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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유령이 내게로 왔어 크게보기

수호유령이 내게로 왔어

저자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옮김

김경연

발행일

2005-01-31

ISBN

240쪽

가격

89-7474-971-8 73850

가격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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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많고 용기 있는 사랑스런 수호유령과 겁 많고 욕심 많고 깜찍한 나스티의 진한 우정과 사랑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날씬하고 예쁘지만 겁 많은 열한 살짜리 소녀 나스티. 나스티는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다. 나스티에게는 뚱뚱하고 예쁘지는 않지만 겁 없는 티나라는 친구가 있다. 둘은 손가락 하나라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만큼 단짝친구이긴 하나 때론 몇 가지 일들로 다투고 삐치기 일쑤다. 그런 어느 날 무심히 티나의 약점을 건들인 나스티와 이에 맞대응한 티나와의 싸움으로 믿을 수 없는 사건은 시작되고, 그 사건은 나스티와 나스티 주변 사람들의 삶을 조금씩 변하게 만든다.


■ 수호천사를 갖고 싶어! 난 수호천사가 필요해!

나스티는 외모도 학교 성적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나스티에게도 약점이라면 약점이라 할 만한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다. 나스티는 애칭이고, 원래 이름은 ‘아나스타샤’다. 이건 평범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 느낄 수 없는 괴로움이라고 나스티는 늘 말한다. 또 다른 하나는 ‘겁’이 많다는 거다. 나스티는 보통 아이들보다도 심하게 겁이 많다. 특히 부모님이 안 계신 날에는 끔찍하기 짝이 없다. 그런 나스티가 우연히 친구인 티나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본 뒤로 수호천사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나스티 눈에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티나와 싸우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 준 것이다. 그래, 수호천사! 바로 나스티에게도 수호천사가 생긴 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니 많이 이상하다.


■ 나스티, 수호유령을 만나다

티나와의 싸움에서 나스티를 구해 준 것은 수호천사가 아니라 로자 리들이다! 나스티 앞에 모습을 드러낸 로자는 자신은 천사가 아니라 유령이라고(우리식으로 말하면 귀신이다) 고백한다. 그녀는 1938년 한 유대인을 도와 주려다 전차에 치여 죽게 되었단다. 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 결심했다고 한다. 세상에 부당한 일들을 보고 가만 있을 수 없었다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자신이 유령이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령이 된 것이 좋으냐고? 아냐, 정말 아냐! 그렇기는 하지만 괜찮은 면도 있어. 난 유럽 전체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노동자 유령이거든! 유럽을 떠도는 유령들은 모두 귀족 유령들뿐이란다. ……모두들 죄를 저지른 자들이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유령은 하나도 없어. ……내 말뜻은 그들이 생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자신들의 노동자와 농부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어떤 전쟁을 시작했고, 어떻게 사람들은 앞에서 또는 뒤에서 속이고 가진 것을 남김없이 빼앗았는지를 말하는 거야. 아무렴, 이 로자 리들은 절대 그런 자들과 함께 서지 않아……”(60쪽)

로자 리들을 만난 뒤부터 나스티는 이제 예전의 나스티가 아니다. 학교 수업도 집중이 안 되고, 친구 생일 파티도 별 흥미가 없다. 그러자 티나는 그런 나스티에게 서운해하고, 점점 멀어져 간다. 엄마는 나스티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고, 급기야 나스티가 거짓말을 했다고 믿는다. 아빠 또한 그런 엄마를 신경 쓰다 괜히 나스티에게 화풀이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나스티의 생활은 로자 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간다. 학교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도, 엄마 아빠 이야기도 심지어 독일어 작문 숙제까지도 로자 리들이 대신 해 준다.(물론 이 작문으로 나스티는 독일어 선생님과의 관계가 아주 안 좋아진다) 이제 나스티의 삶은 로자리들을 빼놓고선 생각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나스티에게 화풀이하는 나스티의 아빠-종교도 유령도 믿지 않는-앞에 나타나 그의 잘못된 세계관을 꼬집는 한 마디는 로자 리들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유령인지가 잘 보여 준다.

“난 누구의 세계관도 뒤집은 일 없어! 그렇고말고! 유령이 있는 걸 알아도 부자들은 여전히 부유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지! 그래, 자네가 나를 알게 되었다고 해서 비열한 것, 선한 것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라도 했나? 아니면 자네가 가능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것이 가능해졌다고, 다음 번 선거 때 다른 정당을 뽑을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자제는 분명 올바른 선택을 할 걸세!”(145쪽)


■ 로자 리들은 왜 수호천사가 아니라 수호유령일까?


티나와의 싸움에서 위험에 처해 있던 나스티를 구하면서 나스티 앞에 나타난 로자 리들! 비록 나스티가 바란 것은 티나의 목에 걸린 날개 달린 수호천사였지만, 로자 리들은 수호유령의 모습으로 나스티를 늘 옆에서 도와 주고 이끌어 준다. 그러면 왜 작가는 수호천사가 아닌 수호유령으로 만들었을까?
로자 리들은 억울하게 죽은 캐릭터다. 비록 자신의 잘못으로 전차에 치여 죽긴 했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을 다하지 못한 채 분노와 노여움을 안고 죽었다. 하지만 로자 리들은 그 순간을 이렇게 이야기하며 지금의 로자 리들, 바로 수호유령으로 거듭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니, 얘야? 나는 그 순간 전차에 치여 죽었단다. 분노와 노여움에 가득한 채로. 그렇지만 피쉴 씨를, 적어도 피쉴 씨가 한 사람만큼은, 도와 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기도 했지. 내가 당시에 그랬듯이 절실하게 뭔가 할 일이 있는 사람, 분노와 노여움에 차 있는 사람은 절대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 사람은 마음 편히 쉴 수가 없기 때문이지.”(66쪽)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은 한낱 다세대 주택 관리였던 로자 리들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나스티는 로자 리들을 만난 뒤로 다세대 주택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자 리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로자 리들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게 된다. 로자 리들은 비록 주택 관리인이었지만 늘 어려운 사람이나 억울한 사람들을 도와 줄 줄 아는 인정 많고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특히 나치들의 공격을 받고 있던 피쉴 씨를 구하려던 행동은 그녀가 얼마나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 편에서 고민하고 행동했는지 결정적으로 알 수 있다.
이처럼 어렵고 암울했던 한 시대를 지켜냈던 (과거의) 로자 리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민중의 힘을 보여 주고 있는 작가는 가까이 하기 힘든 수호천사보다는 분노하고 노여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할 줄 아는 인간적인 수호유령을 통해 (현재의) 나스티를 변화시키고 있다. 잘못은 꾸짖고, 고민은 함께 함으로써 점점 겁 많고, 부당한 일에도 무관심하고, 자기만 아는 욕심쟁이 나스티를 성장시킨다. 그리고 이런 나스티의 변화는 나스티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친구 티나에겐 진정한 우정을, 보쿠르카 부인에겐 잊혀진 기억을, 엄마 아빠에겐 아이를 믿는다는 게 무엇인지를 깨우쳐 준다.


■ 우리 모두의 수호유령!

1936년 빈에서 태어난 작가 뇌스틀링거 또한 어린 시절 세계 대전에 대한 참상과 나치의 잔학성을 보고 듣고 자랐을 것이다. 게다가 뇌스틀링거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많은 작품에는 사회적인 문제들이 녹아나 있는데 이런 어린 시절의 체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다.
뇌스틀링거의 장점은 누구보다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줄 줄 안다는 점이다. 심각한 문제지만, 감상적이지 않고 재미있게. 또한 아이들이 겪는,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늘 놓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도 친구들과의 문제, 시험과 성적, 학교 선생님들과의 갈등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나스티는 로자 리들을 통해 친구와의 우정을 확인하고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무엇보다도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다. 로자 리들은 나스티를 지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성장시키는 것이다.
뚱뚱하고 날지도 못하고, 게다가 평발이어서 사람 많은 곳엔 가지도 못하는 아줌마 유령 로자 리들. 하지만 완벽하지는 못해도 늘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수호유령 로자 리들. 어쩌면 수호유령 로자 리들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지도 모른다. 아니, 꼭 유령의 모습이 아닐지 모른다. 늘 우리 곁에서 사랑과 충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모두가 수호유령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