을 하게 된다.
성리학은 우주의 근원적인 구성 인자를 만물의 원리와 근원을 의미하는 이(理)와 현상과 실체를 의미하는 기(氣)로 설명하는데, 이 둘의 관계를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사상적인 입장이 달라진다. 퇴계는 이가 존귀하고 기는 이를 따르는 존재이므로 낮다는 이존기비(理尊氣卑)의 입장에서 이와 기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이기이원론을 펼쳤고, 율곡은 이는 두루 통하나 기는 국한되어 존재한다는 이통기국(理通氣局)을 말했으면서도 이 둘은 오묘하게 결합하여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고 동등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기일원론을 주장했다. 이런 두 학자의 서로 다른 주장은 당시는 물론 이후 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이것은 두 사람의 영향이 컸음을 말해 준다.
그러나 율곡의 위대함은 또 다른 측면에 있었다. 그는 성리학이 갖는 명분론이나 공리공담에 빠지지 않고 성리학을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치 기준으로 삼으려고 했다. 율곡은 잘 알려진 대로 임진왜란 전 주변 나라들의 동향을 파악하여 10만 군대 양성론을 펼쳤고〈만언봉사〉와 같이 백성들의 어려운 살림을 구제해서 나라를 안정시키려는 상소를 여러 차례 올린 실천적인 정치가이기도 했다. 이처럼 율곡은 학문 연구 자체만이 아니라 학문을 통한 민생의 안정과 민본주의의 실현을 꿈꿨는데《성학집요》는 이런 그의 태도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으로서 그 의미가 깊다.
나를 완성하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
《성학집요》는 율곡이 40세가 되던 해에 임금 선조가 성군이 되기를 희망하며 올린 책으로, 성리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의 경전과 해설서 등을 두루 참조해서《대학》의 삼강령과 팔조목 체계에 맞춰 하나의 일관된 흐름으로 묶고 율곡 자신의 해설을 덧붙여 구성했다. 따라서《성학집요》는 율곡의 독창적인 저술이라기보다는 성리학에 대한 해설서라고 볼 수 있지만 율곡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어 율곡 사상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유학 사상의 한국적 수용과 해석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성리학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 교양서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성학집요》는 통설?수기?정가?위정?성현도통의 다섯 편으로 이루어졌으며, 각각의 편을 다시 여러 개의 장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대학》의 편제 가운데 수신?제가?치국?평천하와 연관된 유학의 경전과 학자들의 해설을 중심으로 삼강령과 팔조목의 다른 내용을 그 속에 담고 있는데 이는 그가 임금의 학문은 자신을 닦고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는 데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서문에도 나왔듯이 임금만이 아니라 학문에 뜻을 둔 많은 사람들에게 유학 사상의 복잡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핵심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제1편 통설은 이 책을 저술한 의미와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서문에 해당하고, 제2편 수기는 학문의 방향을 세우고 사물의 이치를 밝혀 자신을 수양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대학》의 수신에 해당한다. 제3편 정가는 집안을 바르게 하는 방법을 밝히고 있는데《대학》의 제가에 해당되고, 제4편 위정은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대학》의 치국ㆍ평천하에 해당한다. 마지막 제5편 성현도통은 유학에서 이어져 온 학문적 정통의 맥을 밝히고 있으며《성학집요》의 결론 부분이다.
이렇게《성학집요》는 학문의 목적이 지식의 습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격의 완성과 그 배운 바를 널리 이웃과 천하에 펼치는 데 있다는 유학 본래의 취지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성학집요》는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모든 인류에게 그 마음을 전하도록 하는 데에서 끝을 맺는다.
《성학집요》, 교양으로 읽는 율곡의 성리학
지금까지《성학집요》는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출간된《국역 율곡전서》로 읽을 수 있을 뿐이었고 그마저도 현재는 절판이 된 상태다. 우리나라의 대학자로 꼽히는 율곡 이이의 대표적 저서마저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봉쇄되었던 셈이다. 따라서 풀빛 청소년 철학창고는 한국 철학의 대표 저서《성학집요》를 청소년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이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성학집요》의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원전을 풀어쓰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을 보충해서《성학집요, 교양으로 읽는 율곡의 성리학》을 출간했다.
원래《성학집요》는 한문으로 쓰여진 데다 성리학적 용어들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또 여러 유교 경전 속의 말들을 주제에 따라 발췌해서 정리했기 때문에 전후 맥락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성학집요, 교양으로 읽는 율곡의 성리학》은《성학집요》의 전체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많은 교열과 풀어쓰는 과정을 거쳤고 그래도 어려운 부분에서는 풀어쓴 이가 적절하게 설명을 보충했다.
또한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성학집요》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성리학에 대한 기본 지식과《대학》의 삼강령과 팔조목, 그리고《주역》의 내용을 간추려 정리해서 싣고《성학집요》에 나오는 주요 책들을 앞에서 소개했다. 이와 더불어 율곡의 생애와 사상,《성학집요》의 내용과 의의를 종합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해설을 실어《성학집요》뿐만 아니라 율곡의 사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성학집요》는 유학의 핵심 사상을 정리한 교양서이면서 율곡 사상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학문적 의의도 크지만, 그 바탕에는 부패한 권력층을 일깨우고 부조리한 사회 제도를 개혁하여 백성을 구제하려는 율곡의 간절한 염원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성학집요》를 통해 율곡이 집대성한 유학의 핵심 사상과 율곡이 꿈꾼 이상 세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율곡 이이는 1536년에 태어나 1584년에 세상을 떠난 조선 시대 중기의 학자이자 정치가로서 퇴계 이황(李滉)과 쌍벽을 이루는 최고의 학자였다. 아버지 이원수(李元秀)와 어머니 사임당 평산 신씨(平山 申氏)의 4남 3녀 중 3남으로 태어났으며, 자는 숙헌(叔獻)이고 호는 율곡이다. 율곡은 조선 시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과거에 아홉 번이나 장원했기 때문에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그 총명함과 천재성으로 유명했다. 율곡은 당시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학문을 완성하는 한편 관료로서는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율곡은 뛰어난 학문적 업적이 담긴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어린 학생들을 위하여 《격몽요결(擊蒙要訣)》을 완성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소학집주(小學集註)》는 물론 《사서언해(四書諺解)》 등을 저술해서 성리학 보급에 힘썼다. 나라의 어려운 살림을 걱정하며 해결책을 제시한 《만언봉사(萬言封事)》와 같은 상소도 매우 많다. 그의 대표적 저술 《성학집요》는 《성학십도》와 함께 한국 성리학의 독자적 발전을 보여주는 대표 저서다. 이처럼 상당히 많은 율곡의 저술들은 율곡이 세상을 떠난 후 율곡을 따르던 제자들과 후인들이 하나로 묶어 《율곡전서》로 편찬했다.
최영갑 선생님은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부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성균관 기획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N세대를 위한 유교철학에세이》(공저),《공자와 맹자의 도덕철학》, 시집《나는 나무를 알지 못한다》, 수필집《나는 누구인가》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논어》,《대학?중용》,《동몽선습?격몽요결》,《성학십도, 열 가지 그림으로 읽는 성리학》(편저),《석정 이정직 문집》(공역)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선진유가의 도덕철학에 관한 연구〉,〈순자의 도덕 철학에 관한 논문〉,〈유가의 환경 생명에 대한 이해〉,〈예의 사회적 승화 방안에 대한 연구〉등이 있다.
‘청소년 철학창고’를 펴내며_ 5
들어가는 말_ 7
《성학집요》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 지식_ 11
《성학집요》에 나오는 주요 책_ 25
율곡이 작성한 《성학집요》의 목록도_ 33
《성학집요》 서문_ 36
제 1 편 통설(通說)《성학집요》에 대한 개괄_ 44
제 2 편 수기(修己)자신을 수양하라_ 52
1. 총론(總論)_ 53
2. 입지(立志)뜻을 세워라_ 54
3. 수렴(收斂)마음을 단속하라_ 58
4. 궁리(窮理)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에 열중하라_ 63
5. 성실(誠實)모든 일에 성실하고 진실하라_ 80
6. 교기질(矯氣質)기질을 고쳐라_ 83
7. 양기(養氣)바른 기운을 길러라_ 88
8. 정심(正心)마음을 바르게 하라_ 91
9. 검신(檢身)자신의 몸을 다스려라_ 97
10. 회덕량(恢德量)덕량을 넓혀라_ 100
11. 보덕(輔德)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덕을 보충하라_ 105
12. 돈독(敦篤)처음과 끝을 돈독하게 하라_ 111
13. 수기공효(修己功效)수기의 효과_ 115
제 3 편 정가(正家)집안을 바르게 하라_ 124
1. 총론(總論)_ 125
2. 효경(孝敬)효도하고 공경하라_ 126
3. 형내(刑內)아내를 바르게 하라_ 138
4. 교자(敎子)자식을 바르게 가르쳐라_ 142
5. 친친(親親)친척을 친애하라_ 147
6. 근엄(謹嚴)근엄하게 행동하라_ 151
7. 절검(節儉)절약하고 검소하라_ 156
8. 정가공효(正家功效)집안을 바르게 하는 효과_ 159
제 4 편 위정(爲政)정치를 잘 하라_ 164
1. 총론(總論)_ 165
2. 용현(用賢)어진 사람을 등용하라_ 170
3. 취선(取善)좋은 것을 취할 줄 알아야 한다_ 181
4. 식시무(識時務)시급한 일을 알아야 한다_ 185
5. 법선왕(法先王)선왕을 본받아야 한다_ 191
6. 근천계(謹天戒)하늘이 내려 준 계율을 조심하라_ 194
7. 입기강(立紀綱)기강을 바로 세워라_ 198
8. 안민(安民)백성을 편안하게 하라_ 201
9. 명교(明敎)교육을 널리 밝혀라_ 213
10. 위정공효(爲政功效)올바른 정치의 효과_ 219
제 5 편 성현도통(聖賢道統)도를 전하는 성현의 계통_ 226
《성학십요》, 율곡이 정리한 성리학의 핵심 사상_ 240
율곡 이이 연보_ 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