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전기와 자기
아침잠을 깨우는 휴대 전화 알람 소리부터 저녁을 마무리하며 끄는 형광등의 OFF 스위치까지, 우리는 하루를 전기에서 시작해 전기로 마무리한다. 여름철 냉방기기의 사용 전력 수요가 폭증하거나 겨울철 난방을 위한 전열기 사용량이 증가해 전력 예비율이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지면 위험하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는 전기 없이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전기만큼이나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자기이다. 콘센트만 꽂으면 쉽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전기와 달리 자기는 자석을 가지고 놀 때를 빼고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지만 나침반, 자기공명장치(MRI), 스피커처럼 자기 현상을 활용한 기구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자기 역시 전기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전기와 자기가 사실은 이란성 쌍둥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서로 많이 닮아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한스 외르스테드, 마이클 패러데이와 제임스 맥스웰 같은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전기와 자기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서로가 서로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류는 두 현상을 통합한 전자기 현상을 활용해 문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덕분에 우리 일상은 더더욱 풍요로워지고 있다. 작게는 교통카드와 전자레인지부터 크게는 자기부상열차와 가속기까지, 지금부터 전자기가 만드는 세상을 낱낱이 해부해 들여다보자.
일상을 받치는 두 기둥, 전기와 자기
우리는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하고, 컴퓨터를 사용해 공부를 하고,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신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은 모두 전기를 기반으로 유지된다. 그만큼 전기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가 나갔다는 말은 쉽게 하면서도 전기의 원리나 구조를 묻는 질문에 명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벽에 있는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는 것만으로 작동하는 전자제품들을 보면서, 선뜻 설명하지 못하는 어떤 원리에 따라 콘크리트로 만든 벽이 전기를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우스갯소리로 적당히 넘기기 일쑤다.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기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전자제품이나 전기요금 고지서에 적힌 전압, 전력 소비량 같은 용어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전기를 알면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풍부해질까?
그런데 전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기의 이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기와 닮은 자기도 알아야 한다. 자기라고 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기와 달리 보이지 않아 낯설고, 자석을 갖다 댔을 때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미지의 존재처럼 느껴져서 독자는 선뜻 관심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발전기 등을 통해 우리 일상을 유지하고 돕는다는 점을 알고 난 뒤부터는 자기가 전기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거대한 자석인 지구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외핵이 자기장을 생성하고, 이 자기장은 태양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해 준다는 점에서 자기는 인류를 비롯한 생물의 생존에도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도 알게 된다.
자연에는 수많은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이 있다. 고대인들은 장신구에 사용하는 호박에 천을 문질러 광을 낸 뒤 호박이 지푸라기나 천 조각을 잡아당기는 모습을 통해 전기 현상을 확인했고, 나침반이 방향을 알려 준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하고 자기 현상을 항해에 사용했다. 그런데 전혀 관계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전기와 자기 현상이 사실은 분리된 게 아니라 하나라는 점이 밝혀진 뒤, 두 현상을 활용한 도구가 쏟아지고 과학은 한층 더 발전한다. 자라나는 청소년이 이 책을 통해 전기와 자기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 보고 지식을 쌓아 그 원리를 이해한다면, 기술에 종속된 수동적 인간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고 다룰 줄 아는 주체적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과학이 가져다주는 순수한 재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관심거리를 찾도록 만든다.
2. 전기와 자기, 네 정체를 밝혀라!
건조한 겨울철, 외투를 벗거나 문고리를 잡을 때 ‘찌릿’ 하는 소리를 내며 우리에게 놀라움과 불쾌감을 주는 정전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천 조각에 문지른 빗을 머리에 대면 머리카락은 왜 빗에 달라붙을까? 《전자기 쫌 아는 10대》는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전기 현상을 예로 들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런데 빛 에너지를 활용한 전구나 열 에너지를 활용한 전열기처럼 전기 현상의 결과는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어서 이해가 어렵지 않지만, 그 과정은 사람의 맨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원자의 세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특별한 장치나 도구가 있지 않은 이상 관찰이 어렵다. 때문에 알고는 싶지만 너무 막연하거나 미지의 존재로 느껴져서 독서를 주저하는 독자를 위해, 저자는 먼저 전기적 현상의 주연인 전하(Charge)의 개념과 전하가 모여 흐르는 전류, 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압,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 등 전기와 관련된 용어들을 물에 비유해 친절하고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독자는 전기 현상의 개념을 습득하고 다져 나간다.
그렇다면 자기는 무엇일까? 자기 현상이라고 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자석의 N극과 S극을 떠올린다. 그런데 자석이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는 척력을 가지고 다른 극끼리 잡아당기는 인력을 가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전기에 대한 생소한 용어에 낯설어 하던 독자는 자신이 아는 사실이 나와 자연스럽게 반가워하며 동시에 자기력과 같이 척력과 인력을 가지는 전기력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그제야 독자는 이 모든 구성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저자의 배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전기력과 자기력의 유사성을 깨닫도록 저자가 큰 그림(?)을 그렸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난 뒤부터는 전자기의 마력에 빠져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독자의 관심도가 올라갔음을 놓치지 않고 전자기에 대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전기가 자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역사적 사건과 곁들여 설명한다. 한스 외르스테드가 발견한 전기 현상 중 하나이자 전하의 흐름인 전류가 자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반대로 자기 역시 움직이는 전하나 흐르는 전류에 영향을 미치는 로렌츠 힘을 이야기하며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독자의 고정관념을 깬다. 이어서 전류를 흘려보내 자기장을 형성하는 전자석이 폐차장이나 자기부상열차 같은 실생활뿐만 아니라 모터, 스피커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물건에도 쓰인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로써 독자는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 모두 우리 주변에 흔하다는 것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빠르고 손쉽게 알게 된다.
3. 전자기 유도, 우리는 매일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력과 자기력은 모두 척력과 인력을 가진다. 그리고 전기 현상은 자기 현상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반대로 자기 현상도 전기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 논법이 생각나는 이 단순하고도 논리적인 추론이 떠오른다면 독자는 이미 예비 과학자의 자세를 갖춘 셈이다. 1831년, 패러데이는 역사에 길이 남을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을 증명해 내는 데 성공한다. 먼저 1차 코일을 전지에 연결해 전류를 공급할 준비를 마친 뒤 전류 생성 여부를 알 수 있는 검류기에 2차 코일을 연결한다. 그리고 스위치를 켜서 전류를 흘려보낸 1차 코일을 2차 코일에 가깝게 댔더니, 이럴 수가! 놀랍게도 검류기의 바늘이 움직인다!
스위치를 켜서 1차 코일에 전류 공급 → 1차 코일에 자기장 생성 → ( ) → 2차 코일에 연결된 검류계 바늘이 움직임 = 전류 생성
( )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자기장이 2차 코일에 전류를 생성함’이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스위치를 켰을 때 검류계 바늘이 잠깐 움직인 뒤 멈췄는데, 스위치를 끄자 검류계 바늘이 또 잠깐 움직인 뒤 멈춘다는 점이다. 1차 코일에 계속 전류를 공급할 때는 2차 코일에 전류가 생성되지 않으면서, 1차 코일에 전류를 공급하기 시작할 때와 끊을 때만 2차 코일에 전류가 생긴다는 사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2차 코일은 1차 코일의 자기장에 반응한 게 아니라 자기장의 변화에 반응했다는 것이다. 자기장이 변화할 때 이를 느끼는 도선 고리에 자기장의 세기가 변할 때만 생성되는 전류를 유도 전류라고 하고, 이 현상을 전자기 유도 현상이라고 한다. 이것이 발전기와 변압기의 기본 원리이다. 발전기와 변압기는 일반인이 쉽게 다룰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한 휴대전화 무선충전기, 인덕션 히터, 교통카드, 마이크 등을 사용해 전기(유도 전류)를 생산해 낸다. 이로써 독자는 늘 전기의 소비자라고만 생각했던 자신이 생산자이기도 한다는 점을 깨닫고, 전자기 현상을 어떻게 다루고 만져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를 가진다.
4.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해 줄 전자기파
‘5, 4, 3, 2, 1, 0. 발사!’
2020년 5월 30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세계 최초로 민간 유인 우주선인 스페이스 X사(社)의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이 발사됐다. 크루 드래건은 열아홉 시간을 항해한 끝에 지구 상공 422km에서 궤도를 돌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했고 승무원들은 국제우주정거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휴스턴에 있는 관제센터와 무선통신이 연결되자 우주인들은 자신들이 무사함과 새로운 우주선의 성능에 만족감을 표했다. 이로써 활동 범위가 현재의 달에서 화성으로 확대되고, 적은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떠난다는 인류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있다. 대체 400km 이상 떨어진 곳과 어떤 방식으로 통신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유선 전화가 처음 발명됐을 때 전화선에 나의 목소리가 실려 상대에게 전달되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선도 없는 우주까지 나의 목소리가 우주인에게 전달된다. 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전기가 자기를 생성하고 그렇게 생성된 자기는 반대로 전기를 생성한다는 점을 밝힌 과학자 제임스 맥스웰은 연구를 이어 간 끝에 둘을 통합한 전자기학을 완성한다. 이어 서로를 유도하며 퍼져 나가는 전기장과 자기장은 파동의 일종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이 파동을 전자기파동, 곧 전자기파라고 이름 붙인다. 파동의 에너지는 매질이 진동하며 전달되는데, 수면파의 파동은 물이고 음파의 매질은 공기인 반면 전자기파는 매질 없이도 에너지가 전달된다. 또한 전자기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덕분에 태양으로부터 나온 빛과 전자기파 에너지가 드넓은 우주 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전달되고 우주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다. 전자기파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도 없고, 지구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4차 산업혁명 이전의 3차 산업 혁명은 정보혁명이라고도 불리며, 이 시기에는 컴퓨터와 인터넷 등을 통해 대중의 정보접근성이 급격하게 진일보했다. 이런 유·무선통신의 발달은 공장이나 사무실 같은 산업 현장에서 자동화를 이끌었고, 연결성이 확대되면서 국경을 넘은 전 세계 통신이 현실화됐다. 이어서 나타난 4차 산업혁명은 연결성을 넘어선 초연결성을 가져다준다. 적외선 펄스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유리섬유(광섬유)로 만든 광통신,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등을 공유기에 연결해 이동하면서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와이파이(무선 랜) 기술,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키워드로 하는 휴대 전화 5G 이동통신 서비스들은 모두 전자기파를 활용하거나 기존 기술을 발전시킨 기술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고 나아가 정보의 공유는 공정함도 가져온다. 그야말로 과학계에 혁명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미리 대비하고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