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탈리아 소년이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서 겪게 되는 우정과 성장 이야기.
■ 전체 줄거리 ■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인 어느 날, 곤돌라 사공의 아들이자 평범한 이탈리아 소년인 로베르토는 친구들과 함께 미국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간다. 막 뉴스 영화가 끝나고 서부 영화가 시작되려는 순간, 극장 안에 갑자기 불이 켜지더니 총을 멘 독일군들이 들이닥치는 게 아닌가? 영문도 모른 채 독일군에게 이끌려 기차에 올라타게 된 로베르토. 기차는 이탈리아 곳곳에서 수많은 소년들을 태우더니 독일의 뮌헨에 로베르토를 내려놓는다. 이때부터 로베르토의 악몽 같은 수용소 생활은 시작된다.
바닥에 쓰러진 아이를 걷어차고 있는 독일군을 말리다가, 날달걀을 훔치는 현장을 들키는 바람에 점점 더 이탈리아에서 멀어지게 되는 로베르토. 로베르토는 초여름에서 겨울까지, 독일, 폴란드를 거쳐 머나먼 우크라이나에 있는 수용소까지 끌려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와도 같았던 친구 사무엘이 군화와 담요를 뺏으려던 아이들한테 심하게 얻어맞아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서로를 의지한 채 추위와 굶주림에 맞서 싸우며 힘겨운 시간을 버텨 내던 로베르토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로베르토는 눈 속에 사무엘을 묻은 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수용소를 걸어 나온다. 그 뒤 숲 속에서 굶주린 늑대를 만나기도 하고, 무장한 독일군과 이탈리아군을 피해 눈 속에 숨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쫓기기도 하면서 로베르토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험난한 모험을 계속한다.
■ 전쟁의 참상과 그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우정
유대인의 이야기를 다룬 책에게 주는 상인 ‘시드니 테일러 상’과 어린이 도서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 협회에서 주는 ‘황금연 상’을 수상한 <로베르토>는 귀도 폴린이 제2차세계대전 중에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쓰인 이야기다. 도나 조 나폴리는 역사적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자문과 방대한 자료 조사를 거쳐 이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만큼 생생하고 사실적인 목소리로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이처럼 <로베르토>는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전쟁에 대한 증언이다. 미국 영화라는 미끼를 던져 놓고 아이들이 그 함정에 걸려들기만 기다리는 치밀하게 계산된 독일군의 계략이나 불에 타서 폐허로 변해 버린 우크라이나 마을들의 끔찍한 모습, 포로수용소에 갇힌 유대인들과 강제 노동 수용소에 끌려온 아이들의 비참한 생활상 등은 폭력과 파괴로 점철되는 전쟁의 비극성을 고발하고 있다. 이러한 고발은 더 나아가 전쟁이 물질적인 파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파괴까지 동반한다는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무엘의 비밀을 무기로 협박하며 천진난만한 얼굴로 음식을 갈취하는 아이의 모습이나 사무엘의 가슴을 짓이겨 놓고도 아무 죄책감 없이 군화를 신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전쟁이 사람들의 정신을 얼마나 각박하고 황폐하게 만드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로베르토>는 우리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켜 나가야 하는 인간다움에 대한 또 다른 증언이기도 하다. 배고픔에 시달리면서도 철조망에 갇힌 유대인 소녀에게 자신들의 음식을 건네며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해하는 로베르토와 사무엘. 순간순간 위험을 무릅쓰면서 유대인 친구에 대한 비밀을 지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로베르토와 그런 친구와 함께하기 위해 독일군에게 얻어맞으면서까지 트럭에 올라타는 사무엘. 이들의 따뜻한 인간애와 아름다운 우정은 오히려 전쟁의 비인간성 및 폭력성과 대비되면서 더 감동적인 여운을 남긴다.
“로베르토, 너는 좋은 친구야.”
“엔조, 너도 그래. 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야.”
“살아남아 너하고 같이 이 전쟁이 끝나는 걸 보고 싶어.”
엔조가 웃음을 지었다.
“너 같은 친구가 있어 너무 행복했어.”
로베르토는 말을 거의 잇지 못했다.
“나도 그래.”
-본문 중에서-
함께 있기에 절망 속에서도 같이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서로를 지켜야 하기에 지옥 같은 생활 속에서도 점점 더 강해져야만 했던 두 소년. 이들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은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우리 인간이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부분이다.
■ 새로운 세계의 건설, 또 다른 성장을 위하여
로베르토는 전쟁의 아픔과 사무엘의 죽음을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한 모습을 보여 준다. 전쟁에 협조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로서 자신의 역할과 의무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뿐만 아니라 험난한 현실을 맞서 나갈 용기와 지혜를 터득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존재로 발돋움해 나간다. 이러한 성장은 로베르토가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 나가며 마지막까지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되어 주는 동시에 탈영병 마우리치오와 함께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파르티잔으로 활동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아저씨, 나는 돌이 될 거예요. 새로운 도시를 세우는 데 필요한 돌 말이에요.
아저씨도 그런 돌이 될 수 있어요.“
전쟁의 비인간성과 폭력성, 그 속에서도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이겨 내고 성장해 나가는 열세 살 소년 로베르토를 통해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옮긴이의 말
이 작품 영문 제목인 에는 로베르토를 통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노동 수용소에서 생활하던 로베르토는 철조망에 갇힌 폴란드계 유대인 소녀한테 음식을 훔쳐다 주고 돌을 선물로 받는다. 로베르토는 이탈리아 병사인 마우리치오에게 파르티잔으로 활동을 하겠다고 말하며 이 돌을 꺼내 보인다. 돌을 쌓아 물 위에 베네치아와 같은 도시, 전쟁이 사라진 평화의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결국 돌은 전쟁 동물이기를 거부하는‘전쟁을 사유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고, 로베르토와 사무엘과 폴란드계 유대인 소녀와 같은 새로운 세대를 상징하는 소품이자 장치라고 하겠다. 그러기에 로베르토는 돌이 될 거라고, 새로운 세계를 구성하는 일원이 될 거라고 굳게 다짐한다.
로베르토는 더 이상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가위에 눌리지 않고, 살아남은 자의 기쁨을 노래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살아남았기 때문에 부르는 안도의 노래가 아니라, 죽음과 같은 고통을 뛰어넘고 새로운 세계를 꿈꿀 수 있기에 부르는 희망의 노래이다. 크고 작은 전쟁을 통해 얻은 가슴 아픈 역사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반복하려는 망각의 인간들이 부르는 슬픈 노래를 듣는 일이다.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자. 오늘 우리는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지은이>도나 조 나폴리
1948년 마이애미에서 태어나 어린이, 청소년 책 작가이자 저명한 언어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로베르토>로 시드니 테일러 상과 어린이 도서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 협회에서 주는 황금연 상을 수상했다. 국내에 출간된 책으로는 <알버트> <언어의 신비: 그 비밀을 찾아서> 등이 있다.
옮긴이>김민석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은 책을 찾아 소개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손도끼> <바람의 딸, 샤바누> <안네 프랑크> <셰익스피어> <카네기> <내 사랑 옐러> <이 숲에서 우리는 행복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