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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헨의 선택 크게보기

요헨의 선택

풀빛 청소년 문학 2
저자

한스-게오르크 노아크

옮김

모명숙

발행일

2006-07-29

면수

신국판

ISBN

272

가격

89-7474-985-8 4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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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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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깔끔한 옷에 잘 닦인 구두, 약간 갈색을 띤 갸름한 얼굴에서 도드라지는 커다란 눈, 집시 소년을 연상시키는 검고 긴 곱슬머리. 13살, 정확히 13살 10개월의 요헨을 보고 사람들은 ‘좋은 가정 출신의 반듯하고 귀여운 소년’이라고 생각했다. 인상뿐만이 아니다. 요헨은 엄마가 일하러 집을 비우는 오후 시간에 차려 놓은 간식을 먹고 혼자서 숙제를 마친 뒤에 조용히 엄마를 기다리는 착한 아이였다. 이런 요헨이 어느 날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14살 미만의 청소년을 교육시키는 청소년 감화 교육원에 맡겨지는데. 어쩌다 거기까지 가게 되었을까?
엄마 아빠가 이혼한 뒤 처음 한동안 요헨은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기에 좋았다. 그러나 엄마가 생활에 지쳐 가고 새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자신이 설 자리는 자꾸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이런 빈자리를 채워준 건 어른스러워 보이는 악셀과, 여자친구 엘비라였다. 이들의 사랑과 우정에 보답하기 위해 요헨은 술과 담배를 함께하고 그들에게 훔친 물건을 선물한다. 그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러나 몇 차례에 걸친 도둑질이 결국 발각되어 엄마는 물론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알려지고, 이 일로 인해 요헨은 자신을 비난하는 반 친구와 싸움을 벌인다. 불행히도 친구는 요헨이 휘두른 우유병에 맞아 요헨에게는 ‘절도’ 외에 ‘폭행’이라는 죄목이 늘어난다. 게다가 새로운 남자친구와 걸어가는 엘비라의 목에서 자신이 훔쳐 선물해 준 목걸이를 빼앗으려다 엘비라의 옷이 찢어지는 바람에 요헨은 ‘강간미수’의 혐의까지 받는다. 이제 더 이상 착한 아이가 아닌 요헨을 다시 처음처럼 돌려놓기 위해 어른들은 청소년 감화 교육원으로 요헨을 보낼 것을 결정한다.
<요헨의 선택>은 한번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어긋나기만 하는 소년 요헨의 삶과 그 안에서 방황하고 비뚤어져 가는 요헨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요헨을 통해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책임져야 할 대상의 범위는 얼마나 넓은지, 우리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냉정하게 묻고 있다.

? 인간 내면의 진실을 찾는 솔직한 탐색
<요헨의 선택>은 렌즈의 포커스를 요헨 한 사람에게만 맞추지 않고 카메라를 다각도로 이동시키며 여러 인물들을 포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형적인 주인공 상을 그리기 위해, 혹은 작가가 이미 짜 놓은 대로 주인공의 특별한 성격이나 상황을 부각시키기 위해 부차적인 인물의 성격을 왜곡시키거나 인물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는 식의 재단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인물들은 그 나름의 삶의 역사를 가진 개성적인 사람들로 소개되면서 소설의 사실성과 개연성을 부각시킨다.
순수한 의리나 진한 우정보다는 개인의 안위에 더 충실하고 약삭빠르게 처신할 줄 아는 악셀, 뚜렷한 신념 없이 감화 교육원 교사가 되어 자신의 낡은 교육 철학과 경험만을 믿고 정해진 틀 안에서 학생들을 판단하고 가르치는 하멜 선생, 타인을 어루만질 줄 아는 따뜻함은 지녔으나 그 따뜻함이 표면적인 선(善)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마리아 누나, 결핍된 사랑을 채우기 위해 감화 교육원에서 계속된 탈주를 시도하는 테리어…….
요헨 주변에 있는 이러한 모든 사람들은 요헨도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요헨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요헨의 삶을 변화시킨다. 작가는 이 사람들을 통해 수없이 많은 인간 군상들 모두가 다른 위치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다 할지라도 자신의 환경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미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 준다. 그래서 요헨이 처한 특별한 환경도 주목받을 만큼 결코 특별할 수 없고, 요헨이 선택한 탈주와 파괴라는 항거의 방식도 용서받을 만큼 예외적이지는 않다는 반증을 한다. 동시에 인간이 갖는 여러 한계들, 비겁한 이기심, 상황에 따라 변하는 줏대 없는 판단력, 어려움을 극복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나약함, 자신의 죄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심약한 무책임함 등을 하나씩 보여 준다.
<요헨의 선택>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절제된 시각과 매서운 비판 의식 아래 쓰여진 사실주의 작품이다. 작가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범죄에 대해, 또 그것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그 안에 얽힌 보이지 않는 촘촘한 원인의 매듭들을 하나하나 풀어 보지 않고는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소설 속 인물들은 비록 나쁜 행동을 할지언정 ‘쯧쯧!’ 하고 혀를 차게 하는 측은한 감정을 일으킨다. 본질 자체가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판을 받아야 한다면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뻔뻔한 이기심과 편협한 정체성,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고 마는 나약한 자기 합리화의 모순됨일 것이다.
<요헨의 선택>은 13살 요헨에게 벌어지는 빠져나갈 수 없이 답답한 불운의 사건들을 중심에 놓고 그 안에서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 준다. 그것들은 비록 외면상으로는 다르게 나타날지언정 근본적으로는 불완전한 인간의 속성에 바탕하고 있음을 우리는 이 책을 읽어 가며 깨닫게 된다.

? 어른들과 아이들 사이의 소통의 장이 되는 소설
<요헨의 선택>은 청소년 범죄, 마약 중독, 인종적 증오 등을 주제로 글을 써 온 독일의 유명한 청소년 작가 한스-게오르크 노아크가 1970년에 발표한 첫 청소년 소설로서, 청소년 문학의 고전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현재까지 이백만 부 이상 팔린 작품이다. 이 책은 작가의 말대로 범죄 현상이 아니라 도움의 필요성을, 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 행동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사람은 원래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 경솔하게 행동하는 결점 투성이의 존재라는 생각이 자리한다. 요헨은 그런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비단 청소년 뿐 아니라 부모, 교육자, 그리고 청소년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읽고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를 던지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세대 간의 갈등은 있어 왔고, 그것은 대부분 상호 간의 이해와 소통 부족에 기인한다.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시각에서 두드러진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 앞서 죄를 저지르기까지의 여러 상황들을 내세우며 용서받을 것을 원하는 반면 어른들은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자신의 시각에서 편협하게 그들의 행동을 판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청소년과 어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의견만을 내세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한다.
<요헨의 선택>은 이런 어른과 아이의 상반된 입장을 과장 없이 사실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마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자신을 돌아보도록 한다. 그래서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두 층이 서로 소통하고 따뜻하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요헨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로서도 모를 일이다. 그건 요헨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헨 자신에게.” 그리고 덧붙인다. 이 책에 쓰여진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일그러져 가는 요헨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진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