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모으는 사람
여기 부루퉁 씨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진 아저씨가 있다. 아침 여섯 시 반이면 아저씨는 어김없이 가죽끈이 반질반질 해진 아주 낡은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아저씨는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여러 생각들을 모으는 일을 한다. 예쁜 생각, 미운 생각, 즐거운 생각, 조용한 생각, 슬기로운 생각, 어리석은 생각 어떤 생각……. 물론 아저씨가 좋아하는 생각들도 있다. 하지만 아저씨는 다른 생각들이 마음을 다칠까 봐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은 생각으로 불룩해진 배낭을 메고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와 또 다른 일을 시작한다. 생각들을 기역 니은 디귿 순으로 챙겨서 정리한 다음 생각들을 선반에 두 시간 가량 푹 쉬게 놓아두는 일이다. 그러면 생각들이 잘 익은 과일처럼 즙이 많아지고, 아저씨는 그것을 화단에 정성껏 심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는 아주 신비롭고 아름다운 일이 일어나는데……. 생각을 모으는 아저씨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꽃으로 피어난 생각들은 아주 작은 알갱이가 되어 바람에 실려 날아갑니다.
높이, 점점 더 높이 날아 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아직 잠으로 덮여 있는 지붕들 위에 떠 있게 되지요.
그렇게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의 이마에 가만가만 내려앉아,
새로운 생각들로 자라나지요……
-본문 중에서-
모니카 페트
1951년 독일 하겐 시에서 태어나, 문학을 전공한 모니카 페트는 현재 작은 시골 마을에 살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 『행복한 청소부』 『생각을 모으는 사람』 『바다로 간 화가』등 잔잔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작품들로 하멜른 시 아동 문학상과 오일렌슈피겔 아동 문학상을 비롯해 독일의 여러 아동 및 청소년 문학상에 지명되었다.
김경연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김경연 선생은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우리 나라 최초로 아동문학관련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동문학가이며 번역가인 선생은 다수의 아동도서를 번역하고 좋은 외국도서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역서로는 『행복한 청소부』 『바람이 멈출 때』 『애벌레의 모험』 『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 『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 『여우를 위한 불꽃놀이』 『신나는 텐트 치기』 『스타가 되고 싶어!』 『오빠의 누명을 벗기고 말 테야』 『동생은 괴로워!』 『통조림 속의 아가씨』 『빔블리』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한겨레신문/우리집 책꽂이
‘생각’ 모아다 꽃으로 피워 꿈으로 띄우는 아저씨
지난해 출간된『행복한 청소부』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독일작가 모니카 페트의 또다른 대표작『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나왔다. 이야기 못지 않게 따뜻하며 신비스런 분위기를 풍겼던 안토니 보라틴스키의 그림도 여전히 함께다. 아침 여섯시 반이면 어김없이 불룩한 배낭을 메고 부루퉁 아저씨는 ‘생각’을 모으러 나타난다.
휙∼. 예쁜 생각, 미운 생각, 즐거운 생각, 조용한 생각, 슬기로운 생각, 어리석은 생각들이 아저씨의 아주 낮고 짧은 휘파람 소리에 배낭 안으로 날아든다. 작은 집에 돌아온 아저씨는 생각들을 선반에 기역, 니은 순으로 정리한다. 선반서 두 시간쯤 휴식을 취한 생각들은 집밖 커다란 화단에 옮겨져 심어지고, 하룻밤을 자고난 생각들은 기막히게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특별한 꽃들로 피어난다.
그리고 훅∼. 부드럽게 녹아내린 꽃들은 미세한 알갱이가 되어 한줄기 바람에 실려 사람들 집의 지붕위로, 꿈꾸는 이들의 이마 위에 내려앉는다.
페트와 보라틴스키가 함께 만들어내는 그림책들은 읽는다기 보다 느끼는 책이다. 책을 보다보면 시끌벅적한 주변이 한순간에 내 곁에서 사라져 버리고 어느새 내가 책 속 거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들곤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느날 자신이 정성을 다해 닦던 거리의 표지판에 새겨진 작곡가와 작가를 자신이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즐거운 배움에 빠져드는『행복한 청소부』의 아저씨나, 좋아하는 생각들이 있지만 다른 생각들이 ‘마음을 다칠까봐’ 내색하지 않는 부루퉁 아저씨가 서 있다. 그들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우리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존재다.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없다면, 생각들은 줄곧 되풀이되다가 언젠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어제 괴로운 생각을 하던 이도 오늘은 즐거운 생각을 할 수 있다. 매일매일 어디선가 생각들이 새롭게 꽃으로 피어난다는 이야기는, 각박한 생각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작은 희망처럼 느껴진다.(2001.09.17/김영희 기자)
조선일보/책마을(어린이)
『행복한 청소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페트의 그림동화.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동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2001.09.15)
중앙일보
부루퉁 씨는 아침 여섯 시 반이면 어김없이 낡은 배낭을 매고 생각을 모으러 길을 나선다. 예쁜 생각, 미운 생각, 즐거운 생각, 조용한 생각…….『행복한 청소부』의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팀이 또 한번 환상적 세계로 아이들을 데려가준다.(2001.09.15)
소년조선일보/책동산
부루퉁 아저씨는 매일 아침 여섯 시 반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여러 생각을 모으기 위해서다. 예쁜 생각, 미운 생각, 즐거운 생각, 조용한 생각 등을 모으지만 어린이들이 속상해 할까 봐 내색하지 않는다.(2001.09.12)
동아일보/책의 향기(어린이)
아침엔 생각들이 꽃으로 피어난단다.
무릎이 닳아빠진 겉옷과 푹 눌러쓴 베레모, 커다란 배낭과 질질 끄는 듯한 느리고 무거운 발걸음. 내가 누구냐고? 나는 ‘부루퉁’ 할아버지야. 어허, 인석들, 그만 웃어. 내 이름이 그렇게 재미있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할아버지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생각을 모은단다. 아침 6시 반이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지. 아침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어린이들은 창가에 앉아 내게 인사를 건네오기도 해.
가만 가만. 이 불룩한 배낭 안에서 삐죽삐죽 꿈틀대는 녀석들은 누구냐고? 이 녀석들이 바로 오늘 할아버지가 모은 생각들이야. 예쁜 생각, 미운 생각, 슬기로운 생각, 어리석은 생각. 종류도 가지가지야. 나는 생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내가 휘파람을 짧게 ‘휙’하고 불면 생각들이 내 배낭속으로 들어온단다. 어떤 녀석은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오다가 구멍을 잘못 찾아 ‘쾅’ 부딪치기도 해. 집으로 돌아오면 생각들을 ‘가나다’ 순으로 선반에 정리해 놓는단다. ‘ㄱ’ 선반에는 고운 생각, 거친 생각, 기쁜 생각을, ‘ㄴ’선반에는 나쁜 생각, 노여운 생각, 너그러운 생각을……. 정리를 끝내면 난 생각들이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준 뒤 집앞 화단에 잘 골라놓은 흙 속에 이 녀석들을 심는단다. 다음날 아침이면 생각들은 꽃으로 피어나지.
그리고 아침해가 밝아올 때쯤 ‘일’이 시작되는 거야. 꽃들이 작은 조각들로 부서져 먼지 알갱이처럼 공중에 나부끼거든.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햇빛 속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아. 너희들도 그 광경을 보고 싶다고? 그건 안돼. 생각들은 아주 수줍음이 많아서 낯선 사람 앞에서는 꼭꼭 숨어버리거든.
그럼 공중으로 날아간 생각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는거냐구? 원, 녀석 급하기도 하지. 부서진 생각들은 바람에 실려 떠다니다가 열린 창문이나 문틈, 벌어진 틈새로 집집마다 내려앉는단다. 그리고 꿈꾸고 있는 사람들의 이마에 내려앉아 새로운 생각으로 자라나게 되는거지. 사람들의 생각이 저마다 다른 건 바로 그 때문이야. 내가 아니면 똑같은 생각들이 늘 되풀이 되다가 영원히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어른들은 너희들에게 늘 말하지. “그 때가 제일 좋을 때란다.” 그렇지만 이 할아버지는 알아. 너희들도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 속이 복잡하잖아. 이 ‘부루퉁’ 할아버지는 너희들이 생각을 정리해서 영원히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줄게. 너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이야. 오늘 학교에서 기분 안좋은 일이 있었니? 이제 머리를 비우고 잠자리에 들렴. 내일 아침이면 새로운 생각들이 네 머리에 내려 앉아 또다른 꿈을 꾸게 할테니까.(2001.09.08/김수경 기자)
경향신문/어린이 글동산
부루퉁 아저씨는 아침 여섯시 반이면 배낭을 메고 거리로 나선다. 아저씨가 하는 일은 배낭에 ‘생각’을 모으는 일이다. 예쁜 생각, 미운 생각, 슬기로운 생각……. 집에 돌아온 아저씨는 생각들을 ㄱ, ㄴ, ㄷ 순으로 선반에 정리한다. 두시간쯤 쉬고 난 생각들은 달콤한 즙이 많아지고, 아저씨는 이 생각들을 화단에 심는다. 다음날 아침 화단에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모을 수 있다는, 그리고 그 생각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는 상상력이 엉뚱하고 발랄하다. 초현실주의풍의 그림도 탁월하다. 선반 위에서 수다떨고 기어오르고 날아다니는 생각들의 향연을 그려낸 장면은 압권이다.(2001.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