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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창고 11-유토피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 크게보기

철학창고 11-유토피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

저자

토마스 모어 지음

옮김

정순미 풀어씀

발행일

2006-04-20

면수

153*212

ISBN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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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7474-537-2 4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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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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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왜 쓰여졌는가?
오늘날 이상 세계를 뜻하는 말로 자리 잡은 ‘유토피아’는 토마스 모어의 소설《유토피아》에서 기원한다. 근대 유토피아 사상의 출발점이 된《유토피아》는 중세 말과 근대 초,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는 영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탄생했다. 정치적으로는 왕위 계승 문제를 둘러싼 지도층 사이의 잦은 권력싸움이, 종교적으로는 헨리 8세의 이혼 문제와 관련하여 영국 교회가 로마 교회와 결별하고 자체적인 영국국교회를 세우는 종교개혁이 일어났으며, 사상적으로는 고대 그리스의 인간 중심 정신으로 되돌아가려는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났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중세 사회를 지탱했던 장원제도가 서서히 무너지고 경작지를 양 사육지로 전환한 인클로저 운동이 발생했고, 그 결과 농민들은 삶의 터전이던 농토를 잃고 거리의 부랑자가 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급격한 변화 속의 근대화 과정은 역사의 진보로만 해석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는데, 가진 자들의 이기적인 탐욕과 수탈, 기아와 무서운 질병, 그 누구라도 불신하게 만드는 위선의 팽배가 바로 그것이었다. 토마스 모어의《유토피아》는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 타락한 세상을 개혁하려는 대안으로 나왔다.
혼탁한 세상을 구원하고 인간이 도구가 아닌 인격체로 존중받는 삶을 꿈꾸었던 것은 철학자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자세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모순을 정확히 짚어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일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행복한 삶을 나 아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는 서툴기 때문이다. 즉,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이기심을 버리지 않는 이상 모두가 똑같이 행복한 세상을 실현하는 일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바로 이런 이유로 모든 사람이 잘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꿨던《유토피아》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유토피아≫, 한 철학자의 상상으로 세운 또 다른 세상
《유토피아》는 ‘두 통의 편지’와 제1권, 제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통의 편지는 모어가 유토피아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문제에 대해 아는 사람들과 상의하는 내용으로, 가상의 섬 유토피아를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만들어 낸 일종의 소설적 장치다. 그리고 제1권은 모어가 왕의 명령을 받고 카스티야 사람들과 협상을 하던 중, 앤트워프에 가서 전부터 알고 지내던 피터 자일스와 포르투갈 출신의 모험가 라파엘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모어와 라파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데, 라파엘은 당시 유럽 사회의 권력층이 저지르는 부정과 위선을 맹렬히 공격하고 권력을 쥔 지도층들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전쟁을 일삼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사소한 좀도둑까지 극형에 처하는 가혹한 형벌 방식보다는 도둑질 자체가 필요 없는 사회 구조로 변화시킬 것을 주장한다.
제2권은 라파엘이 전해준 유토피아 섬에 대한 이야기로 유토피아의 위치와 자연환경, 사회 제도와 신앙, 전쟁 등 다양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즉, 유토피아는 사회?경제의 토대를 이루는 공유 재산 제도, 민주적인 지도자의 선출 방식과 54개의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자치 제도,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결혼 생활, 쾌적한 무료 의료 시설 등의 복지 제도, 다양한 종교가 허용되는 신앙 생활과 절제된 쾌락을 바탕으로 하는 도덕 관념, 침략 전쟁에 반대하나 침입한 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응징하는 전쟁 방침 등이 실현된 곳이다.
그렇다면 토마스 모어가 이처럼 현실 사회를 비판하고 새로운 이상 세계 유토피아를 제안하게 된 사상적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기독교적 휴머니즘이다. 토마스 모어는 중세 말과 근대 초에 걸쳐 살았던 사람으로서 두 시대의 지적 흐름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즉, 사상적으로는 인문주의자이나 종교적으로는 가톨릭 교도인 모어는 기독교적 박애 정신에 바탕한 인간 중심의 사회를 가장 바람직한 사회라고 보았고, 이를《유토피아》에서 형상화하였다. 이때 두 개의 사상, 즉 인문주의와 기독교 정신은 매우 조화롭게 나타난다. 예컨대, 모든 인간이 인격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법과 제도, 힘과 권력에 의해 억압받지 않으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꿨던 바탕에는 인간을 존중하자는 휴머니즘과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하라는 기독교적인 정신이 한데 어울려 융화되었던 것이다.
둘째, 기독교적 공산 사회다. 유토피아는 모두가 적당한 노동을 통해 보람을 얻고, 노동의 결과물을 함께 나누는 공동 소유 제도에 기반한 크지 않은 공동체 사회다. 이러한 생각은 당시 현실 사회에서 보여지는 권력층의 이기심과 그에 따른 농민들의 비참한 생활에 대한 비판에서 나온 것인데, 절제와 경건함을 중시하는 기독교적 공동체 생활과 플라톤의《국가》에서 제시한 철저한 공유제를 결합시킨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금욕적 쾌락주의다.《유토피아》에 나타난 도덕관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금욕적인 쾌락의 추구에 있다. 토마스 모어는 쾌락을 육체적 쾌락과 정신적 쾌락, 어리석은 쾌락과 참된 쾌락으로 나누고 단순한 육체적 쾌락이 아닌 절제와 금욕을 바탕으로 한 정신적 쾌락을 고귀한 것으로 여겼다.
결국《유토피아》는 15~16세기 영국 사회의 혼란과 타락을 구원하기 위해, 토마스 모어가 기독교의 박애 정신과 인문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세계를 상상으로 그려낸 또 하나의 세상, 가상의 현실이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식사를 하며, 똑같이 지어진 집에서 똑같이 일을 하는 곳. 금과 보석 등의 치장보다는 시집과 역사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유토피아. 이곳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확실히 자리 잡은 현대에서뿐만 아니라《유토피아》가 쓰여진 500년 전에도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쉽게 긍정하기 어려운, 개성과 자유가 제한된 획일적인 사회처럼 보인다. 비록 토마스 모어가 정치?사회적 부조리함과 비합리성을 비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렇다. 가령, ‘똑같다’는 것이 주는 통일성과 효율성은 개개인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측면을 가졌고,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노예와 용병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적극 활용하려는 유토피아인의 제국주의적이고 선민적 태도는 이중적인 모습마저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계를 고려하더라도《유토피아》는 토마스 모어의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토마스 모어가 제시한《유토피아》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한 권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상식 밖의 상상이고, 상식 안에서 비판받을 만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할지라도 토마스 모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려고 한 것은 정신적 만족과 개인의 자유를 인정함으로써 인간 본연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려는 데에 있었다.
《유토피아》는 소설이기 때문에 읽기에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 소개된 번역본도 많다. 하지만 은유적으로 묘사된 유토피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떠한 시대적 배경하에 쓰여졌는지 청소년들을 위해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소개한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또한 대부분의 번역본들은 전체적으로 긴 대화체의 형식을 취하면서 한 화자의 얘기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쉽게 파악되지 않는《유토피아》원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래서《유토피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유토피아》가 원래 장 구분 없이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과 주제에 따라 제1권은 6장, 제2권은 10장으로 나누어 재구성했다. 또한 여러 등장인물들 중에서 누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대화체의 내용을 필요에 따라 변형하였다. 즉, 제1권은 두세 명의 주인공들이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내용이 중심이기 때문에 여기에 나타난 대화체의 형식을 살려 희곡 형식으로 구성하였고, 제2권은 라파엘이 자신이 다녀온 유토피아 섬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독백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라파엘이 화자가 된 일반서술체로 바꾸어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여기에 토마스 모어의 생애 및《유토피아》가 등장한 사회적 배경, 그리고 유토피아 사상의 흐름과 변화상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전체 해설을 실었다. 또한 각 권의 시작 부분과 각 장의 끝 부분에 내용에 대한 간략한 요약과 보충 설명을 수록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 외에도《유토피아》에 나타난 시대적 배경을 시각적으로 확연하게 알 수 있도록, 중간 중간에 내용과 관계된 삽화를 실어 흥미를 유발시키도록 했다.

“아무도 가지 않는 ‘어디에도 없는 곳’, 이것이 예전에 나를 부르던 이름이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이 가는 ‘행복한 곳’, 이것이 나를 부르는 지금의 이름이다.”

유토피아(not을 뜻하는 u와 place를 뜻하는 topia의 조어 utopia, 또는 well을 뜻하는 eu와 topia의 조어 eutopia)라는 라틴어 조어를 가지고 운율을 맞춘〈유토피아 섬에 대한 시〉가《유토피아》첫 장에서 노래하듯, 유토피아는 ‘행복한 삶’을 전제로 만들어진 세계다. 그렇기에 모두가 행복한 미래의 세상 유토피아는 현재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는 유쾌한 상상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유토피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바로 그런 상상으로 그려보는 미래 세계에 대한 무한한 즐거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