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아침햇살 선정 좋은 어린이책
책읽는교육사회실천협의회 추천도서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
중앙일보 선정 2001년 좋은 책 초등부
2001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글루크, 모차르트, 바그너, 베토벤, 쇼팽, 괴테, 그릴파르처, 만, 부슈, 브레히트, 케스트너... 귀에 익은 이름들 많지요? 그러나 단지 귀에 익다는 이유만으로는 이들 음악가와 작가들이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이름들입니다. 왜냐고요? 그를 행복하게 해 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림동화이긴 하지만 초등 고학년도 볼 수 있는, 아니 어른들에게 더 적합한 작품입니다. 일과 배움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철학적 깊이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이 무심히 들으면 자장가나 소음에 불과했을 모차르트의「소야곡」, 베토벤의「달빛 소나타」, 어찌어찌하여 손에 넣어도 단지 글자들의 조합에 불과했을 괴테의「마왕」, 브레히트의「악당 매키의 노래」가 이 거리의 청소부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아름답게, 풍요롭게!
거리의 표지판을 닦던 청소부는 어느 날 엄마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자신이 담당한 청소 구역이 유명한 작가와 음악가의 거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순간 자신의 손길이 스쳐간 그 거리에 대해 아이보다도 아는 게 없다고 느낀 아저씨는 몹시 당황합니다. 부끄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그 날 이후 음악가와 작가에 대해 공부를 시작합니다. 음악회도 가고, 노래도 외우고, 시도 감상하고, 책도 읽고... 배움에 대한 동기가 참 단순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배운다!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자신의 내부에서 솟구쳐 올라온 것이기에 아저씨는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는 것이 즐겁기만 합니다. 어디 즐겁다 뿐입니까? 깨달음은 깨달음을 낳고, 무덤에나 묻혀 있을 값진 진리들이 청소부 아저씨의 머리와 가슴을 통해 빛을 발합니다. 책과 음악의 세계를 넘나들며 그가 발견한 비밀이 무언지 아세요?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로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거나. 어때요? 시인이라 불려도 좋을 만큼 넘치는 감성과 예리한 안목을 가지지 않았나요?
음악가, 작가들과 친구가 된 청소부는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며, 시를 읊조리고, 가곡을 부르고, 읽은 소설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표지판을 닦습니다. 청소와 시와 음악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다는 사실, 일과 예술이 아름답게 만날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얼마나 귀하게 여겨지는지 모릅니다. 이제 그에게는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표지판의 이름들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연인 같고, 친구 같고, 자식 같은... 그를 \'행복한 청소부\'라 하지 않으면 달리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평론가들의 책까지 소화한 청소부는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기 자신을 향해 음악과 문학에 대한 강연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강연을 들으려 몰려 왔고 이제 그는 방송을 탈 만큼 유명해졌습니다. 대학으로부터 강연 부탁까지 받습니다. 교수 제의를 거절하는 답장에서 그는 이렇게 씁니다. -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교수가 목적이었다면 청소부는 결코 배움의 참맛을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연스런 감정의 발로가 배움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은근히 품고 있으면서, 일에 대한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배움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떠 가면서 사람이 얼마나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변해 갈 수 있는지, 삶이 얼마나 윤택해질 수 있는지, 존재하는 모든 게 얼마나 각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도 보여 줍니다.
그림동화이니 그림 얘기 빼놓을 수 없지요. 눈도, 코도, 얼굴도 동글동글한 청소부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절로 마음이 따듯하고 평온해집니다. 왼쪽은 글, 오른쪽은 그림으로 확실히 구분이 되어서 그림 감상도 맘껏 할 수 있습니다. 글이 그림을 다치는 구조가 아니니까요.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톤의 유화는 청소부가 음악과 문학을 감상하듯, 독자들로 하여금 뛰어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도록 합니다. (홍윤의 기자)
모니카 페트
1951년 독일 하겐 시에서 태어나, 문학을 전공한 모니카 페트는 현재 작은 시골 마을에 살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행복한 청소부』『생각을 모으는 사람』『화가와 도시와 바다』등 잔잔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작품들로 하멜른 시 아동 문학상과 오일렌슈피겔 아동 문학상을 비롯해 독일의 여러 아동 및 청소년 문학상에 지명되었습니다.
김경연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우리 나라 최초로 아동관련 문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아동문학가이며 번역가인 그는 다수의 인문과 아동도서를 번역하고 좋은 외국도서를 다양한 정보 분석을 통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품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생생하고 감각 있는 번역이 돋보입니다.
역서로는 『통조림 속의 아가씨』『왕도둑 호첸플로츠』『완역 그림동화집』『달려라 루디』『내 강아지 트릭시를 돌려줘!』『나무 위의 아이들』『요켈과 율라와 예리코』『욘 할아버지』『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등 다수의 작품이 있습니다.
동아일보/책의 향기
책읽기에 빠진 ‘행복한 청소부’
자기의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더러움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최고’로 인정받는 행복한 표지판 청소부였다. 청소부 아저씨는 자신이 매일 닦는 표지판에 씌여 있는 작가와 음악가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음을 깨달은 날부터 그 음악가들의 음악을 듣고 그 작가들의 책을 읽었다.
청소부 아저씨는 이제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며, 시를 읊조리며, 가곡을 부르며, 읽은 소설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표지판을 닦았다. 그러다가 음악가와 작가들에 대해 학자들이 쓴 책을 읽었고 이제는 글루크 모차르트 괴테 등의 너무도 소중해진 글자를 닦으며 자신에게 음악과 문학에 대해 얘기했다. 사람들은 아저씨의 강연을 들으러 그가 일하는 사다리 밑에 모여들었고 기자도 찾아왔다. 대학으로부터 강연도 부탁 받았다. 하지만 아저씨는 “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라고 말한다.
배움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주는 동화다. 옛 어른들은 “공부는 ‘때’가 있다” 하시며 어린 시절에 공부할 것을 강조하셨다. 그러나 책을 향해 머리가 아닌 마음이 열린 때가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는 때가 아닐까.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이 동화를 읽어준다면 아이들은 청소부 아저씨가 책을 통해 얻게되는 기쁨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것이다. 책을 읽어주는 어른은 늦었다고 생각한 지금이 바로 마음으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때라고 느낄 것이다.
인물들의 얼굴 표정 하나 하나가 살아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빛의 대비가 아름다운 그림이 내용의 이해를 돕고 편안한 정서를 심어줄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그림동화지만 굳이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읽어주도록 권하는 것은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자어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되긴 했지만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게는 누구나 권하고 싶다.(2000.11.11/윤경희(주부) )
중앙일보
어린이를 문학과 음악 세계로 이끌어 주는『행복한 청소부』
아이들 보는 책이라고 쉬운 용어만 쓰란 법은 없다. 이 책에는 어른들도 낯설어할 수 있는 음악가와 독일 작가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글룩, 모차르트, 바그너, 그릴파르처, 토마스 만, 바흐만, 브레히트, 실러……. 하지만 당장은 몰라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이를 계기로 음악과 문학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자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고, 또 어떤 주제가 되었든지 간에 그것을 공부하며 익숙해져 가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가 이 책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수준에서 볼 때 어려운 이름들이 책 속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게 하는 것은 이 책의 저자가 갖는 고유한 역량이다.
유화로 작업했을 법한 정통 회화 스타일의 그림이 매우 친근감을 줘 막 한글을 깨친 아이나 초등학교 초급반 학생들이 읽기 좋을 그림책 『행복한 청소부』는 문학과 음악을 통해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변모시킨 청소부 이야기다. 물론 이 청소부가 처음부터 예술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청소 담당 구역은 독일의 거리 표지판. 어느 날 표지판을 닦고 있다가, 한 엄마와 아이가 표지판을 가리키며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된다. 그 대화 내용을 통해 자기가 청소하던 거리가 아주 유명한 작가와 음악가의 이름이 붙여진 거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아이보다도 그 거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날 이후 그는 공부를 시작한다. 한 작가, 한 음악가에 대한 자료를 스스로 찾아 모으며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기만 하다. 음악가들의 공연도 가고, 책도 읽고, 시도 외우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힘든 줄을 모른다.
청소를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거나 작가들의 글을 외우는데, 점점 그의 공부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어느 새 그는 그 거리의 유명한 예술가들만큼이나 유명한 인사가 되어 버린다. 분명 어른이면서도 어린이를 닮은 귀여운 얼굴에 땡글땡글한 눈동자가 빛나는 주인공 청소부의 표정은 삶의 순간 찾아온 깨달음의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며 전혀 다른 세계로 나아가 있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준다.(2000.11.11/배영대 기자)
조선일보/어린이
“행복하고 싶니?…… 그럼 나처럼 배워 보렴”
이제 갓 생의 출발선을 떠난 우리의 아이들. 시간의 흐름을 타고 단맛 쓴맛 다 보며 인생의 바다를 떠갈 것이다. 조금 먼저 살아본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애정과 연민이 교차한다. 그리고 기원한다.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여기 청소부가 있다. 그냥 청소부가 아니고 ‘행복한 청소부’다. 그 청소부는 어째서 행복한지 한 번 들어보자. 거리 표지판을 청소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오던 아저씨. 어느 날 길 가던 모자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자신이 닦는 표지판 이름이 유명한 작가와 작곡가들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나는 이 표지판들을 매일같이 닦으면서도 표지판 이름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구나.” 호기심이 동한 아저씨. 표지판 이름들을 일일이 적어와 그들과 사귀기 시작한다. 글루크·모차르트·바그너의 음악회를 찾아가고, 괴테·만·실러의 책을 읽었다. 아저씨는 직업의 기쁨 외에 앎의 기쁨이 뭔지 조금씩 깨닫는다.
세월이 흘렀다. 청소를 하는 그의 입에서 언제부턴가 멋진 강의가 흥얼흥얼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방송국에서는 인터뷰를 나왔다. 마침내 대학에서 교직까지 제안한다. 청소부 아저씨는 그러나 그 자리를 거절한다. “나는 거리의 청소부입니다”라며.
그의 목표가 대학교수였다면 동화의 결말을 ‘청소부는 대학교수가 됐다’로 끝내도 훌륭했을 것이다. 왜 거절했을까? 청소부 아저씨의 목표는 ‘새로운 세계를 아는 데서 얻는 행복’이었으니까. (2000.11.11/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