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이야기라면 아이들은 먼저 어떤 생각을 할까. 동물원에서 본 사자나 기린, 혹은 만화의 주인공 펭귄을 먼저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자와 기린은 아프리카의 초원지대에서 살고 있는 동물이고, 펭귄은 머나먼 남극의 신사이다. 우리 땅에서, 우리 아이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은 아니다. 동물의 세계를 '동물원의 세계'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이 시대 우리 어린이들의 비극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풀빛 자연의 아이들 첫째권이 『우리 땅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란 제목으로 나온 것은 반갑다. 원숭이나 코끼리가 없어 섭섭해할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대신 조랑말과 반달곰, 쇠고래까지 있지 않은가. 우리 땅에서 우리와 어울려 살아가는 동물들이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고 정답다.
동물이야기라 하여 도감이나 백과사전류의 딱딱한 글을 먼저 떠올릴 필요는 없다. 동물들에 관한 옛이야기가 먼저 다가와 아이들은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그 다음장을 넘기게 된다. 그러면 동물의 특성과 생활이 역시 재미난 이야기체의 글로 다가온다.
반달곰이 기나긴 겨울잠을 자다가 똥이 마려우면? 우리 산과 들 어디에나 가득한 소나무의 송진을 먹는단다. 그러면 변비가 생겨 똥이 안나온다고.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어떻게 하지? 눈비비며 일어나 먼저 쥐다래나무 열매나 바위이끼를 찾는단다. 그리고 따스한 봄햇살 받으며 있노라면 시원하게 똥이 나온다는데. 정말 사람과 풀과 함께 어울리는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바다엔 고래까지 살고 있었다 한다. 울산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선사시대의 유물인 '반구대 암각화'에 가장 많이 조각된 동물은 고래이다. 고래와 고래잡이 배까지 그려져 있다는데, 그때 우리 나라엔 얼마나 많은 고래가 살고 있었을까?
정성을 기울인 것은 글만이 아니다. 사실적인 동물 그림과, 재치있는 만화컷이 함께 아이들의 흥미를 돋군다. 그림을 그릴수록 동물들에게 저마다 다른 생활습관과 특성이 있다는게 신기하게 다가왔다고 하는데, 우리 땅에 살고 있는 동물에 관한 새로운 발견이 세심하고 애정어린 눈과 붓끝에 그대로 묻어나온다.
동물에 관한 재미와 지식을 함께 주는 흔치 않은 책. 책장을 덮을 무렵엔 어떤 아쉬움이 생기기도 한다. 바로 우리 땅에 살고 있는 이 동물들이 이제는 점점 사라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 글쓴이와 그린이는 그러한 안타까움과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에 대한 애착을 한 권의 책에 훌륭히 담아 놓았다. (안소영 기자)
김신나
서울 시립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 동화 작가들의 모임인 '우리누리'에서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품집으로는 『안데르센』,『혼자 있을 땐 뭘 하지』등이 있습니다.
못하는 게 없는 재주꾼 반달곰
무섭고도 우스운 동물의 왕 호랑이
얌체짓 잘 하는 꾀돌이 여우
산 속의 멋쟁이 노루
작아도 야무져요 조랑말
숨바꼭질 대장 수달
하루종일 우물우물 황소
바다의 떠돌이 쇠고래
냄새도 척척, 소리도 척척 진돗개
귀신 쫓는 복슬이 삽살개
하늘의 사냥 왕 매
쥐일까요? 새일까요? 박쥐
겨울 나그네 두루미
든든한 집 지킴이 구렁이
단단한 갑옷을 입었어요 거북
한겨레신문/우리집 책꽂이
곰이 겨울잠을 자다가 똥이 마려우면 어떻게 할까? 곰은 겨울잠을 자기 전에 송진을 먹고 변비에 걸려 똥을 안눈다. 겨울잠에서 깨면 쥐다래나무 열매 같은 것을 먹고 똥을 시원하게 눈다. 호랑이는 며칠씩 굶다가 한꺼번에 먹이를 왕창 먹고는 꼭 도토리를 먹는다. 소화제다. 곰, 호랑이, 조랑말, 삽살개, 구렁이 등 한국의 토종동물 15종의 특성과 그들을 소재로 한 우화.(2000.10.28)
경향신문/어린이 글동산
옛날 우리 곁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집에는 개, 소, 닭이 있었고 뒷산에는 노루, 여우, 수달이 있었다. 짐승은 늘 사람의 생활에 끼여들었으며 많은 이야기의 소재를 제공했다. 그러나 동물원에 가야만 짐승을 볼 수 있는 요즘, 그들과의 교감이란 매우 드문 일이 돼버렸다.
『우리 땅엔 어떤 동물이 살고 있을까』(김신나 지음, 정순임 그림)는 이런 안타까움을 담은 어린이책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을 하나씩 들어가면서 그들이 등장하는 옛날 이야기와 함께 생활습성, 특징 등을 재미있게 풀어놓고 있다. 실물에 가까운 그림도 한몫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은 반달곰, 호랑이, 여우, 노루, 조랑말, 수달, 황소, 쇠고래, 진돗개, 삽살개, 매, 박쥐, 두루미, 구렁이, 거북 등 15종. 옛날이야기 속에서 접했기 때문인지 아프리카의 사자, 표범, 코끼리와 달리 맹수조차도 친근한 느낌을 준다.
곰은 둔하고 미련하다는 편견과 달리 영리하고 민첩한 동물이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동안 똥을 누지 않으려고 송진을 먹고 변비가 생기도록 한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뒤에는 다시 쥐다래나무의 열매나 바위이끼를 먹어 뱃속을 깨끗이 비운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호랑이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사자는 무리지어 살기 때문에 혼자 사는 호랑이와 1대 1로 맞붙으면 불리하다.
여우는 과연 여우다. 발바닥에서 독한 노린내를 풍기는 여우는 사냥개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가던 길을 바꿔 냇물을 건너기도 하고 갑자기 옆으로 2~3m씩 비켜 뛰기도 한다. 또 나무 위에 올라가거나 일부러 고약한 냄새가 나는 곳에 발을 담가 자기 냄새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많은 동물들이 사라진 이유에 대한 설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강물이 오염되면서 깔끔이 수달은 살 곳을 잃었다. 농약, 쥐약 때문에 든든한 집 지킴이 구렁이가 사라진 것은 다행일까, 불행일까.(2000.10.26/한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