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파니에게 다가온 이성 친구 루카
늘 혼자 앉던 파니 옆자리에 루카가 앉습니다. 그때부터 루카는 파니 연필이 바닥에 떨어지면 곧장 주워 주기도 하고 가끔은 파니를 쳐다보고 빙긋 웃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둘은 가까워지고, 마침내는 친구들 모르게 놀이터에서 만나 손잡고 걷거나 그네도 타고 서로 이야기를 들어 주기도 합니다. 이제 파니 마음속엔 온통 루카뿐입니다.
하지만 방학을 맞으면서 모든 건 바뀌고 맙니다.
파니와 루카는 방학 동안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서로 부모를 따라 여행을 가기 때문입니다. 파니는 이탈리아 바닷가에서 루카처럼 곱슬머리인 엘레나를 만납니다. 파니는 엘레나를 만나고 나서도 루카 생각뿐이지만, 엘레나와 친해지게 되면서 루카를 잠깐 잊습니다. 그러나 방학이 끝나가자 파니는 다시 루카 생각만 합니다.
한편 루카는 방학 동안 말타기에 푹 빠집니다. 방학이 끝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루카는 새로 전학 온 하이너와 가까워지더니 더 이상 파니에게 전화를 걸지도, 놀이터에서 만나자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루카 때문에 파니는 가슴 속에 큰 돌멩이가 생긴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제 파니는 루카와 ‘슬픈 친구’가 되고 마는 걸까요?
한 소녀가 이성 친구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깜찍하고도 풋풋한 사랑 이야기
루카-루카》는 아이들의 심리에 대해 풍부한 이해를 갖고 있는 구드룬 멥스의 장점이 잘 발휘된 작품입니다. 작가는 주인공 파니가 루카와 특별한 친구가 됨으로써 느끼는 설렘과 기쁨 그리고 사이가 멀어진 데서 오는 아픔을 탄탄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냅니다.
파니와 루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파니와 루카의 사소한 행동들, 별것 아닌 행동들에도 왠지 마음이 간질간질해지고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루카가 전화하기로 한 시간이 되면 전화기 앞에서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수업 시간인데도 서로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고…… 그건 아마도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첫사랑, 바로 그 느낌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뭘 알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나이에는 그 나이 때의 첫사랑이 있는 법이니까요.
작가 구드룬 멥스는 파니가 루카와 특별한 친구가 되면서 무엇에 그토록 가슴 설레고 기뻐하는지 그리고 왜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 다시 웃으며 일어서는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파니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아픔을 겪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하는 법을 배우지요. 파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파니가 성장한 까닭은 아픔을 겪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건 파니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과 맺어진 관계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요. 거기에는 파니가 방학 동안 만났던 이탈리아 친구 엘레나, 새로 전학 와서 루카와 가까워진 하이너, 파니가 아빠와 함께 간 서커스 무대에서 본 어린 여자 어릿광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파니의 엄마와 아빠가 있지요.
파니를 사이에 두고 파니의 엄마와 아빠가 보여 주는 모습은 우리에게 웃음을 머금게 합니다. 하지만 한 걸음 나아가 파니의 엄마와 아빠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시대 부모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구드룬 멥스는 아이들의 심리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부모에게도 아이들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구드룬 멥스의 묘사가 참으로 뛰어나서, 파니의 감정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오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루카-루카>는 어른들도 눈여겨볼 만한 책입니다.
▶ 글 구드룬 멥스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어린이 책 작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1944년 독일 메르켄트하임에서 태어나 연극 학교에서 연극 공부를 했고 졸업 후 배우 생활을 하다가 1980년부터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청소년문학상, 오스트리아 어린이 책 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으며 1995년에는 연방 공로 훈장을 받았습니다. 멥스의 작품은 약 25개 국어로 소개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프리다》, 《작별인사》, 《할머니 나랑 친구해요》등이 나왔습니다.
▶ 그림 미하엘 쇼버
1966년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뉘른베르크 예술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1990년부터 어린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옮김 김경연
서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아동 청소년 관련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아동 문학가이자 번역가로서 많은 어린이 책을 번역하고 좋은 외국 도서를 소개하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행복한 청소부》, 《바람이 멈출 때》, 《브루노를 위한 책》, 《엘리베이터 여행》, 《여왕 기젤라》, 《여름의 규칙》,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매미》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