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느 날 작은 배에 올라탄 다섯 동물이 자신들이 탄 배가 가라앉자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됐는지 밝혀나가는 이야기다. 물론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우리는 누구 때문에 배가 가라앉았는지 알게 된다. 언뜻 보면 아주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반복되는 과정 속에는 재미와 정보가 함께 들어있다. “누구 때문일까?” “누구 때문일까?”라는 물음이 후렴구처럼 매 페이지에서 반복되어 나옴으로써 아이들 독자의 재미와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왜 암소도 아니고, 당나귀도 아니고, 돼지도, 염소도 아닌지를 설명하고 되물으며 생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숨겨진 정보는 바로 배를 뜨게 하는 부력, 즉 물에 뜨려는 힘이다. 물속에 있는 물체는 항상 부력을 받게 되는데, 물체의 무게와 부력을 비교했을 때, 부력이 크면 물체는 물위에 떠 있을 수 있고, 물체에 작용하는 부력이 물체의 무게와 같아지면 물체는 물속에서 떠 있게 된다. 그러나 물체의 무게가 부력보다 더 크면 그 물체는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들이 아무도 타지 않았을 때에 배는 물 위에 떠 있었고(부력〉물체의 무게), 네 마리 동물이 모두 탔을 때는 물속에 떠 있었다.(부력〓물체의 무게) 하지만 생쥐가 타는 순간 물체의 크기가 부력보다 커졌기 때문에 배가 가라앉은 것이다.
파멜라 엘렌의 <아르키메데스의 목욕>이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라면, <누구 때문일까?>는 그것의 실제적인 실험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호주에서는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나 장난감(예를 들어 블록)들을 가지고 직접 실험이나 놀이를 해 본다고 한다. 우리도 아이들과 함께 <누구 때문일까?>를 읽으며 누가 배를 가라앉게 했는지, 또 물에 뜨려는 힘인 부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파멜라 엘렌 글 ?그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엘렌은 1934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났다. 둘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어린이 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엘렌은 지금까지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아르키메데스의 목욕>은 엘렌의 첫 번째 어린이 책으로 1980년에 출간되었다. 엘렌은 <누구 때문일까?> <버티와 곰>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CBC 그림책 분야에서 1982년~1983년에 연속해서 상을 받기도 했다. 또 파멜라 엘렌은 <한밤중의 사자>로 뉴질랜드 도서관 협회에서 주는 러셀 클락 상의 일러스트레이션 부분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여러 상을 수상했다.
엄혜숙 옮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연세대에서 독문학과 국문학을 공부했고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 편집자로 여러 해 동안 일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기획 편집자, 번역자로 일하고 있으며 인하대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아르키메데스 목욕> <박물관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개구리와 두꺼비> 시리즈, <꼬마 곰> 시리즈 및 여러 권의 그림책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나의 즐거운 그림책 읽기> <보름간의 문학여행> <혼자 집을 보았어요> <누가 똑똑 창문을 두드리지?>, <두껍아 두껍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