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토옹 텅 딱, 솨아아아아
여름이 오면 여름 소리가 들려요
한 권의 그림책에 담긴 여름의 재미난 소리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보아요.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새빨간 수박을 크게 베어 문 순간, 잿빛 하늘에 빗줄기가 내리는 순간, 투명한 물속으로 뛰어든 순간, 찬란한 오색 빛이 밤하늘을 수놓은 순간. 여름의 모든 순간에는 떠들썩하면서도 잔잔하고, 소란스러우면서도 고요한 ‘여름 소리’가 있어요.
《여름 소리》는 여름이 가진 고유의 소리를 담은 그림책이에요. 작가는 한 장 한 장 손수 찍어 낸 판화로 소리의 모양과 파동을 눈앞에 선명히 펼쳐 보여요. 그리고 말맛 좋은 다양한 의성어와 감각적인 표현들로 여름 소리가 귓가에 오래 맴돌고, 입가에 오래 머물도록 만들지요. ‘통 토옹 텅 딱’ 천천히 익어 가는 여름 소리부터 ‘씨르륵 씨르륵 씨르륵’ 어느새 식어 가는 마지막 여름 소리까지. 한 권의 그림책에 담긴 여름의 재미난 소리를 따라가 보아요.
다양한 의성어와 감각적인 표현으로 채워진 여름
나의 마음을 두드린 여름 소리는?
작가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로 ‘통 토옹 텅 딱’을 골랐어요. ‘통 토옹 텅 딱’은 무슨 소리일까요?
매년 5월 6일 무렵,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가 오면 과일 가게에는 탐스러운 수박이 하나둘 진열되기 시작해요.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통 토옹 텅 딱! 사람들은 속살이 빨갛고, 과즙이 많고, 다디단 수박을 고르기 위해 수박 껍질을 두드려요. 속이 꽉 차고 잘 익은 수박을 두드리면 ‘통 토옹 텅’ 같이 청명한 소리가, 아직 여물지 않은 수박을 두드리면 ‘딱’ 같이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지요. 작가는 과일 가게에 수박이 처음 진열되는 때를 사람들이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 변화를 처음 느끼는 시기로 보았어요. 그리고 수박이 내는 경쾌한 소리 ‘통 토옹 텅 딱’을 ‘첫 여름 소리’로 그려 냈지요.
이처럼 《여름 소리》에는 여름에만 들려오는 시원한 소리가 한가득 담겨 있어요. 드득 쩌― 억―, 토독토독, 또 옥 또 옥, 츳츠츠츠, 씨르륵 씨르륵 등 다양한 의성어는 물론 각 의성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수박 먹는 소리는 ‘여름 한 입 베어 문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장마가 노크하는 소리’, 시끄러운 모깃소리는 ‘한밤중 불청객과 싸우는 소리’ 등으로 여름의 한 장면 한 장면을 감각적으로 비유해 우리의 여름을 채워 주어요. 《여름 소리》를 읽고 나면 평소 무심코 흘려보냈던 소리들이 하나둘 귓가에 닿으며 여름이 더욱 풍성해질 거예요. 여러분의 마음을 두드린 여름 소리는 무엇인가요?
판화로 찍어 낸 여름의 맛, 여름의 열기, 여름의 기억
《여름 소리》는 박선정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이에요. 작가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여름날, 비가 가는 세로줄을 그으며 내리는 풍경과 ‘솨아아아’ 소리와 ‘솨아아아’ 글자 모양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날부터 작가는 다양한 여름 소리를 수집했고, 모인 여름 소리들은 고무판에 조각되어 판화 그림책으로 탄생했지요. 작가는 반으로 갈라진 수박을 표현하기 위해 ‘쩌억’ 중간을 조각칼로 일부러 파내고, 밤하늘에 펼쳐진 불꽃놀이를 표현하기 위해 ‘펑’을 다른 각도로 여러 번 찍어 번지는 느낌을 주었어요. 판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여름을 생동감 있게 전한 것이지요. 선명히 찍힌 원색 물감과 하얀 여백의 조화 속 여름 소리로 표현된 여름의 맛을, 여름의 열기를, 여름의 기억을 느껴 보아요.
▶ 글·그림 박선정
‘더워!’라고 말하면 더 더워진다고, 어렸을 적에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덥다는 말 말고도 재미난 소리가 가득한 여름을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하얀 비행》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