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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의 해부: 인지심리학자의 눈으로 소설과 영화 속 반전 읽기 크게보기

놀라움의 해부: 인지심리학자의 눈으로 소설과 영화 속 반전 읽기

저자

베라 토빈Vera Tobin

옮김

김보영

발행일

2021-03-05

면수

148*220

ISBN

384

가격

9791161727905 93600

가격

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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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과 문학적 지식을 동시에 제공하는
놀라움의 작동 원리에 관한 더 놀라운 파헤침

훌륭한 작가들이 독자의 마음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독자에게는 지적 쾌감을, 영화나 소설, 드라마나 광고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영감을 줄 놀라운 책이 풀빛에서 출간되었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인지과학과 교수인 베라 토빈Vera Tobin의《놀라움의 해부: 인지심리학자의 눈으로 소설과 영화 속 반전 읽기》(원제는 Elements of surprise: Our mental limits and the satisfactions of plot)가 그것이다. 영화 <식스 센스>에서 충격에 가까운 반전을 경험한 사람이 많을 터인데, 그 경험이 바로 놀라움surprise이라는 예술 기법에 의한 결과물이다. 인지과학자 베라 토빈은 반전의 매력을 갖는 픽션의 원리를 파헤치고자 했으며, 그중에서도 영화와 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기법인 놀라움에 주목했다. 그는 폭로의 플롯이 인지과학과 서사가 주는 즐거움이 교차되는 지점이라고 보고, 여기서 우리의 뇌가 스토리와 공모하여 ‘잘 짜인 놀라움’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설명한다. 훌륭한 반전이 있는 플롯을 구축하는 일이 인간의 정신에 대한 고도의 이해가 반영된 복잡한 기술임을 밝히며, 고전과 대중적인 픽션,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을 인지과학 분야의 최근 연구 결과와 함께 독해하면서 잘 짜인 놀라움이 작동하는 데 인간의 사고 과정이 지닌 한계가 활용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지 편향, 심리적 지름길, 기억의 변덕이 어떻게 스토리와 공모하여 경탄할 만한 착각을 일으키는지를 기술하며, 이는 작가들에게 상세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놀라움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가

“잘 짜인 놀라움의 전통은 이렇게 묻는다. 폭로된 사실 아래에 훌륭한 솜씨로 공들여 다진 기초가 있는가? … 잘 짜인 놀라움을 갖춘 플롯이란 불현듯 사건들을 재해석하게 만들고, 그 순간 이렇게 재해석할 근거가 이미 쭉 거기에 있었음을 느끼게 하는 플롯을 말한다. 즉, 예기치 않았을 뿐 아니라 폭로적인 특질을 가진 놀라움이라야 한다.” -본문 12쪽

놀라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나도 놀라고, 지각한 바에 근거한 예측과 실제 경험이 서로 불일치할 때 놀라며, 갑작스럽게 진실을 알게 됨으로써 뿌리 깊은 믿음이 흔들릴 때도 놀란다. 어디선가 갑자기 들린 폭발음이나 어떤 실험의 결과 때문에 놀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놀라게 만들 수 있음은 물론 스스로를 놀라게 만들 수도 있다. 놀라움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때도 있는 반면 슬쩍 다가와서 눈치채기조차 힘들 때도 있다. 놀라움의 목적은 즐거움일 수도 있고 생경함 자체일 수도 있다. 놀란 나머지 당황하거나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귀중한 인지적 자원을 소진하기도 한다. 이처럼 드넓은 놀라움의 세계 중 이 책에서 다루는 놀라움은 영화나 소설 등 예술 작품에서 독자가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는 기법으로서의 놀라움이다.
베라 토빈은 이 책에서 다루는 놀라움을 ‘잘 짜인 극’에 빗대어 ‘잘 짜인 놀라움’이라고 부른다. 잘 짜인 극이란 19세기에 유행했던 연극 장르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준칙과 파리 불바르 극장 지구에서 성행하던 양식이 혼합되어 있는데, 관객들이 선호하는 플롯을 만들어 내기 위해 교묘하고 확실한 공식을 따랐다. 이 책에서 다루는 놀라움의 주된 미학적 특징이 사전에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되고 준비되었는가에 관련된다는 점에서도 ‘잘 짜인’이라는 표현은 적절하다. 잘 짜인 놀라움의 전통은 플롯이 정교하게 구성된 메커니즘, 즉 부품들이 단단히 조여지고 손질도 잘된 덫이라는 느낌에서 오는 만족감을 높이 평가한다. 불현듯 사건을 재해석하게 만들고 폭로적인 플롯을 만들려면 한 방향으로 가다가 돌연 방향을 전환하면서도 전체가 일관적, 심지어 필연적이라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베라 토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까닭은 우리의 뇌가 스토리들과의 공모를 통해 소재를 한데 엮어서 거짓 연속성을 생산한다는 데 있다고 분석한다. 즉, 놀라움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에만 맡길 수 있는 단편적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독자(인간)가 가진 인지의 한계, 즉 예측에 대한 믿음, 기억의 오류, 잦은 망각 등이 스토리를 해석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마음껏 주물러 스토리에 활용하는 작가가 놀라움을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놀라움은 독자(정확히는 독자 인지의 한계)와 작가 그리고 작품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식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베라 토빈은 자신의 주장을 다양한 예를 가지고 차근차근 전개해 나간다.

인지의 한계가 놀라움이 작동하는 열쇠다

어떤 사실을 알고 나면 몰랐던 상태를 상기하지 못할 때가 많다. 언제 특히 그럴까? 왜 그럴까? 심리학자, 행동경제학자, 언어학자들은 이 문제에 주목해 왔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창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극복하거나 피해 가야 하는 난점이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후에 글을 쓰면서 어떻게 아직 그 사건이 다가오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의 마음속을 구현할 수 있을까? 성인인 작가가 어떻게 아이의 시점을 설득력 있게 재창조할 수 있을까? 미스터리의 전모를 아는 작가는 독자들이 그것을 뻔하다고 시시해할지, 아니면 불가해하다고 골치 아파할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예들은 ‘지식의 저주’에 기인하는 난제이나 지식의 저주는 스토리텔러에게 귀중한 자원이라고 책은 말한다. 독자들은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짐작하고 추론하기 마련이므로 작가는 이 경향을 이용하여 확실하고 만족스러운 효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책은 문학과 사회인지 사이의 교차적 관계에 주목하고 이를 통해 놀라움이라는 문제를 단순히 예술 작품의 기법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인지시학적이고 인지심리학적 관점으로 확대해서 다룬다. 베라 토빈은 우리 사고가 지닌 특정한 한계와 버릇, 즉 인지 편향이 스토리의 작동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정신적 오염 효과가 어떻게 해서 만족스러운 플롯을 위한 원재료를 제공하게 되는지 설명한다. 정신적 오염 효과는 사회적 사고에 강력하게 작용하는 원인인 동시에 기억과 지각 등 모든 종류의 인지에 결부된 의사결정의 결과이기도 하다. 플롯이라는 자동차의 보닛을 열어 그것이 어떤 기계 장치로 구동되는지 확인해 보자. 특정 종류의 스토리 아래에서 작동하는 기어와 모터를 들여다보고 나면, 이 장치에 관해 더 알아낸 바가 그 장치에 의존하는 스토리들의 윤리와 기원에 대하여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게 하는지 질문할 수 있다.

이 책의 구성 그리고 스포일러 경고

어떻게 하면 청중을 놀라게 하면서도 돌이켜 보면 필연적인 일이었다고, 혹은 적어도 설득력이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을까? 1장은 작가들이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이런 스토리텔링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하여 기만적 등장인물 관점을 통해 이 과업을 달성하는 몇 가지 스토리를 간단히 예시한다. 베라 토빈은 이 전략의 효과가 인지과학에서 ‘지식의 저주’라는 용어로 설명하는 사고방식을 반영한다고 보고 스토리텔링, 의미 형성, 미적 쾌감의 측면에서 지식의 저주가 갖는 위상에 주목한다. 2장에서는 지식의 저주 및 관련 효과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더 심도 있게 다룬다. 지식의 저주란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거나 과거에 대해 생각할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경향을 말한다. 베라 토빈은 우리가 이해에 실패한 것처럼 보일 때 그 실패가 오히려 엄청난 성공을 가능케 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귀인 오류에 관한 연구를 소개한다.
3장과 4장은 잘 짜인 놀라움의 구축을 특징짓는 구체적인 방법과 모티프를 기술하고 설명한다. 놀라움의 인지시학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언어적 형태에 주목하여 그 개별 요소들이 어떻게 특정 효과에 기여하는지를 추적한다. 3장은 서사적 놀라움의 구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네 가지 주요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4장은 지시 표현이라는 특정 언어 패턴, 그리고 놀라움의 시학에서 그 패턴이 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어 더 면밀하게 파고든다.
5장부터 8장까지는 이러한 역학관계가 작품의 수사학적, 윤리적 영향력에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를 탐구한다. 잘 짜인 놀라움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나그노리시스, 또는 ‘알아차림’이라고 말한 요소의 특수한 한 종류다. 5장은 알아차림이 언제 만족을 주고 언제 불만족스러운지 살핀다. 6장은 지식의 저주가 믿을 수 없는 서사에 어떠한 함의를 주는지 논의하며, 7장은 6장의 분석을 확장하여 《속죄》와 <컨버세이션>을 통해 통상적인 화자의 비신뢰성을 넘어서는 경우를 살펴본다. 이러한 작품 분석을 통해 놀라움, 동조, 의미 형성, 등장인물의 발전을 연결시키는 깊은 상호의존성을 탐색하게 된다. 마지막 8장은 지금까지의 작품 분석과 논증을 최근의 몇몇 주목할 만한 연구와 연결하며, 이를 통해 서사학이 어떻게 우리가 오해의 덤불을 헤쳐 나가도록 돕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단일 작품에 대한 상세한 분석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스쳐 지나가는 예시들에서도 수많은 스포일러가 있음을 경고하고 이 책의 독자가 이 책에 예시된 작품들의 독자(혹은 관객)가 되기도 전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음을 사죄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감상하면서 반전과 폭로로 인해 놀라움을 경험했다면 이 책을 읽어 나가며 왜 내가 놀랐는지를 깨닫는 데서 오는 놀라움을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 자체가 하나의 반전이자 놀라움이다. 이 책은 놀라움을 해부하지만, 메스를 들고 놀라움의 장기 하나하나를 파헤치는 과정 또한 놀라움 그 자체다. 그것은 놀라움이 일어나는 동안 우리의 머릿속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놀라움을 해부하는 집도의는 견습생인 우리에게 이제부터 스스로 해 보라고 메스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