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 빠진 십대,
고전으로 탈출하라!
고전이 뭐라고!
고전? 너무 많이 들어서 내가 알지 못해도 더는 알고 싶지 않을 만큼 노곤함을 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2015년부터 고등학교 교과서로 학교에서 선택적으로 배우는 과목이 《고전》이니, 십 대들이 ‘고전’이라는 단어에 얼마나 피곤함을 느낄지 능히 예상이 된다.
본격적으로 ‘고전’이라는 것이 학교 교과목이 되면서 그에 맞추어 십 대에게 고전을 쉽게 알리려는 책들 또한 여럿 등장하였다. 그런데 과연, 그 책들은 고전 본연의 성격과 역할과 의의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을까. 고전이라고 익히 알려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개와 원문을 발췌하여 충실히 소개하는 일 이외에 또 무엇을 주고 있을까. 어떠한 주제에 대해 독자 나름의 사유의 길을 열어 주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작가와 작품의 논거를 서로 비교하여 이해하면서 그 주제에 대한 나만의 독자적인 철학을 세우게 하는 힘, 그것이 바로 고전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우리가 고전을 배워야 하는 이유라는 차원에서 그 이유를 깨닫고 올곧게 전달하는 디딤돌 고전 도서가 십 대에게는 절실하다. 그 절실함을 담아 고전을 읽고 사유하는 방식을 제대로 전달하는, 십 대를 위한 책이 나왔다. 바로 풀빛 비행청소년 시리즈 09번으로 출간된 《고전하는 십 대의 이유 있는 고전》이다.
이 책이 출발한 이유는 간명하다. 고전의 이유를 알게 하자! 만약 세상의 지혜로 반짝이는 사상가와 고전 작품을 우리가 ‘기억’하는 것에만 머무른다면 고전을 십 대가 굳이 ‘배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각각의 사상가가 어떤 인물이고 주로 무엇을 고민했으며, 어떤 작품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 기초 지식을 쌓아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그 외국어로 제대로 말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알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진정한 소통의 길로 나아가기 위함이지만, 그걸 위해 영어로 치면 알파벳을 외우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해서 영어를 읽고 나의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단계에까지 실력이 쌓인다 한들 외국어로 된 말과 글의 논지를 파악하고 나름의 해석과 판단할 힘이 부족하다면 외국어의 쓸모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마찬가지의 경우가 고전에도 해당될 것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기초 지식을 쌓았다면 그들 사상이 주는 나름의 이유를 찾고 그들 간의 교차적 비교 분석을 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고전이라는 것이 내 삶에 구체적으로 들어와 나의 고민을 풀어 주고 세상에 대한 질문에 내 나름의 답을 갖게 하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와 작가 사이, 사상과 사상 사이의 연결 고리 파악하기
십 대에게 고전이 삶의 진정한 힘이 되게 하고자 《고전하는 십 대의 이유 있는 고전》은 고전을 전달하고 이해하게 하는 색다른 방법을 제안한다. 먼저 고전과 내 삶의 연관성을 찾게 하기 위한 여섯 개의 주제를 선택했다. 그 주제는 별개의 의미도 있지만, 순차적 관계성 말하자면 흐름 또한 지니고 있다. 첫째,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둘째, 개별 인간들이 모여 살면서 이룩하게 된 사건의 집합체 역사란 무엇일까 셋째, 사회 혹은 국가란 어떤 연유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넷째, 사회라고 다 같은 사회는 아닐 터인데 올바르고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다섯째,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 가는 대표주자 지도자의 올바른 상은 무엇일까 여섯째,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의 경제를 일구어 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상이 인류가 지금껏 함께 살면서 고민한 대표적 주제들인 동시에 가족이든 친구관계든 학교든 십 대가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궁금증이요 고민의 지점이다. 결국 내가 알고 싶고 의문점이 생기는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오랜 시간 지성의 꽃들이 나름의 해법을 찾기 위해 연구한 과정과 결과를 정리한 것이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고전인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고전이어서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지금-여기에서 풀고 싶어 하는 문제의 해법을 찾는 터전이 고전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여섯 가지 주제는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각각의 고전들을 꿰는 실이다.
《고전하는 십 대의 이유 있는 고전》은 수많은 고전 중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 헤맬 십 대를 위해 고등학교 《고전》 교과서에 실린 고전 중에서 열여덟 작품을 골라 여섯 주제에 따라 각기 세 권씩 분류했다. 교과서 안에서 각기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고전작품들을 하나의 주제 안에서 다른 작품들과의 연관성 혹은 차별성을 통해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하였다. 책이란 한 권씩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이 책은 단순히 어떤 하나의 고전을 개별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다른 고전들과의 관계 속에서 각각의 고전이 지닌 의미를 생각해 보기를 바라며 구성하였다.
고전의 이유를 알게 하는 책
구성 면에서 가진 독특함을 완성하는 힘은 십 대의 독서 능력 수준에 맞게 쉽고도 맛깔스럽게 고전을 요리하는 필자의 필력이다. 이미 난해하기로 유명한 데카르트의 《성찰》을 청소년용으로 풀어 쓴 《성찰, 모든 것을 의심하며 찾아낸 생각의 신대륙》에서 보여 준 쉽고 편안한 전달력은 《고전하는 십 대의 이유 있는 고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고전을 줄기를 가지고 배치하는 장악력, 원문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을 뽑아내는 날카로운 눈, 선택한 원문을 내용 전체와의 연결 고리 속에서 설명하는 명석한 분석력, 개별 고전의 의미를 다른 고전과의 연관성상에서 비교 분석하는 통찰력, 추상적인 개념어의 설명을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비유적으로 전개하는 유연성, 전체의 흐름을 마지막에 핵심 위주로 간략하게 재정리하는 친절함까지 필자의 미덕은 실제로 책을 읽으며 확인하지 않고는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다. 아마도 필자의 삶에 고전이 준 선물이 바로 이 뛰어난 필력이겠으나, 이는 어떻게 고전을 읽고 공부하느냐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고전이 주는 힘이 다 다르다는 증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이 책이 고전을 제대로 읽고 소화하는 필자 나름의 방식을 맛보는 시식코너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십 대 시절은 학교생활, 친구나 부모님과의 관계, 입시, 진로, 무엇보다도 인간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 등 여러 질문들로 이루어진 미로 속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의 시기이다. 어쩌면 청소년은 지금 이러한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기 위해서 힘든 싸움을 하는, 즉 삶이라는 미로 속에서 ‘고전(苦戰)’하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질문들의 미로 속에서 길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 ‘아리아드네의 실’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고전(古典)’이다. 고전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과 세상에 관한 질문의 미로에 빠졌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고전(苦戰)’하고 있는 청소년 독자도 ‘고전(古典)’이라는 ‘아리아드네의 실’을 따라가다 보면 삶의 미로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읽었더라면 하고 원하면서도 실은 누구도 읽기를 싫어하는 책’이 고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전은 다가가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고전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질문이라는 미로에 빠진 사람들을 출구로 이끌어 줄 ‘아리아드네의 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읽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 자체로 길을 잃기 쉬운 하나의 미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하는 십 대의 이유 있는 고전》은 고전의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십 대에게 ‘아리아드네의 실’을 건네기 위해서 쓰였다. 이 책을 실마리로 해서 고전의 미로를 따라가다 보면 청소년 독자는 길을 잃지 않고 각자의 질문에 대한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