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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의 구조적 통제와 언론자유

저자

한태열

발행일

2002-05-25

면수

신국판

ISBN

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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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7474-8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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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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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화ㆍ관료화 및 노조화의 파고를 넘어
지난 40여 년 간 급속한 산업화의 길을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은 이제 새 밀레니엄에 접어들면서 대내외적으로 시련과 변화와 도전의 소용돌이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적으로는 5번이나 정권이 바뀌고 6명의 대통령이 거쳐가면서 권위주의 정부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고, 우리 국민은 정치의 민주화시대를 살아가게 되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밀어닥친 정보화의 거대한 물결은 새로운 형태의 정보사회를 향해 구조적인 사회변화를 재촉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은 커뮤니케이션미디어, 특히 신문매체에도 크나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 언론은 21세기를 맞아 외부적으로는 세계화ㆍ지방화 및 정보화의 도전에 부딪히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전문화ㆍ관료화 그리고 노조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안팎으로 닥친 이 세 갈래의 물결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인가의 여부에 한국 언론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연구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대 주제는 언론자유의 수호와 강화이다. 어떻게 하면 언론매체 내부에서 도사린 구조적 통제요인으로부터 언론자유를 지킬 것인가. 어떻게 하면 전문화ㆍ관료화 및 노조화라는 거센 변화의 물결이 엇갈리는 한국 언론의 현실에서 전문 저널리스트의 위상을 높이고 힘을 강화하고 편집권의 독립을 굳히면서 언론자유를 한층 더 키워갈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언론에 대한 정치적 통제와 경제적 통제를 억제하기 위해 그들에 대항하는 균형자적인 힘으로써 공중(the public)에 의한 통제를 끌어들이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러한 과제들을 다루기 위해 구체적인 연구주제들을 가설의 형식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언론의 이중구조 모형과 구조적 통제 이론'은 필자가 미네소타주립대학교에서 학위과정을 밟고 있을 때 개발한 모형이고, 필자의 지도교수였던 길모어 박사(Donald M. Gillmor)는 그 후 10년이 넘도록 자신의 세미나에 이 논문을 필독문헌의 하나로 제시했을 정도로 높이 평가했다.
산업사회에서 21세기 정보사회로 들어선 문턱에서 '언론의 이중구조 및 구조적 통제모형'이 유효한가, 또한 앞으로 계속 타당하고 적합할 것인가.
필자는 그 당시 표본추출하고 조사했던 동일한 신문사들에 대해 또 다시 30년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실증적인 자료수집을 위한 사회조사를 행함으로써 필자가 창안한 언론의 이중구조 및 구조적 통제모형을 하나의 이론으로서 격상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여기서 조사대상이 되고 있는 신문매체는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조선ㆍ동아ㆍ중앙 ㆍ한국 4사이다.
이번 연구와 저술의 성과는, 필자의 이론이 적어도 현시점에서 한국 언론의 내부적인 구조와 통제를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으로서 성립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나아가 ""앞으로 미국의 신문매체에 대한 재검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론의 이중구조 및 구조적 통제이론은 시장경제체제하의 언론매체 구조와 통제를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더욱 확고하게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1971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수집한 경험적 자료를 분석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신문매체 조직 내에서 편집부문과 경영부문간에 수평적인 이중구조가 계속 존재한다. 편집부문의 저널리스트들과 경영부문의 관료들 사이에는 조직에 대한 가치관과 조직목적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저널리스트들은 자신이 속한 신문사가 자유로운 보도활동, 편집의 독립성 유지, 그리고 여론의 형성 및 지도 등 전문직 성향의 조직목적들을 중요시하고 추구할 것을 강조한다. 반면에 경영관료들은 자신이 속한 신문매체가 전문직 성향의 조직목적을 고려하는 동시에 기업이윤의 극대화, 사원과 그 가족들에 대한 생계보장, 그리고 광고를 통한 경영적인 조직목적들을 추구한다.
둘째, 중요결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편집부문과 경영부서 간의 권한 또는 힘의 갈등은 조직목적에 관련된 갈등보다 더 명백하게 드러난다. 편집-경영의 양대 하위구조는 각각 사내의 중요한 정책 또는 의사결정을 할 때 서로 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갈등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진, 경영부서 국장 및 부장, 편집부문 중역 및 국ㆍ부장, 그리고 기자 등 신문조직내의 4개 의사결정권자 중에서 기자들이 가장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셋째, 한국의 신문조직내의 정책결정 또는 의사결정 권한을 둘러싼 힘의 갈등에서 소유주나 발행인이 대표하는 최고경영진이 지배적인 권력을 보유ㆍ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편집간의 의사결정에 관련된 권한 갈등에서 저널리스트들은 경영 측의 힘 또는 조직 자체의 권위 앞에 굴복하게 된다. 최고 경영진은 경영정책뿐만 아니라 편집정책에 대해서도 막강한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것은 언론에 대한 '구조적 통제'라고 명명할 수 있으며, 1971년과 2001년 두 차례의 사회조사에서 수집된 실증적인 자료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의 이중구조와 구조적 통제 모형은 이제 한국언론의 구조를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으로서 정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내부의 구조적 통제가 언론의 전문적인 기능을 저해하고 언론자유를 제약한다면, 이를 치유할 방책은 무엇인가? 그 대안으로 필자는 경영-편집간의 이중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언론조직 내부의 긴장과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개혁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언론매체의 경영과 소유권에 저널리스트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30여 년 전에 이미 프랑스의 「르 몽드」는 회사주식의 40%를 합법적으로 설립된 '르 몽드 언론인회'에 배분했었다. 그 외에 40%의 지분은 그 신문의 설립자 측에서 소유했고, 경영진은 11%의 지분을 보유했을 뿐이었다. 물론 사원지주제가 언론의 구조적 통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저널리스트들이 경영과 소유에 참여하는 것은 매체조직내의 의사결정에서 이들의 발언권을 강화함으로써 편집권의 독립과 언론자유 신장에 기여할 것이 확실하다.

둘째, 언론조직의 양대 부문인 편집과 경영 모두에 대해 전문화를 더욱 촉진할 필요가 있다. 제랄드(J. Edward Gerald)는 일찍이 편집과 경영을 통틀어서 전미디어 조직이 전문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전문인행동강령을 오직 저널리스트들에게만 적용하기보다는 신문조직의 전체구성원들에게 실천을 촉구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언론에 대한 바람직한 통제의 형태로는 공중에 의한 통제와 전문인 통제를 융합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방안이다. 이는 정치권력에 의한 정치적 통제로부터 언론을 방어하는 동시에 재계로부터의 경제적 통제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통합하는 제도적인 장치는 매우 긴요하다.
누가 언론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통제하는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문매체의 구성원들은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30년 전과 지금은 또 어떻게 다른가? 실질적인 사회조사를 통해 진정한 언론자유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고 실현되어야 하는지 이순(耳順)을 넘긴 노학자의 진지한 탐색과 대안이 담겨 있는 묵직하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매스커뮤니케이션의 학술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