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엄마가 아주 많아.
하지만 악어 엄마 같은 엄마는 흔치 않지.”
울퉁불퉁한 거죽 아래 숨은 보드라운 진실,
아이와 엄마 모두를 위한 그림책 《악어 엄마》
세상에는 참 많은 엄마들이 있습니다. 수십 일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알을 품어 주는 펭귄 엄마부터 “낳아 줬음 됐지, 내가 알게 뭐람.”이라며 내빼는 타조 엄마까지. 동물들의 엄마 모습도 제각각입니다. 그럼, 우툴두툴한 거죽, 날카로운 이빨, 매서운 눈빛.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무서운 악어 엄마는 어떤 엄마일까요?
“비바람을 막아 주지도 먹이를 잡아 주지도 않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볼 뿐
눈을 떼지도, 아주 눈을 감지도 않지.”
악어 엄마는 아주 가까이에서도, 아주 멀리서도 아닌 곳에서 새끼들을 지켜봅니다. 밤에 잠을 잘 때도 한쪽 눈을 뜨고 새끼를 봅니다. 악어 엄마는 가장 약한 새끼의 소리를 귀담아 듣습니다. 제힘으로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새끼 악어의 소릴 알아채고 날카로운 이빨로 알 껍질을 깨어 주지요. 악어 엄마는 갓 태어난 새끼들을 물에 퐁당퐁당 빠트리며 헤엄치는 법을 알려 주고, 호시탐탐 새끼 악어를 노리는 왜가리를 둔탁한 꼬리로 물리칩니다. 언제까지나 곁에 있어 줄 것만 같은 악어 엄마는 새끼 악어가 제법 자라고, 짝짓기를 할 때가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새끼들을 떠납니다. 악어 엄마 없이 새끼 악어들이 어떻게 살아가냐고요? 새끼 악어들은 악어 엄마가 가르쳐 준 대로, 헤엄을 치고, 먹이를 잡고, 엄마처럼 새끼를 기르며 살아갈 것입니다. 엄마와의 추억을 가끔 떠올리면서요.
“엄마는 왜 우리를 꼭 껴안아 주지 않아요?”
“너희가 다칠까 봐.”
악어 엄마가 울퉁불퉁한 얼굴로 말했어.
“그래도 너희에게서 한시도 눈을 뗀 적은 없단다.”
새끼가 다칠까 봐 꼭 껴안아 주지 않는 울퉁불퉁한 얼굴의 악어 엄마 이야기를 읽으면, 이상하게도 먹고 살기에 여유가 없던 시절의 엄마 모습이 떠올라집니다. 아이가 바라는 걸 모두 들어줄 여유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그걸 미안해하지 않고, 아이가 바르게 자라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던 그런 엄마 모습 말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열심히 일하는 요즘 엄마 모습도 떠올라집니다. 아이 옆에 계속 붙어 있지는 않지만, 악어 엄마처럼 아이에 대한 생각과 마음은 한시도 놓지 않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악어 엄마》를 읽으면서 어떤 엄마 모습이 떠올라지나요?
이제 엄마는 없지만 새끼 악어들은 기억해.
자장가를 불러 줄 때마다 하나씩 만지작거리던
울퉁불퉁한 엄마 등을.
엄마 등에서 꼬물꼬물 햇볕을 쬐던 날들을.
세상 어느 엄마가 제일이다 말할 수 없습니다. 엄마 노릇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엄마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고, 고민할 것입니다. 그런 엄마들에게 《악어 엄마》 그림책이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8년 우수 출판 컨텐츠 제작 지원 당선작!
조은수, 안태형 작가의 노력과 진심이 가득 담긴 그림책 《악어 엄마》
기발한 상상력으로 오랫동안 어린이책을 쓰고 만든 조은수 작가는 어느 날, 악어가 무서운 외모와 달리 굉장히 지혜롭고 현명하게 새끼를 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조은수 작가는 이런 악어 이야기를 엄마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래서 《악어 엄마》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울퉁불퉁한 악어의 외모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려면 평면적인 그림보다 입체적인 그림이 더 좋을 것 같아, 안태형 작가는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악어 엄마와 새끼 악어들을 입체 작품으로 공들여 만들었습니다. 잘라진 나무 조각, 구멍 난 양말, 먹다 남은 튀밥, 마늘 쪼가리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이 악어 엄마와 새끼 악어로 재탄생한 걸 보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아이와 함께 악어 엄마와 새끼 악어를 만든 재료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 보세요. 쓸모없다 생각한 것들이 놀라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걸 찾아내는 즐거움이 제법 클 테니까요. 그리고 주위에 있는 물건으로 악어 엄마와 새끼 악어, 아니, 엄마와 아이 모습을 함께 만들어 보세요. 아이와 즐거운 추억 하나 만들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