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 세상은 지금과는 아주 달랐다. 색깔도 없고 음악도 없고, 심지어 새들도 입을 다물고 우두커니 앉아만 있었다. 그 무렵 이곳에는 마법사들이 살았는데, 그들은 삼 년마다 자기들이 새로 발명한 마법을 보여주는 대회를 열었다. 소년 빈센트도 마법사였지만 빈센트는 마법에는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또래의 마법사들이 물을 딱딱하게 만들기도 하고, 쥐를 코끼리처럼 커다랗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지만, 빈센트는 그냥 자연스러운 것들을 더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빈센트가 갈대 피리를 불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빛을 내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빈센트는 다른 마법사들 앞에서 보여주지만 소리가 그치면 색깔이 사라지자 다들 눈속임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망한 빈센트는 포기하려 했지만 다시 피리 부는 연습을 하고, 아주 멋진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한 소년 마법사가 부르는 아름다운 색깔의 노래.
기 획 의 도
\"\"가까이 있기에 더욱 소중해!\"\"
이 책은 색깔이 어떻게 이 세상에 생겨났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상상의 이야기다. 소년 마법사 빈센트는 갈대 피리를 통해 잿빛 세상이었던 곳에 색깔을 불러낸다. 하지만 피리 소리가 그치면 어김없이 색깔은 사라지고, 세상은 다시 잿빛으로 변해 버린다. 실망한 빈센트에게 소리의 아름다움에 반한 새들과 벌과 파리 그리고 귀뚜라미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들은 빈센트처럼 피리를 불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가 단조로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 소리들은 다양한 색깔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풀밭과 나무는 초록색으로, 하늘과 물은 파란색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결국 세상에는 색깔이 생겼지만, 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계속 피리를 불고, 새들이 지저귀어도 색깔은 없어지고 만다. 이 때 작은 새는 빈센트에게 이렇게 말한다.
\"\"색깔들도 쉬어야 하나 봐. 어쩌면 그것도 좋은 일이야. 그렇지 않으면 색깔에 익숙해져, 언젠가는 색깔의 고마움과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라고.
우리 주변에도 너무 가까이에 있어 그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많이 있다. 물건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자연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디터 콘제크의 잿빛(색깔이 없는 세상)과 컬러(색깔이 있는 세상)의 강렬한 터치로 빚어지는 대비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
디터 콘제크
1962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나 슈투트가르트 예술대학을 다녔다. 캐나다 중앙부에 살고 있는 크리 족 인디언들을 찾아 여러 번 캐나다에 머물렀다. 이야기꾼 테오 율레와 꿈의 새 등 많은 책의 그림을 그렸고, 색깔을 부르는 아이 는 1998년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12권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김경연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김경연 선생은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우리 나라 최초로 아동문학관련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동문학가이며 번역가인 선생은 다수의 아동도서를 번역하고 좋은 외국도서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역서로는 『행복한 청소부』 『바람이 멈출 때』 『애벌레의 모험』 『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 『여우를 위한 불꽃놀이』 『신나는 텐트 치기』 『스타가 되고 싶어!』 『생각을 모으는 사람』 『홍당무 리제와 독수리』『 아빠와 나만의 비밀 낚시 여행』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소년조선일보/책동산 이제 만화책 대신 그림책을 들어보자
『색깔을 부르는 아이』(8000원)은 색깔이 이 세상에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재미있게 엮었다. 소년 마법사 빈센트는 갈대 피리를 통해 잿빛 세상이었던 곳에 색깔을 불러낸다. 그러나 피리 소리가 그치면 색깔은 사라지고, 세상은 다시 잿빛으로 변한다. 피리 소리의 아름다움에 반한 새와 벌, 귀뚜라미가 빈센트를 찾아온다. 빈센트처럼 소리를 내어 보지만, 소리가 단조로워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풀밭과 나무는 초록색, 하늘과 물은 파란색으로 변한다. 우리 생활 주변에 있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하게 해본다. 디터 콘체크의 강렬한 색의 대비가 돋보인다.(2002.01.31/황윤억 기자)
소년동아일보/책마을
이 세상에 색깔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상상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동화. 소년 마법사 빈센트는 갈대 피리를 통해 잿빛 세상이었던 곳에 색깔을 불러낸다.(2002.01.19)
조선일보/책마을(어린이)
피리소리에 따라 여러 색으로 변하는 멋진 ‘마법세상’
사람이 사는 세상은 왜 좋은 것보다 좋지 않은 것이 더 많을까. 어째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을까. 신이 전능하다면 왜 모두가 일등을 하고, 모두가 풍요를 누리며, 그렇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지 않았을까. 그러나 생각해 보자. 세상이 모두 금으로 덮여 있다면? 인간은 한 줌의 흙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다.
아름다움, 숭고함, 사랑, 우정, 기쁨……. 우리가 항상 원하는 것들이지만 늘 부족해서 아쉬운 삶의 가치들.『색깔을 부르는 아이』는 깊은 은유를 담은 글과 환상적인 그림 속에 소중하고 아쉬운 우리 삶 속의 고운 색들을 그린다.
아주 오랜 옛날, 세상은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 색깔도 없고 음악도 없고, 새들의 지저귐도 없는 곳. 그 세상에 사는 마법사들은 3년에 한 번씩 모여 새로 발명한 마법을 서로에게 보여준다. 소년 마법사 빈센트는 그러나 다른 마법사들의 묘기가 시시하기만 하다. 빈센트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잿빛이듯 그의 마음 속도 온통 흑백TV 같을 뿐이다. 쥐를 코끼리처럼 크게 만들고, 흐르는 물을 돌처럼 딱딱하게 만드는 마술이 도대체 이 삭막한 세상에 무슨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어느 날 빈센트는 우연한 기회에 굉장한 것을 발견한다. 갈대를 꺾어 피리를 불어 보니 갈대 끝이 밝게 빛났다. 처음에 ‘소리’ 정도였던 연주는 그러나 곧 음악으로 바뀌고 빈센트가 피리를 불 때마다 세상은 여러 색으로 물든다. 아름다운 음악은 작은 새를 기쁘게 하고, 그 새의 지저귐은 꽃을 피워내는 멋진 마법을 부린다. 다른 새들이 노래를 배우고 새들의 합창은 너른 풀밭과 나무를 초록빛으로 물들인다. 하늘과 물은 파란색으로 변하고, 색은 세상 멀리까지 퍼져 나간다. 하지만 피리를 불고 새들이 지저귈 때 뿐, 음악이 멈추면 세상은 다시 잿빛으로 돌아간다.
빈센트가 만드는 소리와 그 소리가 만드는 형형색색의 빛들은, 소중하지만 애석하게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는, 삶 속의 그 무엇을 상징한다. 좋은 음악을 들을 때의 기쁨, 소중한 것을 얻었을 때의 충만함, 아이를 향한 아빠와 엄마의 사랑……. 그 모든 것이 이 밋밋한 세상을 바꾸는 작은 울림들이라면, 그 기쁜 ‘울림’이 담긴 마음을 어떤 추상명사로 표현할 수 있을까. 또 울림은 영원할 수 있을까.
피리소리가 잦아들고 잿빛 저녁이 찾아왔을 때 빈센트는 말한다. “색깔들도 쉬어야 하나 봐. 어쩌면 그것도 좋은 일이야. 그렇지 않으면 색깔에 익숙해져 언젠가는 색깔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라고.(2002.01.12/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