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가 없다고 절망하는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실패해도 괜찮아, 나를 믿고 꿈을 향해 달려가”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 06번으로 출간된 도서는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우린 모두 사회가 준 유산의 상속인》이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2017년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를 펴낸 오준호 작가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그간의 깊어진 연구 자료를 자신의 자녀에게 정답게 이야기 건넨다는 느낌으로 풀어냈다. 기본소득이 여전히 사회적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는 기본소득이 왜 지금 이 시대에 절실히 필요하고 현실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써 내려간다.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제도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이름은 다르나 인류의 역사를 지탱해 왔던 기본소득의 전신들, 불평등이 만연하고 양극화가 극심해지는데 자동화로 일자리는 부족해지는 현실에서 대안으로서의 불가피성, 현실적인 재원 마련의 방안, 정치를 바꾸는 열쇠로서 기본소득의 위상이 순차적으로 그러나 거침없이 등장한다. 그의 반박 불가능한 명료한 논거와 열정 가득한 신념은 절망과 회의로 무감각해진 우리의 희망 세포를 천천히 깨워, 어엿한 시민으로 서게 만든다. 방패로 써 왔던 체념과 무기력함 대신 깨우치고 행동하고 당당히 맞서는 여유를 선사하는 책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청소년이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하고 사회를 이끄는 주역이 되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선물하기를 권한다.
소득이 보장된다면, 무얼 하실래요?
2016년 5월, 스위스 제네바의 광장 바닥에 거대한 포스터가 부착됐다. 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큰 포스터’였다. 포스터에는 공중에서도 한 눈에 보일 만큼 커다란 글씨로 이렇게 써 있었다.
“소득이 보장된다면, 무얼 하실래요?”
이 포스터는 ‘기본소득 스위스 이니셔티브’가 만들었는데, 이 단체는 스위스 정부가 국민 개개인에게 매달 우리 돈으로 약 300만 원에 해당하는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10만 명의 청원을 받아 “스위스 헌법에 기본소득 보장을 명시하자”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쳐 2016년 6월에 실시된 투표 결과, 찬성은 23퍼센트, 결과는 부결이었다.
하지만 이 투표는 기본소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견인차가 되었다. 2017~2018년에 핀란드가 2000명의 실업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 실험을 했고, 같은 시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 차원의 기본소득 실험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신청자 4000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벤처투자회사 와이컴비네이터가 기금을 조성해 시민 1000명에게 월 1000달러를 3년간 지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 움직임의 계기가 된 것은 2016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이루어진 ‘청년배당’이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연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는데, 같은 해 가을 청년배당 대상자 498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5퍼센트가 “청년배당이 자신에게 도움이 됐다”고 대답했고, “당신이 24세가 지나서 더 이상 돈을 못 받게 되더라도 이 제도가 유지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94퍼센트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성남시 청년배당은 경기도로 확대되어 2019년에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정책이 시행되었다. 경기도 거주 만 24세 청년이 1년간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받는 내용이다. 금액도 적고 기간도 1년에 불과하지만, 대상자의 소득을 구분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준다는 점에서 한국 최초로 시행된 ‘기본소득’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본소득(basic income).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실험해 보고 있을 만큼 관심이 커지고 논의도 활발하지만, 여전히 보편적으로 납득되는 정도는 아니다. 용어 자체를 낯설어하는 사람, 용어는 알아도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는 사람, 이해는 하는데 현실성이 없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 등 기본소득이 공감대를 얻고 보편적 제도로 자리 잡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 시점에서 이 책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는 더 이상 논의를 늦출 수 없는 절박한 대안으로서 기본소득을 상정하고,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에게 또 다른 방식의 삶이 가능함을 보여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승자독식의 경쟁 시스템 속에서 다른 선택지 없이 함께는커녕 살아남기 위해 나부터 챙겨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짓밟는 냉혹함 없이도 진정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할 수 있고 주위와 사회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길은 있을까? 삶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은 있을까? 청소년과 그들 옆에 있는 학부모와 선생님이 궁금한 바로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이 나섰다.
기본소득이란
①국가나 정치공동체가 ②개인에게 ③심사와 조건 없이 ④정기적으로 지급하는 ⑤현금의 ⑥생활비.
기본소득을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내용이다. 각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지급의 주체가 나라일 수도 있고, 시?도나 연방국가의 경우 주가 될 수도 있다. 작든 크든 정치공동체는 가지고 있는 재원을 해당 구성원에게 아래의 원칙에 따라 지급한다.
②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제도와 가장 명확히 구별되는 지점은 지급의 대상이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이라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이 최소한의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 장치인 복지제도는 가구당 소득을 기준으로 삼았다. 때문에 가구의 전체 소득에 따라 복지의 혜택도 가구로 돌아갔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가구와 별개로 전 구성원 개개인에게 지급한다는 원칙이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도 생계수단이 없는 할아버지도 사회생활을 하는 부모와 동일한 금액을 받는다.
③ 기본소득을 받는 데 심사와 조건이 없다. 예를 들어, 경제 취약층을 위한 복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를 서류로 증명해야 했지만, 전 구성원이 대상인 기본소득의 경우에는 구성원이냐 아니냐만 증명해 보이면 된다. 나이, 성별, 직업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 또한 받은 그 기본소득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이나, 무엇을 했다는 사실을 통보하거나 확인받지 않아도 된다. 받은 돈을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쓸지에 대해 일체의 간섭이 없다.
④ 한꺼번에 목돈으로 주어서 기회의 불평등이 생기거나 실수로 날려 버릴 위험이 생기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생 사회가 구성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나누어 지급한다.
⑤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선택지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⑥ 사회 구성원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액수를 지급한다.
이러한 기본소득의 원칙과 정의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기본소득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뚜렷해진다. 구성원을 복지제도가 그러하듯, 수동적이거나 수혜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성원을 각각의 개별적 특성과 별개로 한 사회를 이루는 보편적 주체로서 인정한다는 뜻이다. 구성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그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구성원의 독립성과 개별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도 요구하지 않고 ‘현금’으로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이유이다.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는 기본소득의 원칙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을 해 나가면서, 기존 복지제도가 이루어지는 방식 및 그것이 안고 있는 한계를 차근히 짚어 나간다. 그러면서 복지제도와 기본소득 제도가 어떤 차이가 있으며 기본소득이 왜 복지제도를 대체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다. 또한 같은 금액의 재원으로 선별복지 제도를 실시했을 때와 기본소득 제도를 실시했을 때 누가 혜택을 입고 그 혜택의 크기는 얼마나 다른지 뚜렷하게 비교해 정리한다.
왜 모두가 기본소득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여러 목소리 중 하나는, 왜 모두에게 다 주어야 하냐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기 때문에 도울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겠는데, 부자인 사람에게까지 다 줄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 그런데 도울 필요가 없는 가난한 사람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은 누구에게 자신의 비운의 책임을 물을 것인가. 부잣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가진 자산을 평생 감사한 줄도 모르고 쓰면서 가난한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게 사는 거라도 여길 수도 있다. 누구도 가난과 부의 편차를 책임지지 못하는 사회, 거기서 태어난 구성원은 자기 팔자를 탓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 이런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기본소득은 태어난 그 자체를 원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주어지는 자유와 인격을 돈 때문에 맞바꾸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토대이다. 가난해서 받는 몇 푼의 돈에 감사해하지 말고 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서 주는 돈을 당당하게 받으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긍정성을 모두가 갖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기본소득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는 말도 있다. 누구에게나 무조건적으로 다 주어 버리면 경쟁이 동력이 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력해서 번 돈만이 신성한 돈이라고 기본소득에 반대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자산에 노력이라는 씨앗만으로 열매를 얻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숨 쉬게 하는 공기, 마시는 물,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땅, 집 지을 때 쓰는 나무와 시멘트, 읽고 쓸 때 사용하는 언어…, 살아 있는 그 자체를 우리 모두는 자연에 빚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없는 자연의 저작권을 가지고 자기만의 것이라고 선 긋고 푯말 세우는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이다. 우리 모두는 똑같이 자연에 빚지고 있고 똑같이 그걸 나누어 사용할 자격이 있다. 그 권리에 대한 현실적 대가가 바로 기본소득이다.
생존을 위한 절실한 대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지식과 기술이 폭발적으로 증대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식과 기술은 새로운 가치와 부의 창출로 이어진다. 하지만 기술과 부는 그 자체로 중요하지 않다. 기술이 성실히 노동해 온 사람들의 밥줄을 끊는 무기로 쓰일 때, 인류의 공동자원과 공동지식에 바탕을 두고 창출된 부를 소수가 독차지할 때, 새로운 기술과 늘어나는 부가 마냥 좋기만 할까? 명심할 것이 있다. 기술과 부는 사람에게 봉사할 때만,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쓰일 때만 그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
우리에게는 기본소득이라는 무기가 있다. “불평등, 불안전, 기술 변화의 파괴적 속성, 생태 위기 등 인류는 심각한 도전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기본소득으로 다 풀 수는 없겠지만, 기본소득을 빼고서는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라고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는 말한다. 빈곤과 불안정을 비롯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적인 정치의 문을 열게 하는 열쇠로서의 기본소득. 그러나 해결책을 가로막는 것은 우리의 낡은 생각일지 모른다. 기본소득으로 (나 빼고) 사람들이 게을러져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거라는 괜한 걱정, 기본소득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느라 나라가 망할 거라는 근거 없는 우려, 힘들고 지저분한 일을 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문제라는 생각, 우리가 새로운 세계로 도약하는 걸 방해하는 장애물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바로 버리지 못하는 낡은 생각이다.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는 가장 높은 장애물, 낡은 생각이라는 장애물을 허물어뜨릴 강력한 무기이다. 누구보다 유연하고 편견 없는 청소년 세대라면 이 책을 읽고 낡은 생각 대신 새로운 아이디어로 갈아입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 청소년은 사회를 다시 정립하고 자신을 재평가하는 당당한 사람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열띤 사회 토론의 장 <사회 쫌 아는 십대>
<사회 쫌 아는 십대>는 초등과 고등 사이, 거대한 지식의 산 앞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십대, 특히 중학생을 위해 기획된 시리즈로, 다양한 사회 문제 중에서 시사점이 있고 활발한 토론거리가 될 주제를 뽑아 한 권 한 권에 담았다. 점점 더 독서와 토론이 교육의 중요 목표가 되어 가는 이때에,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는 심혈을 기울였다.
첫째, 주제 선정. 협소한 듯 보이는 한 책의 주제는 그 안에 광범위한 분야를 내포하기도 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놓쳤던 문제의식을 되찾아 주기도 하며, 청소년이 찬반 혹은 중론의 입장에서 그 사안을 다양한 시선으로 해부해 자유롭게 그러나 논리를 갖고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토론거리들로 선정했다.
둘째, 전문성. 각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하며 행동해 왔던 전문가가 집필을 맡았다.
셋째, 독자 친화성. 억지로 하는 독서는 불가능하다. 읽는 재미가 아는 재미를 이끈다.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는 십대의 입장에서 공감이 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일까를 가장 고민했고, 먼 얘기가 아닌 십대의 이야기, 십대의 입말을 최대한 살려 이야기를 풀어 가려고 했다. 적당한 분량감에 내용을 살리는 삽화를 적절히 넣어서 단숨에 한 권을 읽어 낼 수 있게 했다.
넷째, 유쾌한 지식 놀이. 단편적인 지식에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을 실생활에 접목해서 응용하며, 한 분야의 지식을 다양한 분야와 연결시켜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친절한 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01《최저임금 쫌 아는 10대》를 시작으로 02《시장과 가격 쫌 아는 10대》 03《국제거래와 환율 쫌 아는 10》 04《유튜브 쫌 아는 10대》(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05《젠트리피케이션 쫌 아는 10대》 06《기본소득 쫌 아는 10대》가 출간되었다. 이후로 시민불복종, 헌법, 소수자, 난민, 힙합 등 우리 사회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숙해질 주제들을 가지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 갈 예정이다. 교과서로는 재미와 깊이, 사고의 확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십대 청소년이라면 <사회 쫌 아는 십대>를 계속해서 만나며 지금까지의 갈증을 해소하고 더욱 성장할 기회를 갖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