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고전 《논어》
세계적인 가야금 명인의 손으로 새롭게 연주되다
보석처럼 빛나는 논어 백 구절, 황병기의 논어 명언집
논어만큼 많이 알려지고 많이 읽혔으며, 끊임없이 재번역되고 수많은 해설서가 나오는 책이 있을까? 그렇기에 다 읽지 않고도 ‘안다’고 말하게 되는 책이 바로 논어가 아닐까 싶다. 이런 논어를 이미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굳건히 자리 잡은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과 철학을 버무려 에세이집으로 출간했다. 이른바 ‘황병기가 연주하는 논어 백 가락’이다. 필자는 논어에 관한 여러 번역서를 참고하여 논어를 정독한 후,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보석처럼 빛나는 말씀만 백 문장을 모아서 자신만의 ‘논어 명언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정리한 A4 다섯 장 분량의 종이를 늘 품에 지니며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읽는다고 하니, 가히 ‘논어와 논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독서다. 필자는 자신의 일상과 음악 인생에서 늘 음미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바로 그 백 구절의 뜻과 의미를 종심從心의 나이를 지난 지금 담담하지만 통찰력 있는 안목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였다. 논어에서 배운 삶의 지혜와 혜안을 혼자만 품에 지니고 다닐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더불어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여럿이 함께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논어에서 배운 바를 제대로 실천하는 자세가 아닐까.
논어에서 배우는 인생, 논어로 즐기는 인생
하지만 이 책은 논어 번역서도 아니요 딱딱한 해설서는 더더욱 아니다. 가야금 명인이 담담하면서도 여유롭게 한 구절, 한 구절 그것이 생활과 어떻게 접목되고 마음속에서 부활하는지 마치 한 가락, 한 가락 음악을 연주하듯 자유자재로 그 뜻을 가지고 노는 걸 보면, 논어가 지루해서 못 읽겠다며 포기하는 독자는 논어가 얼마나 쉽고 재미있는지, 공자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해학적이며 풍류를 아는 사람이었는지 단박에 알게 된다. 논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논어를 즐기고 더불어 인생까지 즐기게 되는 길이 바로 이 책에 들어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음악가가 나름대로 논어를 해석하고 그것을 즐기는 법을 보면서, 독자는 자신의 방식대로 자기 마음이 내키는 대로 논어를 이해하고 즐기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존재 이유다. 황병기는 논어에 대해 바로 이거다!라고 정답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학문적으로 여러 해석이 존재하고 여러 논쟁이 있지만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공자가 진짜 말하려고 했던 바로 그것을 찾는 것이고, 그 해답은 자신 안에, 바로 우리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논어 그리고 황병기, 그 오묘한 조화
이 책은 8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필자가 “나에게 왜 논어인가?”를 밝히는 도입글이다. 세상에는 ‘경’으로 칭하는 많은 고전이 있지만, 필자는 공자가 전하는 평범함, 일상의 고민과 그 고민에 대한 현실적 답을 제시하는 통찰력 강한 혜안이 바로 논어가 갖는 위대함이라고 말한다. 자칫 너무 일상적이고 평범해서 폄하할 수 있는 글귀여도 그걸 다시 읽고 음미하다 보면 그 안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진실한 사랑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때론 배움으로, 때론 군자다움으로, 때론 예의 실천으로, 때론 음악에 대한 절실한 이해로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동양과 서양, 옛날과 지금을 통틀어 수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기억되는 이유이며 필자 자신이 늘 품에 지니고 다니며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라고 한다.
나머지 일곱 개의 부는 그에 대한 좀 더 구체적 이유와 설명이다. 각각 배움, 군자, 말, 지혜, 공자, 하늘, 음악이라는 주제인데, 필자는 자신이 뽑은 보석처럼 빛나는 백 구절의 의미를 필자의 일상적 경험, 음악 인생, 사색의 결과에 결부시켜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따끔한 충고로, 때론 위트와 재치로 담담히 적어 내려간다. 어느 것 하나 놓칠 것이 없지만 특히 마지막 음악에 대한 부는 음악계의 거장 황병기와 논어가 오묘하게 맞닿아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보여 주는 부로서, 그 의미가 있다. 필자는 공자가 한 번 듣고 석 달간 고기 맛을 잊게 된 그 음악이 무엇인지, 공자가 말한 아름다움과 선함을 다한 음악이란 무엇인지, 공자가 예술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순수함과 중용의 덕이 무엇인지 동서양 클래식과 여러 음악의 예를 들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독자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여 일반적인 논어에 관한 주제지만 그것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갖는 유일무이한 독특함일 것이다.
담백하지만 여운이 있는 동양화 같은 책
필자가 이 책을 쓸 때 뇌리를 떠나지 않은 공자의 말씀이 있었으니, 바로 “말이란 뜻이 통하면 그뿐이다.”라는 논어〈위령공〉편의 말씀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심지어 들어가는 말과 나가는 말조차 사족이라며 생략했다. 마치 논어를 읽을 때처럼 더한 설명도, 지루한 충고도 없다. 간명하고 간결하게 하지만 솔직하고 따뜻하게 논어와 인생과 예술에 대해 담담히 말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가 황병기의 음악을 “동양의 수채화”라고 정의한 것처럼, 이 책 또한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동양화와 같다. 깨끗한 한지를 은은히 채운 담백한 선과 붓의 터치,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여백의 미가 바로 이 책이 갖는 묘미다. 강요하지 않는 여유로움과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게 하는 논어의 그것을 이 책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공자와 황병기, 다른 듯 비슷한 둘 사이의 균형감을 바라보는 재미 또한 새롭다.
이 책에는 독자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 있다. 명인 황병기가 뽑은 논어 백 구절이 궁금한 독자가 있을 것이다. 본문에서 설명과 함께 언급된 논어 백 구절을 책의 마지막 ‘황병기의 논어 명언집’이라는 장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백 구절의 한자와 그것의 음독, 그 뜻을 정리하고 있는 이 부분은 책을 덮고 난 후 명인처럼 자신의 품에 품고 다닐 자신만의 명언집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