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서정, 불꽃 같은 투혼의 시인 양성우가 터뜨리는 '피의 노래.'
1. 이 어둠을 사루는 모닥불 되어
청계천에서 / 어디간들 이보다 더할까 보냐 / 우리 같은 막일꾼들은 / 김사장네 신발공장에 가면 / 어류포에서 / 후암동에서 / 그대 불타던 그 자리에 / 아직도 여기는 밤의 나라 / 이 어둠을 사루는 모닥불 되어 / 이 땅에 살기 위하여 / 부천에서 / 양벌리에서 / 이태원에서 /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2. 그대들의 부활
할렐루야 / 행려병자의 노래 / 이 발바닥으로 / 처음부터 가진 것이 없는 탓으로 / 때가오면 그대여 / 어화넘자 빈손 쥐고 / 씨 뿌리는 자의 노래 / 이제 오는가 그대 / 꿈 / 여름비 / 그대들의 부활 / 눈오는 밤에 / 친구를 위하여 / 이제는 노래보다 더 아픈 눈물로 / 그대 견디는 슬픔 위에 / 이 가을에 그대여 / 기다림의 시 / 눈오는 날 광주에서 / 해마다 이날이 오면 /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3. 그대 꽃보다 먼저
쓴 잔을 마시며 / 가슴의 불 / 꽃 꺾어 그대 앞에 / 가을에 / 그대 두고 / 낙화 / 정읍을 지나며 / 우수 / 우중시 / 꽃 지거든 차라리 / 봄눈 / 현저동 엘레지 / 서울을 떠나며 / 춘분시 / 그대 꽃보다 먼저 / 눈보라치는 날 밤에 / 꽃밭에서 / 어린날의 겨울밤 / 칠흑의 밤에 / 그대 / 한사람의 노래는 / 그대 못다 부른 슬픈 노래를
4. 날마다 오소서
삼수갑산 갈지라도 / 네가 고향을 이야기할 때 / 노래 / 녹슨 낫을 날 세우며 / 이러다가 / 어리석은 자여 / 이 가을에 내 아비 / 신랑이 문밖에 와서 / 네가 가서 말하라 / 살아서 못 꾸는 꿈을 / 빈 논밭에 허수아비로 / 바람 / 머슴새 / 서울의 모래알 / 사월 회상 / 내가 살고 있는 것이 실수가 아니라면 / 단풍 / 어디에 천지현황 울릴 북이 있어 / 서울 / 내가 죽어 / 진달래 / 날마다 오소서 / 돌아와 눕는 날 밤이면 / 북한강 / 지금은 거친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