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특징은, 첫째, 김삿갓에 대한 평전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것이 그간의 김삿갓을 다룬 소설들과는 다른 특징이다. 그를 단순히 조선 후기 주자학 체제의 해체를 배경 삼은 일탈된 삶으로 보는 태도에 앞서 그의 심성 안에 잠겨 있는 오랜 현실 탈출의 향수인 방랑정신을 토대로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성숙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둘째, 대시인 고은 선생의 소설답게 김삿갓 시 세계가 자세하고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조선 후기라는 교체기적인 문화공간의 새로운 파장 위에서의 해석이 그것이다. 초기의 공령시(功令詩)가 방랑 속에서 단련되고 발전하여 파격적인 운율로 조선 후기 민중의 삶을 그려내기도 하고, 시대를 풍자하기도 하는 등 독특한 김삿갓 시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이렇듯 『김삿갓』①, ②, ③에서는 김삿갓의 방랑, 풍류, 시의 세계가 고은 선생 특유의 해학적 필치로 새롭게 그려진다. 김삿갓의 진정성, 즉 전설의 대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그의 방랑과 시작품 들이 고은 선생의 구수한 문체로 펼쳐지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여러 인간의 만상 속에서, 또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만이 특유의 풍자와 기지가 넘치는 김삿갓을 따라가다 보면 한 인간으로서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다.
고 은
1958년 문단에 나온 이래 시집, 소설, 평론 등 저서 1백여 권을 가지고 있는 우리 문단의 달인이다. 그의 문학세계는 갈수록 깊어져 특유의 경지를 이루고 있으며, 왕성한 창작활동은 젊은 문인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1990년 민족문학자가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경기대에서 대우 교수로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1930년대 이래로 김삿갓에 대한 연구와 문학적 형상화들이 있어왔다. 김삿갓의 시에 대한 연구, 김삿갓의 풍류에 대한 연구, 김삿갓의 삶에 대한 연구, 그리하여 1980년대에는 『신판 김삿갓』, 『소설 김삿갓』등의 소설들이 쓰여지고 읽혔다.
저자의말
내가 가장 놀라워하는 것은 김삿갓의 방랑 자체이다. 방랑이란 그것의 실질은 낭만적이기보다 아주 힘든 노동으로서의 행위이다. 방랑정신이야말로 사람들의 심성 안에 잠겨 있는 오랜 현실 탈출의 향수인지 모른다. 방랑정신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무상성의 구현이다.
그래서 나는 방랑시인을 통해서 방랑과 시를 때로는 분리시킴으로써 방랑에 대한 의고주의적(擬古主義的)인 접근을 시도하는지 모른다. 김삿갓에 대한 그간의 문학적 형상화가 있는 줄 안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의 어느 것도 참고하지 않고 나대로의 해석을 추진한 것이 이것이다.
여수천리
서도왕래
할아버지를 찾아서
절관서행
다시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