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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창고30-기측체의, 기 철학과 서양 과학의 행복한 만남 크게보기

철학창고30-기측체의, 기 철학과 서양 과학의 행복한 만남

저자

최한기

옮김

이종란 풀어씀

발행일

2012-02-15

면수

153*212

ISBN

220쪽

가격

9788974745714

가격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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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측체의》, 동양의 기 철학에 서양 과학을 접목시켜 독창적인 철학 체계를 세우다!
《기측체의》는 조선 후기 기(氣) 철학자이자 실학자인 최한기(1803~1877)가‘존재(만물의 근원)’와‘인식(존재에 대한 앎의 문제)’에 관해 저술한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최한기는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다루면서 기존의 동양 철학에 서양 과학을 접목시켜 그만의 독특한 철학 세계를 형성했다.
그렇다면 그는 동양 철학의 어떤 입장을 계승하고 서양 철학의 어떤 요소를 취했을까?
당시 조선 사회의 주류를 이루던 학문은 성리학이었고 성리학의 핵심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리(理)와 기(氣)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기론이었다. 쉽게 말해서 정신적인 윤리나 도덕 같은 것은 리, 물질적인 것은 기로 보는 이원론적 세계관이었다.
반면 최한기는 기존의 기(氣)론을 계승하여 기를 만물의 근원이라고 보는 한편 리에 대해서는 존재의 본질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리를 단지 인간 사유의 산물로써 관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최한기는 이 세상은 물질적인‘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주장했으며 기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였다 흩어졌다 할 뿐이며 인간과 사물은 기가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것으로 보았다. 결국 그가 바라본 기에 대한 관점은 오늘날 에너지에, 기의 존재 방식은 에너지 질량 보존 법칙에 대입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며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그가 서양 근대 철학의 인식론을 자신의 철학에 접목시켜 새로운 인식론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당시 성리학자들은 인간의 인식 능력, 즉 인간의 이성적 판단 능력인‘리’가 태어날 때부터 갖추어져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한기는 인간의 인식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출발해 추측이라는 인간의 사유 능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경험과 추측을 통해 형성된 사물의 이치가 참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증(증험)을 거쳐야 하며 그 단계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완성된 인식(진리)에 이른다고 보았다. 이는 인간의 인식 능력에 대한 성리학자들과는 다른 입장으로, 근대 서양의 경험주의 철학과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철학서지만 그 속에는 이 세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인식 방법이 녹아 있으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를 지닌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측체의》, 진보적 실학자의 열린 사고와 소통하는 삶의 태도가 이루어낸 결실! 
조선 후기 최한기가 살았던 시대는 제국주의가 동양으로 세력을 뻗어오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서양의 각종 문물이 쏟아져 들어 왔다. 그런데 당시 주류를 이루던 정통 성리학자들은“사악한 오랑캐를 물리치고 바른 예법을 수호한다.”라는 위정척사론을 내세우면서 성리학 이외의 다른 학문을 배척하고 서양 문물에 대해 패쇄적이고 배척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반면 실학자들은 서양 문물을 비롯해 실제 생활에 도움을 주는 문물을 받아들이자는 입장이었다. 물론 그 중에는 서학에서 종교까지 받아들이자는 입장과 과학만 받아들이자는 입장 또는 서학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보수파도 있었다. 그 가운데 최한기는 서양 과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람이었다.
최한기는 조선의 집권층이 쇄국 정책을 펴고 서양의 제국주의를 가볍게 여기는 것에 대해 “해양에 선박이 두루 다니고 서적이 서로 번역되어 본 것과 들은 것이 전달됨에 따라 좋은 법제나 우수한 가구의 쓰임이나 양호한 토산품 등이 참으로 우리보다 나으면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위해 마땅히 취해 써야 한다……최후의 승리와 패배는 풍속이나 예속에 있지 아니하니, 오직 실용에 힘쓰는 사람은 이기고, 빈껍데기뿐인 문물을 숭상하는 사람은 패한다……서양의 종교가 천하에 만연하는 것을 근심할 것이 아니라 서양의 실용적인 것을 다 취해 쓰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라고 비판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쓸모가 있다면 서양 학문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실학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그는 중국에 온 서양 선교사들이 썼거나 한문으로 번역한 서양의 여러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 가운데는 천문학, 의학, 기상학, 지리학, 물리학, 수학, 역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의 책들이 있었는데 그는 이런 과학과 수학 분야뿐만 아니라 철학 분야에서도 책을 읽고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받아들여 거기에서 얻은 과학적 이론과 철학적 지식을 자신의 독창적인 철학을 세우는 데 밑받침으로 삼았다.
따라서 이 책 《기측체의》는 최한기의 앎에 대한 열린 사고와 소통하는 삶의 태도가 이루어낸 결실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