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에 대한‘선량한’오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기부 문화의 성격은 올바르며, 제대로 정착되어 있는가. 지금까지 기부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빠듯하게 살면서도 평생 동안 한푼 두푼 모은 것을 고스란히 고아원이나 학교에 내놓는 특별한 소수가 하는 일로 한정되어 있었다. 모두가 자신이 가진 범위에서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자연스런 문화로 정착되지 못한 것이 오늘의 현실인데, 이러한 현상은 기부에 대한 세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다. 첫 번째 오해는 기부를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자격이다. 돈이 ‘있는’ 사람들이거나, 돈이 넉넉지 못해도 타인에 대한 사랑과 동정심이 가득한 사람들이 바로 기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오해다. 두 번째 오해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를 기부의 원칙이라고 보는 태도다. 안 하면 모를까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내놓을 경우 떠벌리지 말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해야 그것이 진정한 기부라는 생각이 보편적인 우리의 시각이다. 세 번째 오해는 돈과 명예가 있는 사람 혹은 조직이라면, 가령 대기업의 CEO, 정치가, 연예인 등의 고소득층은 적어도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를 위해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기부에 대한 이러한 사고는 선한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한다는 의무론적 관점에서 매우 단편적으로 접근했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나누고 봉사는 사람들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의해서 기부를 하고, 그로 인해 즐거운 마음을 갖는 매우 단순한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또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몫을 다른 사람에게 꼭 베풀어야 한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주고받는 행위로만 한정짓는 기부에 대한 지금의 우리 시각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양자에게 더 이상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지 못한다. 또한 기부를 마음이 아닌 실천으로 행할 수 있는 동기도 되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올바르기 때문에 행해야 한다는 윤리적인 강압에서 벗어나 기부를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해마다 겨울이면 곳곳에서 구세군 냄비가 우리에게 따뜻함을 강요하지만 냄비 속 천 원들이 어디에 쓰이는지 우리들에게 설명해준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만약 우리의 천 원이 어떤 불행의 장소에 옮겨져 행복의 열매를 맺게 하는 씨앗의 역할을 하는지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천 원만을 내놓겠는가. 그리고 그 천 원이 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천 원을 집어넣는 손이 지금처럼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부가 선한 행위라는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주는 사람에게 또한 받는 사람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지 그 실질적인 힘을 깨닫는 일일 것이다. 주고받는 행위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강력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현실 속에서 알 권리가 있다. 《행복한 기부: 성공을 부르는 1%의 나눔》은 바로 그 현실적 해답을 주기 위해 쓰인 책이다.
■ 기부,‘나눔의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행복 키워드
《행복한 기부: 성공을 부르는 1%의 나눔》은 정치?경제 전문기자이자 2004년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의 경제서적상을 수상한 토마스 람게의 최신 저작 《Nach der Ego-Gesellschaft》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저성장과 대량실업, 재정 위기에 처한 국가 및 사회보험 등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독일병(病)’이다. 저자는 비대해진 복지국가(‘보모국가’)가, 복지제도에 기여하는 일은 회피하고 그 혜택은 챙기려는 이기적인 인간들을 양산했다고 비판한다. 과도한 복지가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우선 거시경제에 부담을 주는 국가복지 규모를 ‘필수적’인 정도로만 축소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이상의 복지수요에 대하여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 부자, 일반 시민들이 기부와 봉사 등을 통해 창조적이고 효율적인 새로운 ‘나눔의 문화’를 창조함으로써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크게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서론이라 볼 수 있는 1장부터 3장까지는 각각 나눔의 경제학, 생물학, 심리학을 다루고 있다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여기서 최근의 통계, 연구자료 및 최신 이론들을 바탕으로 나눔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결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장을 제외한 4장부터 9장까지의 본론은, 부자와 (피)상속인들의 기부, 기업과 시민의 사회참여, ‘시민재단’, 그리고 공동체의식의 함양을 위한 교육 등 나눔의 실천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람게는 여기서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유산 마케팅’과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과 연관된 감동적인 사례들을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행복하고 명망 있는 고위직 관료들 및 긍지가 높은 기부자들과 얘기를 나누었으며, 사회적인 책임의식을 지니면서 시장에서 매우 성공한 기업가들을 찾았다. 이들은 사회 기여에 자유롭게 참여하면서, 주는 것이 행복한 일임을, 개인을 위해서든 사회를 위해서든 온정을 베푸는 것이 가치 있는 것임을 몸소 보여준다.
■ 《행복한 기부》, 나눔과 성공 사이의 함수관계를 풀다
《행복한 기부: 성공을 부르는 1%의 나눔》의 독특한 가치는 돈과 시간, 그리고 온정의 나눔이 그것을 받는 사람은 물론, 행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밝혀냈다는 데에 있다. 봉사하는 사람이 더 즐겁게,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만족감,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 그리고 감사와 인정을 받을 때의 즐거움이라는 심리적 만족감이 나눔의 일차적인 효과이다. 그러나 나눔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증명한다. 최근에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와의 연대를 이루고 있다. 이때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더 이상 기업의 부정?부당행위를 만회하기 위한 수동적 기부 활동이 아닌, 사회와 통합된 기업의 핵심 경영전략이 되고 있다. 기업이 자발적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이를 기업의 대외적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지금의 추세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 기부나 나눔의 활동을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로 활용해서 구매력을 높이려는 광고들이 속속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부의 잠재력은 기업의 경우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갑자기 거대한 상속자가 된 ‘벼락부자’들이 상속받은 돈은 물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길로서 기부를 선택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하고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그 돈은 빵과 교육의 혜택에 굶주린 세계의 아이들에게, 자식들에게 버림 받은 무의탁 노인들에게, 문화적 환경이 미비한 한 지역사회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실질적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뿐인가. 한푼 두푼 모아진 시민들의 정성은 국가의 복지 혜택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게 된다.
‘행복한 기부’의 행복은 바로 이러한 개인과 단체, 그리고 시민사회에 내재하는 독립적 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그것이 기대한 만큼 크지 않을 때, 그것을 주어야 하는 사람 혹은 기관의 능력을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더 나쁜 것은 스스로를 받는 자의 위치에만 머물게 해서 자신의 능력 또한 함께 무시해버리고 만다는 사실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능력 없는 자로 만드는 이러한 관계는 지금의 우리에게 결코 생산적이지 않다. 바로 이 관계를 부수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힘이 기부임을 저자 토마스 람게는 통찰하고 있다. 받는 자에서 주는 자로, 만들어진 것을 이용하는 자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자로, 불평하는 자에서 만족하는 자로 만드는 긍정적 연료가 기부라고 말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 내가 가진 것을 불리는 산술 방식이 아니라 내 것 하나를 줌으로써 새로운 이윤을 창출한다는 나눔의 방식, 이것은 경쟁 위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의 개념을 재해석하는 열쇠다. 이것을 말하고 있는 《행복한 기부: 성공을 부르는 1%의 나눔》은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 기업, 사회라면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나눔이 단순한 자선행위가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의 경제 활동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명쾌하게 밝힌 《행복한 기부:성공을 부르는 1%의 나눔》은 기부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미래의 행복을 약속하는 성공전략임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지은이> 토마스 람게(Thomas Ramge)
1971년 출생. 기센, 파리, 워싱턴에서 역사와 정치 그리고 문학을 공부했다. 슈투트가르트의 남서독방송의 편집기자 그리고 베를린의 도이체 벨레 TV의 정치특파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경제잡지《브랜드아인스 Brandeins》에서 일하며 《차이트 Zeit》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한다. 2003년 《거대한 정치 스캔들 Die großen Polit-Skandale》이 출간된 이후 꾸준한 저술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2004년에는 《플릭가. 돈, 권력, 그리고 정치에 관한 한 독일 가족사 Die Flicks. Eine deutsche Familiengeschichte um Geld, Macht und Politik》로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의 경제서적상을 받았다.
<옮긴이> 이구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졸업. 독일 본 대학교에서 철학과 경제학 등을 공부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차례>
? 추천의 말1_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 박원순
? 추천의 말2_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이원재
? 옮긴이의 말
01_얌체족 패러독스 - 모두가 가져가기만 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가짜 영수증 | 롤프 세대 | 뷔페의 원리 | 2-1=3
보모국가 | 어리석은 이기주의자, 현명한 이기주의자
02_선행의 생물학 - 온정은 우리 본성 안에 있다
착한 원숭이 | 이타주의 유전자 | ‘주고받는 자기희생’ | 합리적 바보와 이기적 유전자
03_나누면 행복해진다 - 봉사하는 사람은 더 만족스럽게,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
선행과 행복의 함수관계 | 쾌락주의적 답차 | 인색하면 불행해진다 | 이타주의 패러독스
04_부에는 의무가 따른다 - 세금 회피를 위한 국외 이주 대신 기부를
진정한 관심 | 미지의 존재, 백만장자 | 자신을 위한 기부 | 공동체를 위한 즐거운 헌신
기부에 중독되다 | 사회기업가 | 투자 같은 기부 | 올바른 권유
05_내 가족이냐 공동체냐 - 상속을 통한 나눔의 길
역피라미드 상속 | 예기치 않은 돈벼락과 상속우울증 | 여성들은 다르게 상속한다
좌파 상속인들 | 불로 소득 | 상속세를 옹호하는 수십억 달러 갑부들
06_단순한 고용주를 넘어서 - 기업들, 책임을 다하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사람들 | 회사의 한 톱니바퀴 | 거세지는 압력 | 깨끗한 양심, 깨끗한 거래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 책임 마케팅
07_시간과 창조력을 기부하다 - 명예봉사, 자원봉사 그리고 시민 참여
“우리는 창조적이고 싶습니다.” | 함께 볼링하기 | 유연한 인간 |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작은 생각에서 큰 운동으로 | 인정하는 문화 | ‘가능케 하는 국가’
08_새로운 시민성의 탄생 - 시민재단들, 재정독립을 이루다
고층빌딩 전체 | 첫 백만이 가장 어렵다 | 단일경작은 쇠퇴한다
국고를 넘어서 | 돈이 돈을 부른다
09_나눔을 배우다 - 공동체 의식을 만드는 새로운 교육을 위하여
아이들은 어른과 같다 | 까까! | 모범, 모범, 모범 | 책임교육
발도로프의 유약한 아이들, PISA 그리고 EQ
10_새로운 온정의 문화 - 모두가 나누면, 모두가 이긴다
베를린, 라스베가스로 가다 |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시대는 끝났다
‘Run-Away-World'-멈추지 않는 세계 | 누가 시작하는가? | 이기적인 사회 이후
<부록>
?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사례
?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평가와 의미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사회재단-풀뿌리희망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