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회색 도시에서 홀로 선명한 색을 가진 풀 킴 씨 이야기
모두가 무채색인 회색 도시에 사는 풀 킴 씨는 선명한 푸른색을 가졌습니다. 혼자서요.
풀 킴 씨는 오늘도 월세를 벌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위안인 반려 달팽이에게 신선한 채소를 주기 위해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하지만 혼자서 선명한 색을 가진 탓에 풀 킴 씨는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매일 상사에게 혼이 나지요. 열심히 일하는데도 말이에요.
늦게까지 일하고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풀 킴 씨. 그런데 하늘에서 도토리 비가 내리고 있네요? 처음 보는 황홀한 광경에 우산 쓰는 것도 잊은 풀 킴 씨 입 속으로 도토리 하나가 쏙 하고 들어갑니다. 배가 고프던 참에 잘됐다고 생각한 풀 킴 씨는 집으로 돌아가서 서둘러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대체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풀 킴 씨의 몸이 거인처럼 커졌습니다. 어리둥절하지만 회사로 출근하는 풀 킴 씨.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풀 킴 씨의 몸은 점점 커져갑니다. 그런 풀 킴 씨를 본 상사는 무척 화가 난 거 같습니다. “풀 킴 씨는 우리 회사에 어울리지 않으니 그만 떠나 주세요.”
갈 곳을 잃은 풀 킴 씨는 걷고, 걷고, 또 걷습니다. 이제 풀 킴 씨는 어디에도 어울릴 수 없는 걸까요? 회색 도시에서 혼자 선명한 푸른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일까요? 풀 킴 씨를 받아 줄 곳은 어디에도 없는 걸까요?
따뜻한 위로를 안겨 주는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
콘크리트 건물들로 가득찬 현대의 도시를 흔히 회색 도시라고 합니다. 생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무채색 도시이지요. 그리고 회색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의 표정도 도시만큼이나 무채색입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거대한 회색 도시가 개인의 감정이나 개성은 무시한 채,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처럼 움직이기를 사람들에게 요구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안녕하세요, 풀 킴 씨》는 회색 도시 속에 사는 우리 현대인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풀 킴 씨처럼, 평범하기를 강요당하며 이 무채색의 도시 속에서 고립되어 있으니까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사는 도시 속에서도 우리는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끼며 살고, 그래서 따뜻함을 안겨 줄 위안을 필요로 합니다.
자신이 속했던 곳에서 거부당한 풀 킴 씨지만, 다람쥐들은 그런 풀 킴 씨에게 “당신이 필요해!”라고 말합니다. 풀 킴 씨는 거대한 숲이 되어 회색 도시에서 살 곳을 잃은 다람쥐들의 안식처가 되어 주지요. 살 곳을 잃은 다람쥐들을 찾아 회색 도시들을 여행하는 풀 킴 씨 덕분에 회색 도시는 더 이상 회색이 아니게 됩니다. 풀 킴 씨가 선명한 푸른색으로 물들여 주니까요.
우리에게도 풀 킴 씨가 필요합니다. 삭막한 회색 도시를 선명하게 물들여 줄 풀 킴 씨가, 거대한 숲이 되어 우리의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 줄 풀 킴 씨가 말이에요. 풀 킴 씨는 우리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풀 킴 씨를 만나 보세요. 여러분의 일상에 풀 킴 씨를 더해 보세요. 잠시 바쁜 걸음을 멈추고 풀 킴 씨를 만나 그의 품에서 쉬어 가세요. 《안녕하세요, 풀 킴 씨》는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안이 되어 줄 거예요.
▶ 글쓴이 한사원
서울예술고등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나, 늘 이야기에 더 끌렸습니다. 빛과 냄새에서 사건이 그려져 메모장에 작은 동화들을 적어 두곤 했습니다. 온 군데 영감이던 그때의 마음은 잠잠해졌지만, 아직 남아 있을 거라 믿는 가슴 속 반짝이는 구석을 따라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 그린이 민영
매일 지나치는 수많은 풍경과 그 풍경을 이루는 것들을 문득 자세히 보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그제야 하나둘 보이는 것들이 있지요. 잠깐의 휴식이 되고 작은 행복이 되는 순간을 담아 그립니다. 하늘. 구름. 빛. 풀. 나무. 고양이. 평범하고, 잔잔하고, 멋진, 특히, 귀여운 것들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