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째서 다시 ≪묵자≫인가?
묵자는 전국 시대 활동했던 사상가로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묵자의 이름을 들어 본 사람일지라도 묵자가 주장한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하라.’라는 ‘겸애’ 이외에는 그다지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후국들의 권력 다툼과 잦은 전쟁으로 혼란했던 전국 시대에 전쟁을 반대하고 신분과 친분을 초월한 차별 없는 사랑, 지도자들의 절약과 솔선수범을 주장한 묵자의 사상은 유가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영향력 있는 사상이었다. 그러나 묵자가 위선적이고 형식적이라고 비판한 유가 사상이 한나라 이후 중국 역대 왕조의 통치 이념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묵자의 사상은 약 2천 년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잊혀져왔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배척당하고 주목받지 못한 묵자의 사상은 근대에 들어와서 중국의 개혁과 변화를 주장하는 지식인들에 의해 새롭게 재조명된다. 신분 질서를 중시하던 전국 시대에 사람은 누구나 동등하며 그 존엄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묵자의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사상이 그들에게 공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묵자의 사상은 또한 오늘날 우리가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라고 믿는 인간 평등의 가치관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묵자는 운명론과 같이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로 파악하는 사상을 비판하고 인간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파악했다. 그러므로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의 주체적인 삶을 강조한 묵자의 사상은 인종과 종교를 차별하며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오늘날에도 다시 주목하고 눈여겨보아야 한다.
-≪묵자≫, 인간을 사랑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꿈꾸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인간을 소중히 여긴 묵자 사상의 밑바탕에는 당시 백성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진심어린 동정과 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깔려 있다. 묵자는 백성들이 겪는 고통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여러 나라를 다니며 제후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묵자가 주장한 핵심은 다음의 네 가지 사상이다.
첫째는 ‘비공(非攻)’으로 다른 나라를 정복하거나 침략하기 위한 전쟁을 반대했다.
둘째는 ‘겸애(兼愛)’로 신분과 친분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두루 사랑할 것을 주장했다.
셋째는 ‘비명(非命)’으로 운명론을 반대하고 현실의 모순과 부당한 상황에 맞서는 주체적인 인간의 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넷째는 ‘절용(節用), 절장(節葬), 비악(非樂)’으로 사치스럽고 형식에 치우친 예절과 음악에 대해 반대했다.
-청소년 철학창고, 실천하는 지식인 묵자를 만나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고, 스스로 행동했던 묵자의 사상이 담겨있는 책 ≪묵자≫는 유교의 그늘에 가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주목받지 못했다. 그 결과 유학 사상이 동양 사상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왜곡된 가치관과 사상적 편식을 낳게 했다. 그러나 세계화를 지향하는 오늘날 이제는 이런 왜곡과 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기에 묵자는 다른 어느 사상가보다도 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묵자에 관한 연구서나 번역서도 몇 권 되지 않았고, 그런 책들도 난해하고 어려워 청소년이 읽기에는 부적합했다. ‘청소년 철학창고’에서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묵자를 재발견하고 묵자의 사상을 청소년들에게 알리기 위해 ≪묵자-사랑, 그리고 평화를 향한 참지식인의 길≫을 출간했다.
≪묵자-사랑, 그리고 평화를 향한 참지식인의 길≫은 청소년에게 어렵지 않도록 현존하는《묵자》51편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0편을 골라 양계초가 주제를 중심으로 분류한 방법에 따라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기초,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열 가지 주장,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 적의 공격에 맞서는 방어의 방법’이라는 4부로 나누어 재구성했다. 그리고 묵자의 사상이 가장 잘 드러난 원문을 중심으로 청소년이 최대한 쉽게 이해하고,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풀어썼다.
또한 각 편의 앞에는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개괄했고,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목과 소제목을 새롭게 붙였다. 참고 자료로 전국 시대 국가들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지도와 고대 중국의 성왕과 폭왕의 계보를 함께 실었다.
반전 평화와 보편적인 인류애를 담고 있는 ≪묵자≫는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의미 있는 하나의 선택과 답을 제시할 것이라 믿는다.
묵자는 전국 시대 활동했던 사상가로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하라.\'라는 겸애 사상으로 알려져 있다. 잦은 전쟁으로 혼란하던 시기 묵자는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직접 행동한 실천적 사상가였다. 묵자 주장의 핵심은 침략 전쟁을 반대한 \'비공\', 두루 사랑할 것을 말하는 \'겸애\', 운명론을 반대하는 \'비명\', 불필요한 예절과 음악을 반대하는 \'절용, 절장, 비악\'이다.
박영하는 서울대학교 국민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서울상업고등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교사를 위한 청소년 봉사학습 길라잡이>(공저)가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생활 제재를 통한 도덕 교육 방법에 관한 연구\',\'칭찬을 활용한 도덕 교육\', \'노래를 활용한 감성 교육\',\'도덕 교과서의 쓰임 말에 대한 연구> 등이 있다.
청소년 철학창고를 펴내며
들어가는 말
전국 시대 국가들
고대 중국의 성왕과 폭왕
1부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기초
1. 친사-선비를 가까이 하라
2. 수신-자기 자신부터 수양하라
3. 칠환-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곱 가지 재앙
4. 사과-사치와 허례허식을 하지 마라
2부세상을 바꾸기 위한 열 가지 주장
1. 상현-현명한 이를 숭상하라
2. 상동-백성들이 서로 하나가 되게 하라
3. 겸애-차별하지 말고 두루 사랑하라
4. 비공-침략 전쟁을 반대한다
5. 절용-물자를 절약하라
6. 절장-장례는 검소하게 하라
7. 천지-하늘의 뜻이 옳고 그름의 기준이다
8. 명귀-귀신을 밝힌다
9. 비악-음악을 반대한다
10. 비명-운명이란 없다
11. 비유-유가를 비판한다
3부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
1. 공맹-행동하는 지식인
2. 노문-충신을 아끼고 인의를 행하라
3. 공수-반전과 평화의 길
4부 적의 공격에 맞서는 방어의 방법
1. 비성문-성문을 지키는 법
2. 호령-전시에 백성을 올바로 다스리는 법
묵자, 사랑과 평화를 위한 지행일치의 삶
풀빛 출판사가 기획한 ‘청소년 철학창고’는 가능한 한 쉽게 고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청소년 소화력을 감안해 만들어 낸 동?서양 사상의 고전 시리즈다. 청소년판 세계문학전집이 있듯이, 청소년판 세계사상전집도 나올 때가 됐다는 것이 출판사의 판단이다. ‘청소년 철학창고’는 학계의 중견 학자들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고전을 가려뽑는 선별 절차를 두었다. 집필자는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잘 알고 있는 해당 분야를 전공한 중?고등학교 교사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겨레 신문 고명섭 기자(2005년 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