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는 수많은 위인들이 있다. 역사 속에는 위대한 업적도 많다.
하지만 거대한 역사가 아직도 멈추지 않고 흐를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다간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일꾼들이 진정 어떤 일을 어떻게 했으며,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우리 역사 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시리즈는
그러한 역사 속에서 비록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진 않지만
자신의 목숨까지도 아까워하지 않고 백성들의 편에 서서 정의와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살았던 암행어사에 대한 이야기로 문을 열고자 한다.
■ 숨은 일꾼 1호, 조선 시대의 암행어사를 소개한다!
‘암행어사’, 말 그대로 ‘몰래 다니는 임금님의 심부름꾼’이다. 고려 뒤를 이은 조선 왕조는 고려 때보다 임금의 힘이 커져 온 나라 구석구석에 임금이 직접 뽑은 관리를 보냈다. 이 관리가 바로 수령인데, 조선 시대에는 임금 자신이 직접 수령을 뽑았기 때문에 수령에 대한 기대가 컸을 뿐만 아니라 무척 중요하게 여겨 수령에게 막강한 권력을 주었다. 예를 들어 백성들은 수령이 잘못한 일이 있어도 직접 고소를 할 수 없었다. 수령은 어버이나 마찬가지니 자식 된 도리로 부모를 고소하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백성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수령들도 차츰 자신의 배를 불리는데 권력을 쓰면서 썩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나 욕심과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먼 수령들을 찾아내 벌하고, 억울한 백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사람이 바로 암행어사다. 암행어사는 아무도 몰래 임명되는 순간부터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그날까지 다른 관리들과는 달리 힘든 임무를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활동하는 내내 수행하는 군관이 없어 늘 목숨에 위협을 받았고, 돌아와서는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임금에게 보고해야 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 시대부터 감찰 제도가 있었지만 암행어사는 조선 시대만의 독특한 감찰 제도다. 감찰이란 한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일이다. 수령들이 맡은 임무를 잘 하는지 백성들은 억울함 없이 잘 살고 있는지는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임금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임금에게는 눈과 귀요, 백성들에게 희망의 해결사로 등장했던 진정한 숨은 일꾼 암행어사! 이제부터 우리가 잘 몰랐던 암행어사에 대한 모든 것을 찾아 떠나 보자.
■ 픽션과 논픽션의 절묘한 만남! - 숨은 일꾼 암행어사의 11가지 숨은 이야기
새 학년이 된 우진이네 반에서는 한 해 동안 ‘암행어사 놀이’를 하기로 한다. 암행어사 놀이란 반 친구 가운데 한 명을 암행어사로 임명하여 활동하게 하는 놀인데, 암행어사로 임명된 친구는 선생님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잘 살펴야 한다. 뿐만 아이라 학교 탐구 대회 주제까지 암행어사로 정해진다. 그러나 우진이는 ‘암행어사 놀이’나 암행어사로 탐구 대회를 하는 것 모두 맘에 들지 않았다. 그건 어른들이 아이들을 착하게 만들려고 꾸민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진이네 반 아이들은 설문 조사도 하고,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뒤지고, 박물관에 견학도 다니면서 열심히 조사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암행어사의 참모습을 알아가며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우진이는 이 놀이를 통해 암행어사에 대한 진정한 참모습을 스스로 알아간다.
<내가 찾은 암행어사>는 커다란 한 가지 이야기 속에 두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우진이네 반에서 시작한 ‘암행어사 놀이’를 통해 벌어지는 이야기(픽션)와 그 놀이를 통해 아이들 하나하나가 잘 몰랐던 암행어사의 참모습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논픽션)다. 그런데 이 책에서 논픽션은 그냥 부가 정보의 성격이 아닌 동화의 내용과 연결된 또 하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로 아이들이 탐구대회를 준비하면서 직접 조사한 내용이 동화 내용에 맞게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암행어사! 비밀을 지키기 위한 일곱 가지 방법’에서는 암행어사가 임명되는 순간부터 활동하는 내내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었는지를 보여 주고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암행어사가 변장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신분을 감춘 것이 아니라 임명하는 그 순간부터 얼마나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암행어사는 아무나 되나’에서는 정말 어떤 사람들이 암행어사가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암행어사 노릇은 너무 어려워’에서는 암행어사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암행어사의 어려운 점을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신문기사 형식으로 재밌게 엮었다. 그 밖에도 암행어사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했던 일이나, 출도해서 했던 구체적인 일, 암행어사가 가지고 다녔던 물건들, 암행어사 제도가 있기까지 우리나라에는 어떠한 감찰 제도가 있었는지를 연대별로 정리한 조사 내용들에서도 우리가 몰랐던 재미나고 흥미로운 정보를 잘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과 책읽기를 하고 있는 저자는 아이들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암행어사 놀이’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암행어사에 이것저것 알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지만 설문 조사를 직접 하면서 아이들에게 암행어사의 참모습을 알게 해 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비록 지금은 암행어사에 대해 모르는 아이들도 많고, 우리 역사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지만 힘없고 선량한 백성들의 행복을 위해 암행어사 지키고자 했던 신념과 꿈만은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암행어사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말처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암행어사와 함께 행복한 세상을 위해 작은 고민부터 시작할 수 있는 좋은 만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정명림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어요. 또 손으로 무엇이든 만드는 일도 좋아했지요. 대학에 갈 때는 역사 공부를 할까, 옷을 만드는 의상 공부를 할까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조금 더 많이 좋아하던 역사를 공부하기로 했지요. 그때 의상 공부를 했다면 예쁜 옷을 많이 만들었을 텐데……. 대신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역사 이야기로 우리 친구들 마음을 가꾸어 줄 옷을 만들고 있어요. 부디 멋지고 예쁜 옷이 지어져 여러분 마음에 날개가 되기를.
작가의 말 ... 4
암행어사는 정말 싫어! ... 10
탐구 조사를 하라고? ... 19
탐구 발표 우리는 암행어사를 얼마나 알고 있나? ... 26
봉서 받던 날 ... 30
탐구 발표 암행어사! 비밀을 지키기 위한 일곱 가지 방법 ... 38
어사 박문수를 만나다 ... 42
탐구 발표 암행어사는 무슨 일을 했을까? ... 52
이상한 분위기 ... 56
탐구 발표 안 되겠다, 암행어사를 보내자 ... 62
아란, 정호와 이야기를 나누다 ... 66
탐구 발표 조선 최고의 암행어사를 찾아라 ... 76
정호의 쪽지 ... 80
탐구 발표 암행어사는 아무나 되나 ... 86
이게 마패야? ... 90
탐구 발표 감찰 제도에 대해 알아보기 ... 96
새로운 의문이 생기다 ... 100
탐구 발표 암행어사는 무엇을 가지고 다녔을까? ... 114
우진이의 고민 ... 118
탐구 발표 암행어사 노릇은 너무 어려워 ... 128
암행어사의 마지막 밤 ... 132
탐구 발표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 140
암행어사 출도 날 ... 144
탐구 발표 암행어사 출도요! ... 156
끝나지 않은 암행어사 ... 160
탐구 조사를 마치며 ... 164
암행어사와 함께 한 걸음 더 ... 167
내가 암행어사라고?
그러고 보니 암행어사는 어렸을 때 TV 인형극으로 본 ‘어사 박문수’와 ‘춘향전’의 이몽룡에 대한 묘사를 통해 아는 것이 전부였다. 이몽룡이 마지막에 “어사 출도야!”하며 나타나 춘향을 구하는 장면을 통해 암행어사 마패만 있으면 한 고을 사또 정도는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우리 역사의 ‘숨어있는 1인치’처럼,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몰랐던 암행어사에 대해 생활동화와 판타지, 그리고 탐구학습서의 성격까지 가미해 흥미롭게 구성한 ‘똘똘한’ 책이다.
우진이네 반에서는 1년 동안 암행어사를 탐구 주제로 정하고 ‘암행어사 놀이’를 하기로 한다. 아이들을 착하게 만들려고 선생님이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고 별 관심없던 평범한 우진이는 자신이 암행어사에 임명되자 놀란다. 선생님은 “암행어사의 신분을 감추고, 친구들끼리 서로 돕고 사이좋게 지내는지 살피고 아울러 모든 일에 본이 되는 친구가 있는지 조사해보라”고 지시한다. 또 선생님은 모든 반 아이들에게 편지를 보내 암행어사에 대한 개별적 조사를 시킨다.
꿈속에서 어사 박문수를 만나 그의 활동을 살피고 ‘어사 선배’로서의 충고도 듣는 우진이는 같은 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던 친구 정호의 처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여자친구 아란이가 정호를 배려하는 것에 약간의 질투를 느끼며 갈등하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우진이 반 아이들의 보고서 형식으로 구성된 11가지의 암행어사에 대한 탐구발표는 동화의 전개와 어우러져 자연스레 암행어사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우리 역사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 시리즈 첫권. 앞으로 역관, 상인, 장인, 예인의 순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경향신문 2006.05.16.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
꼭꼭 숨어라 마패 보일라
‘암행어사(暗行御史)’의 한자 뜻을 풀면 ‘몰래 다니는 임금님의 심부름꾼’이다. 고려 뒤를 이은 조선 왕조는 고려 때보다 임금의 힘이 커져 온 나라 구석구석에 임금이 직접 뽑은 관리를 보냈다. 이 수령에게 막강한 권력을 줬는데, 단적인 예로 백성들은 수령이 잘못한 일이 있어도 직접 고소를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령은 권력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나 욕심과 이익에 눈 먼 수령들을 찾아내 벌하고, 억울한 백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가 바로 암행어사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임명되는 순간부터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그날까지 힘든 임무를 수행했으며, 활동하는 내내 목숨에 위협을 받았다.
이 책은 초등학생인 주인공의 학급에서 ‘암행어사 놀이’를 하며 벌어지는 일들과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여러 면모가 번갈아 묘사되며 재미를 주고 있다. 역사적 지식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동화인 셈. 정감 있으면서도 유머 감각을 놓치지 않고 있는 삽화도 좋다.
[조선일보 2006.05.20. 신용관기자 q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