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내일을 만들어 갈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것들
요즘처럼 참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올바른 나라는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비단 어른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이 나라의 국민 모두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걱정하고 앞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듯합니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애들은 몰라도 돼!”라며 정치와 사회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기를 강요하는 일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그것보다는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요. 오늘을 교훈 삼아 내일을 만들어 갈 사람들은 바로 아이들이니까요. 그것이 많은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이유일 것입니다. ‘내일을 위한 책’ 시리즈는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시리즈입니다. 독재, 사회 계급, 민주주의, 여자와 남자(양성평등)에 대한 주제를 다룬 책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거쳐 왔고,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고민해 오고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입니다.
2016년 볼로냐 라가치 상 논픽션 대상 수상 시리즈
‘내일을 위한 책’ 시리즈는 40여 년 전인 1977년과 1978년에 스페인에서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 일러스트가 새롭게 바뀌어 재출간되었습니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당시, 스페인은 독재자 프랑코가 사망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그때 스페인은 민주화를 위한 첫 변화들이 탄생하는 과도기를 겪고 있었고 이 시리즈는 그러한 상황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원래의 시리즈명도 ‘내일을 위한 책’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의 내용은 지금 읽어도 전혀 진부하지 않습니다.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우리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듯도 보여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것은 40여 년 전에 기대한 ‘내일’이 아직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어린이들이 열려 있도록 도와주고, 더 나아가 그들이 만들 내일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볼로냐 라가치 상 논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아직도 존재하는 남녀 차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여자와 남자는 같아요》
‘내일을 위한 책’ 시리즈 4권인 《여자와 남자는 같아요》에서는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남녀 차별과 우리가 이루어야 할 양성평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1978년 이후,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성의 지위가 그때보다 훨씬 높아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자는 남자가 누리는 수많은 권리를 똑같이 누리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세계 곳곳에서 차별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실은 조금만 관심 있게 주위를 둘러보거나 신문을 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 한 명의 여자도 찾아 볼 수 없는 경영인 모임 사진이나 남자와 똑같은 돈을 벌기 위해서 여자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통계 같은 것들 말입니다.
여자가 나라의 지도자인 경우도 있지만, 책임 있는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의 수가 남자보다 훨씬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공평하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여자도 남자만큼 충분히 자격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여자와 남자는 동등하다고 해요.
하지만 남자는 여자보다 중요해 보여요.
여자는 남자보다 중요하지 않아 보여요.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중요한 여자도 있고 중요하지 않은 남자도 있어요.
똑똑한 여자도 있고 멍청한 남자도 있어요.
용감한 여자도 있고 겁 많은 남자도 있어요.
물론 중요하고 똑똑하고 용감한 남자도 있어요.
일과 지능과 용기는 남자인지 여자인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9~12쪽)
여자와 남자는 성이 다른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면에서 똑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라는 이유로 서로 다른 기대를 받으며 서로 다른 모습이 됩니다.
갓난아기의 옷을 고를 때조차 여자아이에게는 핑크색을, 남자아이에게는 하늘색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똑같이 태어난 여자와 남자를 사회가 구분 짓는 일에 다름 아니라 할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아이가 받는 대접과 여자아이가 받는 대접이 매우 달라요.
어른들은 남자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요.
“용감해야지. 강해지거라. 최고가 되어라.”
반면에 여자아이에게는 이런 말들을 해요.
“정말 예쁘구나! 참 여자답구나. 정말 상냥한 아이야.”
그래서 남자아이가 입는 옷과 여자아이가 입는 옷이 다르고,
남자아이를 위한 장난감과 여자아이를 위한 장난감이 달라요. (19~24쪽)
여자와 남자가 평등하고, 동등한 권리를 가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여자와 남자가 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에 자리 잡은 잘못된 관습과 맞서야 합니다. 그래야 여자와 남자 모두를 위한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테니까요.
내용을 재밌고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들, 생각을 정리해 주는 문제들
이 책은 마치 만화 같은 재미난 그림이 특징입니다. 표지의 그림만 보아도, 턱수염이 가득한 남자가 여자 옷과 구두를 신고 있는 모습은 매우 재미나지요. 그렇다고 단지 재미난 그림일 뿐인 것은 아닙니다. 각 그림들은 재미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특징을 매우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만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림에 사용된 컬러 또한 일반적인 컬러들과는 다릅니다. 보통 인쇄할 때 사용하는 빨강, 파랑 잉크 대신 별도의 컬러 잉크를 사용해 인쇄하였기 때문에 흔히 보는 그림들과는 색다른 분위기의 색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치 판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느낌도 받을 수 있고요. 본문에 이처럼 별도의 컬러 잉크를 사용하여 인쇄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아동 도서에게 주어지는 볼로냐 라가치 상 논픽션 부문 대상 수상 작품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내일을 위한 책’ 4권 《여자와 남자는 같아요》라고 하겠습니다.
내용을 다 읽고 나면, 아이들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문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들은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니며 ‘정리’를 위한 것입니다. 양성평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지요. 따라서 정답은 없습니다. 책을 읽고 아이들이 느낀 점을 쓰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이 문제들은 초등 사회 교과서 집필 위원인 배성호 선생님이 감수하고 다듬은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 줄 문제들도 배성호 선생님이 추가로 출제하였습니다.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공동 대표이기도 한 배성호 선생님은 추천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내일을 위한 책’ 시리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내용들이에요. 힘센 사람이 제멋대로만 해서도 안 되고, 신분이 높다고 해서 또 남자라고, 여자라고 해서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민주주의를 열어 가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의견을 모으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추천의 글 중에서)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이 책이 처음 나온 1978년 무렵과 지금의 양성평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하고, 양성평등에 대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여자와 남자의 어제와 오늘’ 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나라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가야할 내일의 우리나라에 대해 부쩍 관심이 많아진 요즘, 아이들에게 ‘내일을 위한 책’ 시리즈를 권해주세요. 내일의 우리나라를 만들 주인공인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 글 플란텔 팀
내일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기획팀입니다. 1977년과 1978년에 걸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라 가야 과학출판사에서 <내일을 위한 책> 시리즈를 처음 출간하였습니다. 그 당시 스페인은 독재자 프랑코가 사망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시기였고, 민주화를 위한 첫 변화들이 탄생하는 과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시기에, 독재, 사회 계급, 민주주의, 양성평등이라는 사회적, 정치적으로 중요한 주제를 어린이들에게 쉽지만 명확하게 전달하고 어린이들이 만들어가야 할 내일의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도록 이끌기 위하여 <내일을 위한 책> 시리즈를 기획하고 집필하였습니다. 40여 년 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낯설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내일이 아직도 오늘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 그림 루시 구티에레스
1977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습니다. 수많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또한 《카마수트라》(말이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와 같이 어른을 위한 책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영어는 쉽지 않다》와 같이 자신을 위한 책도 만들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영어를 쉽게 배우도록 하기 위해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썼습니다. 지금도 그 방법을 계속 공부하고 있고 시간 나는 대로 뉴욕으로 여행을 가서 여러 잡지들에 자신의 그림을 선보입니다. 살아있는 박물관인 뉴욕의 거리에서 세계 곳곳에서 온 여자와 남자를 만나면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자신의 공책에 그림으로 옮기고, 그 그림들을 책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 옮김 김정하
한국 외국어 대학교와 대학원,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에서 스페인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스페인어로 된 재미있는 책들을 읽고 감상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 《숲은 나무를 기억해요》, 《집으로 가는 길》, 《아버지의 그림 편지》, 《카프카와 인형의 여행》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시리즈》(전4권) 등이 있습니다.
▶ 추천 배성호
드넓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초등 사회교과서 편찬위원, 국립중앙박물관 학교연계교육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초등 사회 교과서 집필 위원과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공동 대표, 팟캐스트 <별별 경제 이야기>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나라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두근두근 한국사》(공저), 《우리가 박물관을 바꿨어요!》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