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도>
더 이상 120년 전 피노키오만 읽힐 순 없다! 요즘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피노키오!
피노키오는 어린 아이들까지 그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하다. 1883년 이탈리아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에 의해 세상에 나온 피노키오는 1998년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에 의해 새롭게 탄생되었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이미 우리에게도 여러 좋은 작품으로 사랑 받고 있는 작가이다.
피노키오 이야기는 다 알다시피 제페토 할아버지가 우연히 친구에게 얻은 이상한 나무토막으로 말하는 꼭두각시를 만들면서 시작된다. 나무 인형 피노키오는 크고 작은 실수와 어리석음으로 아버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자신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결국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 커다란 상어에게 잡혀먹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
뇌스틀링거가 쓴 <새로운 피노키오> 역시 큰 줄거리는 콜로디의 이야기와 같다. 하지만 콜로디가 피노키오를 통해 아이들의 역할이나 행실의 옳고 그름 등 교훈을 강조했다면, 뇌스틀링거의 피노키오는 어른의 키에서 내려다보는 일방적 훈계만이 아닌 아이들이 바라보는 어른들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나, 아이들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콜로디의 피노키오는 게으르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남의 꼬임에 쉽게 넘어 간다. 한마디로 진짜 잘못을 저지르는 아이다. 아버지와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요정과의 관계, 동물들과의 관계에서도 피노키오는 정말 철없고 때론 악?하기까지 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그래서 아무생각 없이 한 거짓말로 코가 한없이 길어지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뇌스틀링거의 새로운 피노키오는 그렇지 않다. 분명 놀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서 곤경에 처하기도, 슬픔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 또래 아이들의 느끼고 저지를 수 있는 충분한 아이다움이다. 더불어 거짓말보다는 철없는 솔직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을 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콜로디의 피노키오가 단순히 부끄러움을 느꼈다면 새로운 피노키오는 자신이 거짓말에 당당한 이유를 밝힌다. 그동안 누굴 믿었을 때 당한 속임 들로 인해 쉽게 남을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요정의 모습도 콜로디의 피노키오가 훈계와 잘못의 냉정한 대가였다면 뇌스틀링거의 요정은 피노키오의 이유를 충분히 알아듣고 자신의 장난을 미안해하기까지 한다. 이는 바로 거짓말이 나쁘기는 해도 때론 나름의 이유가 있을 때 억울한 오해로 상처받을 아이들의 마음을 함께 하고자 하는 뇌스틀링거의 해석일 것이다.
나무 인형 피노키오 마음은 바로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다
모든 아이들은 놀고 싶어한다. 그것은 아이들의 순수한 권리이자 특권이다. 하지만 그 속에도 나름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 뇌스틀링거의 새로운 피노키오와 콜로디의 피노키오가 눈에 띄게 차이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장난감 나라에 가서 당나귀로 변하는 장면이다. 콜로디의 피노키오에서는 게으르고 놀기만 좋아한 벌로 장남간 나라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당나귀로 변한다. 물론 피노키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뇌스틀링거의 새로운 피노키오에서는 좀 다르게 그려지고 있다. 피노키오는 짧은 시간에 뜻하지 않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때론 그것이 피노키오의 어리석은 생각이나, 철없는 행동이기도 하다. 즉 그건 바로 쉽게 유혹에 빠지기 쉬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새로운 피노키오>에서 피노키오는 끊임없이 자신의 판단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나타나고 있다. 집에 남아서 걱정할 아버지를 생각하는 모습이거나,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사랑해주는 요정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나, 같은 꼭두각시 인형 친구들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함께 하고자 하는 모습은 철없고 놀기만 좋아하는 피노키오 마음 속에 인간적인 따뜻한 아이의 마음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새로운 피노키오>에서는 장난감 나라에 갔을 때 혼자만 당나귀로 변하게 된 이유가 요정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린다. 그건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 되고 싶어했던 피노키오가 요정과 한 약속을 지켜야 된다는 깨달음이기도 하다.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일러스트를 통한 새로운 작품 해석
누구나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는 피노키오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림책이나 동화책 속의 삽화거나, TV 속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의 아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여진 피노키오의 모습은 여러 가지다. 삽화란 글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그 작품 속의 삽화를 통해 그 작품 속 주인공을 기억하기도 한다. 화가인 아버지를 둔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는 현재 독일에서 인정받고 있는 독특한 개성의 일러스트레이터다. 그의 그림은 단순히 글의 보조가 아닌 화가 나름의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피노키오가 나무토막에서 인형으로 만들어지는 장면,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장면, 꿈속에서 자신의 코에 금화 나무가 자라는 모습, 거대한 상어 입 앞에서의 모습 등은 글을 읽으며 더욱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떤 이들은 하이델바흐의 삽화가 아니었다면 이 책의 매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전 세계에 수많은 피노키오의 캐릭터가 있겠지만 <새로운 피노키오>를 통해 만나는 하이델바흐의 삽화는 또 다른 느낌으로 기억될 것이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1936년 10월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응용 그래픽을 공부했고 1970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약 200여권의 그림책, 어린이책, 청소년 책을 썼다. 대부분의 책들은 다른 나라에서 번역되어 소개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독일 어린이 문학상, 오스트리아 국가상 등 유수 어린이 문학상을 수 차례 수상했다. 1984년 세계적인 동화 작가에게 수여하는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내 친구 미니 이야기 시리즈> <프란츠 시리즈> <세 친구 요켈과 율라와 예리코> <오이 대왕> <깡통 소년> 등이 있다.
김경연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아동문학관련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동문학가이며 번역가로서 많은 어린이책 번역하고 좋은 외국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 말로 옮긴 책으로는 『행복한 청소부』『바람이 멈출 때』『애벌레의 모험』『통조림 속의 인어아가씨』『욘 할아버지』『신나는 텐트 치기』『생각을 모으는 사람』『잠자는 책』『루카―루카』『빨간 나무』등이 있다.
해외 서평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을 위해 새롭게 쓰는 데 성공했고,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는 이 책의 여러 모험과 등장 인물들을 활기차게 해 주는 데 성공했다. 하이델바흐가 그린 피노키오는 때론 슬프고 절망적이기도 하고, 건방지거나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랑스런 아이다 - 클라우디아 슐체
<새로운 피노키오>는 \'옛날 피노키오\'와 당당히 맞설 수 있다. 이 책은 옛날 소재를 대단히 성공적으로 바꿔 쓴 이야기다. - 하랄트 클로트
<새로운 피노키오>는 원래의 피노키오보다 더 사랑스럽고 순진하며, 무엇보다 자유로운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피노키오> 역시 진짜 사람이 되기 전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위험한 모험을 겪는다. -쾰른 응용 미디어 연구소
국민일보/책과 길
어! 내가 읽은 피노키오와 다르네
“착한 아이가 될 때 진짜 사람이 된다.”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1826∼1890)가 1883년에 펴낸 ‘피노키오’가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착하게 살아라’라는 교훈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지 120년이나 지난 이 동화의 주제는 너무도 교훈적이어서 어딘지 진부한 느낌을 줍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무조건 따르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착한 어린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독일의 동화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67)는 5년전 콜로디의 ‘피노키오’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피노키오’를 탄생시켰답니다. 콜로디의 ‘피노키오’가 게으르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남의 꼬임에 쉽게 넘어가는 타성적이고 감성적인 성격이라면 뇌스틀링거의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당당하게 이유 있음을 밝히는 능동적이고도 이성적인 자아의 소유자랍니다.
즉 콜로디가 피노키오를 통해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계몽적인 교훈을 강조했다면 ‘새로운 피노키오’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어른들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나 아이들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리고 있지요. 예컨대 콜로디의 피노키오는 아무 생각없이 한 거짓말로 코가 한없이 길어지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새로운 피노키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지요.
피노키오의 코가 늘어난 장면을 비교해 볼까요. “피노키오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워 몰래 방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실패하고 말았어요. 코가 너무 길어져서 문을 빠져나갈 수 없었거든요.”(콜로디의 ‘피노키오’)
반면 뇌스틀링거는 이 장면을 “난 단지 조심하느라 거짓말을 한 거예요. 누군가를 금방 믿으면 일이 어긋나버리더라고요! 그런데 누군가를 금방 믿지 않아도 일이 어긋나다니,이럴 수가.”로 바꿔놓았지요. 또한 피노키오는 기다란 코를 잡아당기기면서도 요정에게 따지듯 되묻습니다. “이걸 재미라고 하는 거예요? 내가 잘못된 것이 당신한테 재미라면 난 당신을 좋아할 수 없어요!”
피노키오가 당나귀로 변하는 장면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콜로디의 ‘피노키오’에서는 다람쥐가 이렇게 묻지요. “친구야, 이게 다 네 운명이야. 책과 학교와 선생님을 싫어해서 하루 종일 장난감만 가지고 노는 게으름뱅이들은 곧 어린 당나귀가 된다는 말이 지혜의 법령에 나와있다고.” 이에 피노키오는 “그게 정말이니? 하지만 내 잘못은 아니야. 이게 다 램프 심지의 잘못이라구”라며 운명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에 비해 ‘새로운 피노키오’에서는 다람쥐가 “아니,어떻게 된 거야? 너 참 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구나”고 묻자 피노키오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건 버릇이 아냐. 넌 내가 당나귀가 되고 싶어 된 줄 아니? 이 빌어먹을 장난감 나라에서 누군가가 나한테 마법을 건 거야.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 하라고!”
뇌스틀링거는 피와 살을 가진 진짜 사람이 되고 싶은 피노키오의 약점을 요정이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죠. ‘새로운 피노키오’는 콜로디의 ‘피노키오’에 비해 한층 더 자유로운 의지를 갖고 있는 현대판 악동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 어린이들은 두 유형의 피노키오 가운데 어떤 친구를 갖기를 원할까요?
2003.03.07/정철훈 기자
동아일보
실컷 놀고도 사람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쓴『피노키오』는 말하는 나무인형의 등장이란 점에서 발상이 상큼하다. 그러나 내용은 장난꾸러기가 온갖 모험을 겪다 제페트 할아버지를 구출하고 착한 사람이 된다는 매우 교훈적인 것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내려다보는 일방적 훈계에서 원인 모를 답답함을 느낀 아이들도 많다.
1998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뇌스틀링거에 의해 다시 태어난『새로운 피노키오』는 눈높이를 아이들의 것으로 낮췄다.
피노키오는 분명 놀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곤경에 처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 또래 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아이다운 짓이다. 또 거짓말보다 철없는 솔직함을 갖고 있다. 거짓말을 했을 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또한 피노키오는 끊임없이 자신의 판단에 대해 반성하고 고민한다. 피노키오도 당나귀로 변하지만 그것은 게으르고 놀기만 좋아한 데 대한 벌이 아니라 요정이 피노키오에게 뭔가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다.
피노키오는 무엇보다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나무인형이니까.
2003.03.12/김진경 기자
소년조선일보/책동산
새로운 피노키오
1883년 이탈리아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의해 세상에 나온 ‘피노키오’를 1998년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새롭게 쓴 작품이다. 큰 줄거리는 같지만, 원작이 교훈성이 짙다면 새 작품은 어른들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등을 솔직하게 그린 점이 특징이다.
조선일보/어린이 책
‘신세대 버전’으로 다시 읽는 피노키오
아직 피노키오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가 있다면, 원작인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 대신 오스트리아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신세대 버전으로 바꿔 쓴 『새로운 피노키오』를 읽히는 게 현명하다. 무턱대고 100년도 훨씬 전에 쓰인 원작을 읽혔다간 “노는 게 그렇게 큰 죄예요?” “장난감 나라에 놀러갔다고 당나귀로 만드는 건 말도 안돼!” 등등, 아이들의 거센 항의를 면하기 힘들 것이다.
줄거리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 제페토 할아버지에 의해 꼭두각시 인형으로 태어난 피노키오는 하는 일마다 실수 투성이다. 인형극을 보기 위해 책을 팔아버리지 않나, 여우와 고양이에게 속아 땅속에 금화를 묻고 물을 주질 않나. 게으름뱅이 친구의 꾐에 빠져 장난감 나라로 달려가는 것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숨은 그림 찾아내듯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차이를 발견한다.
우선 새로운 피노키오에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당당한 이유가 있다. 철썩같이 믿었던 친구(여우와 고양이)로부터의 배신. “인생이란 게 이토록 형편없는 거라면 죽는게 낫다”며 절망하는 피노키오가 요정을 믿지 못해 금화가 어디있는지 모른다며 고개를 젓는 건 당연하다.(아이들의 거짓말을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치지 말자!)
피노키오를 대하는 요정의 태도도 원작과는 사뭇 다르다. 심술기 다분한 콜로디의 요정이 상벌에 엄격하다면, 뇌스틀링거의 요정은 한없이 자상하고 지혜로운 ‘어머니’ 같은 존재다. ‘부지런한 꿀벌들의 섬’에서 다시 만난 요정이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며 사는 마을사람들을 가리켜 “정말 끔찍하지?” 하고 말하는 대목은 원작에선 찾아볼 수 없는 뇌스틀링거의 ‘창작’! 장난감 나라로 도망친 벌로 당나귀가 되는 장면도 새로운 피노키오에선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그래! 내 사랑하는 요정님이 그랬을 거야. 당나귀가 되어 더 빨리 집으로 달려올 수 있도록” 하고 말하는 피노키오는 행복해 죽을 지경이다.
삽화 또한 새로운 피노키오의 등장을 한층 빛나게 한다. 금화가 주렁주렁 열리는 꿈을 꾸며 행복하게 잠든 피노키오의 표정은 압권. 고래 뱃속에서 다시 만난 제페토 할아버지가 빨리 탈출하자는 피노키오에게 “상어 뱃속이긴 해도 고기와 빵 설탕까지 들어있으니 우리 둘이 아끼며 살면 적어도 십년은 족히 살 수 있을거다” 라고 천연덕스레 말하는 장면 역시 웃음보를 터뜨린다. ‘착한 어린이가 되자’는 콜로디의 메시지를 ‘어른들 생각이 어린이보다 늘 훌륭한 건 아니다’로 바꿔버린 또하나의 명작이다.
2003.03.04/김윤덕 기자
한겨레신문/우리집 책꽂이
멋지게 진화한 21세기형 피노키오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쓴 피노키오는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동화 가운데 하나다. 게으른데다 놀기만 좋아하면 낭패를 보게 되고 부모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야 진짜 사람이 된다는 교훈을 가진 이 이야기는 생각해보면 아이보다 어른이 더 좋아할 이야기다.
독일의 동화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98년 쓴『새로운 피노키오 1, 2』는 손쉽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길들이려는 어른들에게는 썩 내키지 않는 동화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원작에서 어른의 눈높이로 맞춰져 있던 일방적 훈계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내려 아이들의 솔직한 욕망과 단순하지만은 않은 고민의 순간을 그린다.
원작에서처럼 피노키오는 놀고 싶은 유혹에 빠지고 그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기도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피노키오의 행동을 나쁜 짓이 아닌 아이다운 실수로 묘사한다. 학교가는 길에 인형극 공연을 마주친 피노키오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론내린다. “학교는 내일가면 되지. 학교가 어디로 도망가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음악이 내일도 연주될지는 알 수 없잖아. 그래, 오늘은 음악을 연주하는 데 가고 학교는 내일로 미루는 게 좋겠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징벌’에만 맞춰져 있던 에피소드도 왜 거짓말을 했을까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둔다. “난 조심하느라 그런 것 뿐이예요. 누군가를 믿으면 일이 꼭 잘못되더라구요! 그런데 누군가를 믿지 않아고 일이 잘못되다니, 이럴수가……” 돈이 어디있는지 묻는 요정에게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한 건 나쁜 고양이와 여우에게 골탕먹었던 그의 경험에서 나온 나름의 방어행동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완전할 수 없는 동등한 인격체라는 걸 인정한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자신의 머리색을 놀리는 피노키오에게 마구 화를 내기도 하고 불에 타버려 없어진 발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피노키오의 부탁에 짐짓 퉁기기도 한다. “부모들은 자기들 힘이 얼마나 큰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 곧잘 그렇게 하잖니” 이처럼 작가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어른들을 한번 이해해보라고 제안한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피노키오는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곤경에 빠졌다가 뉘우치고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이 책에서 피노키오의 반성은 징벌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끊임없는 고민과 망설임을 통해 이뤄진다. 요즘 아이들이 원하는,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깨우침도 이런 것일 게다.
2003.03.10/김은형 기자
한국일보
피노키오 거짓말은 이유가 있다구요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1883년 작품인 ‘피노키오’는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동화의 명작이다. 책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고 영화와 아동극, 만화영화와 클레이 애니메이션 등으로 이미 다종다양하게 소개됐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우연히 얻은 이상한 나무토막으로 인형을 만들고, 그 나무 인형이 말을 해 할아버지의 아들이 되면서 벌이는 크고 작은 실수와 모험이 줄거리다. 피노키오가 거짓말할 때마다 코가 커지게 하는 벌을 주는 요정의 감시와 할아버지의 사랑 때문에 결국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동화이다.
뇌스틀링거의 책 역시 큰 줄거리는 콜로디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콜로디가 아이들에게 올바른 판단과 행동의 전범을 보여주고, 잘못했을 경우 겪을 고통의 예를 제시하는 훈계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뇌스틀링거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사건을 풀어나간다. 콜로디의 피노키오는 게으르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남의 꼬임에 쉽게 넘어 가는 아이다.
아버지나 친구들, 요정이나 동물 사이에서 피노키오는 철없기 그지없고 때로는 악하게도 보인다. 하지만 뇌스틀링거의 피노키오는 그렇지 않다.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곤경에 빠지기도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또래 아이들이 느끼고 저지를 수 있는 흔한 일로 해석한다. 거짓말을 했을 때도 피노키오에게 무언가 이유가 있다는 점을 좀더 강조하는 식이다.
요정 역시 콜로디는 피노키오를 훈계하는 존재로 그렸지만 뇌스틀링거는 피노키오가 저지른 행동의 이유를 알아듣고 자신의 장난을 미안해하는 식으로 그리고 있다. 거짓말이 나쁘기는 해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때 나무람으로 상처 받을 아이의 마음까지 배려했기 때문이다.
번역된 글은 구연동화를 연상시킨다. ‘버찌 할아버지는 마침 낡은 탁자가 흔들거려 다리를 새로 달려던 참이었단다. 그래서 나무토막 껍질을 벗기려고 도끼를 집어 들어 내려치려고 했지, 그때였어.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아주 겁먹은 목소리였어.’ 독일 아동문학 전공으로 국내에서 첫 아동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경연씨의 번역 솜씨와 감각이 돋보인다. 하지만 본문 종이를 고급 ‘스노 화이트’지로 쓴 것은 못마땅하다. 아이들 책 값에 허리 휘는 부모도 있다. - 김범수 기자(200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