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노래, 모노폰을 없애라> 소개
모노폰의 음악에 사람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모노폰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았고, 열광시켰다.
그리고 모노폰이 사람들에게 명령하고 지시한다. 그들의 목소리만 듣고 따르라고.
공상을 즐기며 이야기를 곧잘 지어내는 여자 아이 마틸다, 마틸다가 사는 도시 광장에 거대한 축음기처럼 생긴 모노폰이 들어섰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모노폰을 낯설게 바라보지만, 모노폰에서 나오는 흥겨운 음악에 취해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모노폰에 빠져든다. 시장은 모노폰이 사람들을 화합시키며, 도시를 더욱 부강하게 해 줄 것이라며, 모노폰과 모노폰을 지키는 검은 제복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당부한다. 마틸다를 비롯한 도시 사람들 대부분이 모노폰에 열광하며, 모노폰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따르는데……. 그들의 명령에 따라 처음에는 얼굴에 주근깨가 난 사람들이, 다음은 붉은 머리칼의 사람들, 말을 더듬는 사람들, 안경을 쓴 사람들이 도시에서 하나 둘 사라진다. 모노폰과 검은 제복단은 사람들에게 명령과 지시만 할 뿐,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들의 지시만 따르라고 한다.
그들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발길질과 질타를 피할 수 없고,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질문하기를 피하며 두려움과 불안감 속에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데……. 모노폰과 검은 제복단에게 삶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통제받으며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대체 무엇이 우리의 삶을 두려움 속에 몰아넣은 것일까?
“누구도 우리의 자유를 빼앗을 수 없어!”
독재에 맞서 자유를 되찾은 용기 있는 아이의 이야기 “독재자의 노래, 모노폰을 없애라”
독일의 아동청소년 문학가 엘리자베스 쵤러는 그간 폭력에 반대하며 인간의 선한 마음과 강인한 삶에 대한 의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책을 많이 썼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독재자의 노래, 모노폰을 없애라!”는 독재에 맞서 자유를 되찾은 용기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독재’라는 단어는 어린이들에게 어렵고 낯설 것입니다. 그러나 주인공 마틸다의 말처럼 어리든 늙든, 중요한 건 우리가 두려움 속에서 독재자의 명령을 들으며 계속 살 수 없다는 것이지요. 모노폰을 통해 ‘독재’가 무엇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에 지배받기까지 어떠한 과정이 있고, 실제로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전합니다. 실제 역사에서 독재 정치의 도구로 이용된 음악과 스포츠의 역할 또한 이야기 속에 잘 버무려서 이야기의 재미를 돋우며, 현실을 바로 볼 혜안을 전하지요.
“인간이 자유를 잃으면 용기 또한 상실한다.
노예로 살아가는 인민들에게는 투쟁 욕구도 없고, 강인함도 없다.
그래, 독재자들은 이를 분명히 꿰뚫고 있으리라.”
- 에티엔느 드 라보에티 《자발적 복종》 中
16세기 프랑스의 혁명적 사상가 에티엔느 드 라보에티는 수많은 사람들이 단 한 사람의 독재자에게 굴복당하고, 지배받는 이유가 결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독재자의 해악을 참고 견디며,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수세기가 지난 오늘날,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살면서도 우리는 삶의 편의를 위해 사회적, 경제적 독재자의 횡포를 눈감아 주었습니다. 경제적 가치를 쫓아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루어지는 착취와 억압, 불평등을 못 본 척 했습니다. 나의 삶에 직접적으로 해악을 끼치지 않고,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삶에 무관심했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그러한 삶의 태도를 버리고, 나와 너 우리가 자유로운 인간 본성을 살려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애써야 할 때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마틸다처럼 용기 내어 부당한 일에 부당함을 표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유를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아이들은 마틸다의 이야기를 잃고 생각해 볼 것입니다. 자유가 무엇인지, 자유를 잃으면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빛나는 자유를 위하여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요. 이 책이 아이들 마음에 담긴 작은 용기를 키울 부지깽이 같은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합니다.
책 속으로
처음에 손잡이를 돌린 사람이 한결 힘을 주어 손잡이를 돌리는 게 보였다. 그러자 북소리가 세 번 울리고, 힘차게 팀파니 치는 소리가 세 번 이어졌다. 쟁, 쟁, 쟁. 모인 사람들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껏 기대에 부푼 침묵이. 이윽고 마치 마법을 부린 것 마냥 부드러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하나 둘, 흥얼대며 몸을 움직였고, 곧 여러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침내 광장은 춤을 추고 노래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중략…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헨리가 늘 안경을 끼고 다닌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어쨌든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도 헨리에게 이 비밀스러운 여행을 가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은 헨리를 놓아주고는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내려고 두리번거렸다. 나는 화가 나서 바르르 떨며 서 있었다. 헨리는 내 옆에 있었다. 나는 밀라한테 화가 났다. 밀라의 냉정함에 화가 났다. 헨리를 때린 사람들에게도 화가 났다. 이 어처구니없는 강요에 화가 났다.
…중략…
사람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선뜻 저항하지 못한다. 단장은 바로 그걸 이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은 채, 일부러 애매한 상태에 빠져 있게 했다. 그저 자신들을 따라 오게만 했지, 절대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했다. 게다가 모노폰은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엄숙하게,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위협적으로 음악을 들려줬다. 음악은 우리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깊이 생각하지 못하게 주의를 돌리며 순순히 복종하게 조장한다. 그래서 우리의 작전이 진짜 중요하다. 모노폰은 없어져야 한다!
…중략…
줄거리
스스로 생각하고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 아이 마틸다, 마틸다가 살고 있는 도시 광장에 축음기처럼 생긴 거대한 이상한 물건이 하나 들어온다. 바로 하나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모노폰. 시장은 모노폰이 시민들을 즐겁게 만들면서 동시에 도시를 질서정연하게 만들고 모든 사람을 화합시킨다고 한다.
모노폰 주변에는 항상 모노폰을 지키는 검은 셔츠를 입은 파수꾼들이 있다. 그들은 제복 차림에 표정이 엄격해서 멋있는 동시에 무섭게도 보인다. 처음에는 모노폰으로 인하여 도시에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모노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모두가 모노폰에 열광하며 하나의 음만 내는 모노폰에 길들여진다.
그러다 어느 날, 모노폰에서 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나오며 사람들에게 명령한다. 그에 따라 주근깨가 있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시작으로 머리색이 붉은 사람들, 말을 더듬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사라진다. 그들이 과연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일까? 이것이 정말 축제일까? 뭔지 모를 두려움이 퍼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