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비엔나에서 고대 아테네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유럽으로 떠나는
2500년 서양 철학 이야기!
? ‘도시’로 떠나는 ‘철학사’ 여행
-인간의 삶과 생각이 켜켜이 쌓여 있는 도시에서 출발하다
철학사 공부를 배낭여행처럼 즐기며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어느 여행이나 그렇듯이 이 철학 여행에도 코스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이 가는 코스는 한 시대의 전형으로 평가되는 12곳의 유럽 도시다. 이 도시들은 유럽의 역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도시국가에서 첫 페이지를 열었고, 이후 중세 공간에서 하나 둘 세워진 도시들이 점과 점으로 연결되어 오늘의 유럽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어떤 의미로는 ‘유럽 여행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여행의 목표는? 도시란 인간이 역사를 통해 쌓은 온갖 삶과 생각이 녹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유럽 도시는 더욱 그러하다. 철학은 다름 아니라 ‘인간의 삶과 생각에서 이끌어내는 지혜’가 아니던가? 그러므로 우리의 목표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손으로 그리는 생각의 지도라고 할 수 있다. 과거나 현재의 뛰어난 생각을 정리하는 ‘생각의 도구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으로서의 철학’, ‘과정으로서의 철학’인 셈이다. 따라서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는 단순히 서양 철학사를 쉽고 맛깔스럽게 정리한 책이 아니라 우리가 부딪치는 현재 문제에 대해 철학적 해법을 찾아가는 책이다.
? 발칙하고 도발적인 ‘생각 여행’
- 생각도 뒤집고 시간도 뒤집고, 거꾸로 읽는 서양 철학사!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의 첫 출발점은 고대 그리스 철학이 아니라 현대 철학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최초로 만나는 서양 철학은 만물의 근원에 관심을 가진 탈레스 같은 그리스 자연철학자도 아니고, 인간이 만든 노모스에서 보편적 원리를 추구했던 소크라테스도 아니다. 지금 우리 사고의 틀을 형성하고 있는 두 가지 흐름의 철학적 원리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20세기 전반 비엔나에서 절정에 오른 근대의 과학적 세계관과 20세기 후반 파리에서 강력하게 제기된 탈근대(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관이 출발점이다. 소위 ‘근대 프로젝트’라 불리는 과학과 이성에 대한 믿음과 그 과학과 이성조차 더 이상 보편일 수 없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 시도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철학은 항상 “지금” “여기” 그리고 “우리”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는 시간만 거슬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 역시 뒤집는다. 모든 철학적 사고는 그 시대와 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려면 유명한 철학자 누구의 사상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했는가를 곰곰이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는 딱딱하고 생경한 철학 용어를 주워 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철학적 사유와 함께 가려고 했다.
?‘동사(動詞)’로서의 철학하기
-숨겨진 복선을 통한 철학적 균형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의 큰 미덕 가운데 하나는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하나의 철학적 흐름을 집요하게 추적하지만, 그 흐름에 반대하는 또 하나의 흐름에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데 있다. 근대 철학을 근대와 탈근대의 두 흐름으로, 중세와 고대 철학을 근대의 연속과 단절이라는 두 시각으로 읽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은 과학의 두 얼굴을 벗기는 비엔나 여행에서, 또 근대 프로젝트의 두 얼굴을 추적하는 파리 여행에서, 또 르네상스를 다빈치 코드와 미켈란젤로 코드로 나누는 피렌체 여행에서, 그리고 플라톤적 전통과 아리스토텔레스적 전통을 대비한 중세 철학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점은 합리주의 철학을 다루는 암스테르담에서도 데카르트의 길과 스피노자의 길을 비교하고, 경험주의 철학의 흄을 회의주의와 자연과학주의라는 정반대되는 두 가지 흐름으로 해석하는 데에서도 그렇다. 칸트, 헤겔, 마르크스, 니체를 독립적으로 다루는 여행에서도 각각의 철학에 대항하는 “안으로부터의 반역”을 복선처럼 집어넣고 있다.
하지만 결국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의 생각 여행은 상식을 통쾌하게 뒤집으면서도 결국은 상식으로 되돌아간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지만 결국 ‘상식적인 것이 가장 정확한 진리’라는 이야기다. 이 과정을 통해 철학사는 결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항상 그 과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러므로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는 서양 철학사 2500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요약하지 않는다. 하나의 생각의 틀로서의 철학을 명사(명제)로서 체계화하지 않고, 그 생각의 틀이 형성되고 발전하고 그리고 어떻게 위기에 맞게 되었는가를 동사(과정)로서 추적한다. 생각의 도구로서의 철학, 곧 명사로서의 철학을 경시하지는 않지만, 그 대신 생각의 힘으로서의 철학, 곧 동사로서의 철학의 즐거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 내 눈으로 철학하기의 ‘즐거운 도전’
- 본격 철학 여행을 떠나기 위한 사다리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는 청소년에서 일반인까지 상식으로서의 철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위해 씌어진 책이다. 그러나 까다롭고 어려운 철학 이야기를 쉽게 요약한 책이 아니라 잘근잘근 씹으며 철학하기, 곧 철학적 사고를 보여주고자 한 책이다. 이 점에서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는 철학 고전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읽어야 하는 교양 입문서로서 큰 미덕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서양 철학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독해법을 익힐 수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서양 철학사라는 생선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선을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생각하는 ‘힘’과 ‘과정’으로서의 철학인 ‘동사로서의 철학’을 통해 철학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철학 책이 출간되었다. 그중에는 통사도 있고, 특정 시점이나 인물을 그린 부문사도 있으며, 핵심 테마를 집중 조명한 책들도 있다. 하지만 이렇듯 도시들을 가로지르고 시간을 넘나들며 생각의 틀을 바꿔내는 독창적인 철학 책과 만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배낭여행을 떠나듯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 든 다음, 상상력을 동반한 유쾌한 생각의 지도 그리기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 간략한 길 안내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에 소개된 12도시는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12장면을 대변한다. 각각의 도시와 그때 그 시대를 반영해서 탄생한 철학 체계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1장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우리는 20세기 전반에 등장한 비엔나 학파와 그들의 과학적 세계관을 통해 ‘논리실증주의’를 접하게 된다. 이어서 2장 프랑스의 ‘파리’로 건너가면 20세기 후반에 등장해 과학적 세계관을 전복한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을 만날 수 있으며, 3장 ‘실재의 귀환’에서는 1, 2장에서 논한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세계관 ‘리얼리즘’과 마주하게 된다.
4장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는 근대의 시작을 알린 15세기 르네상스를 통해 인간에 눈을 뜬 ‘르네상스 철학’을 접하게 된다. 5장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가면 서양 근대 철학의 닻을 올린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의 ‘이성’을 빌려 ‘근대 합리주의 철학’을 배우며, 6장 영국의 ‘에든버러’에서는 세계의 기본 원리를 이성이 아니라 경험으로 상정한 로크?흄?애덤 스미스?뉴턴 등을 통해 ‘근대 경험주의 철학’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7장 지금은 러시아 땅 칼리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뀐 ‘쾨니히스베르크’와 8장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근대 철학을 완성한 ‘칸트 철학’과 근대적 이성의 철저한 탐구를 통해 탈근대의 단초를 보여준 ‘헤겔 철학’을 통해 독일 관념론의 두 산맥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9장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에서는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근대 기획서를 새롭게 쓴 ‘마르크스 철학’을 통해 자본주의적 질서의 허실을 추적하며, 10장 스위스의 ‘바젤’에서는 근대의 허구를 선언한 ‘니체 철학’의 궤적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근대 철학을 살펴본 다음에는 고대 그리스와 중세 유럽으로 먼 시간 여행을 떠나, 11장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로 날아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증언을 통해 서양 철학의 저수지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철학’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12장 ‘로마로 가는 길’에서는 우리의 여행 공간을 확장해 오늘의 유럽을 만든 중세 도시들을 차례로 따라가며 서양적 사고의 형식을 만든 ‘중세 철학’을 살펴본다.
글쓴이> 정재영
정재영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1983-1984), 동아일보 음악동아부 기자(1984-1987), 동아일보 신동아부 기자(1987-1995)를 지냈다. 1997년 영국 중서부에 있는 워릭대(University of Warwick)에서 철학과 사회 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2003년 동 대학 철학과에서 <사회 존재와 인간의 이해: 사회 세계와 그 이해에 대한 리얼리즘 접근법>(Social Reality and Human Understanding: A Realist Approach to the Social World and Its Understanding)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기도 양평에 있는 대부산 중턱에 자리를 잡고 철학 저술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철학적 관심은 인간이 만든 사회와 사회적 존재의 철학적 얼개를 규명하는 데 있다. 그는 이 작업을 사회 존재론(social ontology)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 사회 존재론에 기초할 때 인간과 사회의 소통 구조에 대한 연구의 실마리도 함께 풀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의 철학적 입장은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엄격히 구분하는 철학적 리얼리즘에 기초하고 있다.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는 그가 구상하는 생각의 3부작, 또는 인식론 3부작의 첫 책에 해당한다. 그는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를 “생각의 역사”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그는 “생각의 역사” 후속 작으로 “생각의 전쟁”과 “생각의 함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궁극적인 관심은 “생각”보다 “존재” 쪽에 방점을 찍는다. 그는 철학의 크고 작은 오류는 존재의 문제를 인식의 문제, 또는 존재의 문제를 언어의 문제로 환원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왜 존재의 문제가 중요한가를 짚어보는 “존재의 귀환”, 존재의 문제를 잘못 해석한 오류를 고발하는 “존재의 대리자들”, 그리고 생각의 틀과 존재의 관계를 규명하는 “존재와 생각이 만날 때” 등 ‘존재론 3부작’ 또한 벌써부터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이 ‘존재론 3부작’을 그에게 부여된 철학적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부 근대적 세계관의 출발점을 찾아서_서양 근대 철학 ②
7장 계몽의 철학적 주춧돌을 완성하다_쾨니히스베르크
8장 절대정신의 세계 역사를 정리하다_베를린
9장 근대 프로젝트를 새로운 틀로 바꾸다_런던
10장 근대가 꿈꾼 인간은 허구다_바젤
3부 서양 철학의 뿌리를 찾아서_서양 고대 및 중세 철학
11장 생각이 막히면 고대 그리스로 떠난다_아테네
12장 유럽이 만들어지다_로마로 가는 길
에필로그_유럽 철학 여행을 마치면서
?철학 여행을 더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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