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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한겨례, 문화일보 소개

제목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한겨례, 문화일보 소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5-06-04 11:52 조회수 1,675

엄마가 사라졌다 바다표범 가죽도 사라졌다

 

‘나’는 배운 적도 없는데 수영을 잘하고
엄마는 바다밑 놀라운 얘기를 들려준다
기묘한 그림 어우러진 가족의 비밀 찾기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풀빛·1만2000원

‘셀키’는 가죽을 벗으면 사람으로 변하는 바다표범이다. 그 가죽을 다시 입어야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 물고기의 울음소리 듣는 법, 파도가 치는 방향,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 셀키는 바다의 말을 알고 있다. 유럽 사람들에게 ‘셀키’는 바닷속 이야기보따리를 무한대로 끌어내는 존재다.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그림의 독일 작가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는 이 ‘셀키 전설’에 기대고 있다. “난 육지에서는 인간이지만, 바다에서는 바다표범이다.” 첫 장을 펼치기 전 제시되는 글귀가 하나의 단서다.

어린 소년인 ‘나’의 눈으로 관찰되는 가족 이야기는 그저 평화롭고 소소하다. ‘나’는 배운 적도 없는데, 수영을 잘한다. 아빠는 아주 먼 곳에 있는 고기떼를 쫓아 며칠씩 집을 비우고, 그럴 때면 엄마와 난 바다 이야기를 나눈다. 예쁜 돌멩이나 희귀한 조개껍질을 갖다 주면 엄마는 바다 밑 세계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다 궁궐을 지키는 커다란 두꺼비, 그곳에 사는 오징어 왕자, 9개의 눈이 달린 구눈박이 장어, 정어리 거인, 바닷가재 소녀….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 잠이 든 소년은 어느새 문어 이불을 덮고 있다. 작가가 ‘글밥’ 없이 7쪽에 걸쳐 펼쳐 보이는 이 기묘한 그림은 ‘마법’에 빨려들게 한다. 한국어판엔 특별히 그림책 뒷장에 파노라마 그림을 따로 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그림만 보고도 아이와 함께 아주 많은 이야기 샛길로 뻗어나갈 수 있겠다.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건, 아빠의 수상한 행동이다. 엄마가 잠든 새 창고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꾸러미를 들고 나온다. 방 하나씩 철저히 청소하는 엄마가 창고 청소를 할 차례. ‘비밀’스런 물건이 궁금했던 난 소파 안장 밑에서 찾아냈다. 그건 바로 바다표범 가죽! “엄마, 아빠가 바다표범이에요.” 엄마에게 들은 적이 있는 셀키가 바로 아빠라고 생각한다. 다음날 엄마는 사라졌다. 바다표범 가죽도 사라졌다. 아빠가 나를 오래오래 꼭 안아주는 그림만으로 상실의 슬픔이 진하게 느껴진다. 바다표범은 엄마인가 아빠인가? 그럼 나는? 엄마랑은 영원히 이별한 걸까?

멋진 신랑이 된 구렁이의 허물을 태워 이별하게 된 ‘구렁덩덩 신선비’나 아이 셋을 낳기 전에 선녀의 날개옷을 보여준 나무꾼의 방심에서 비롯된 인과응보는 없다. 대신 어쩔 수 없이 닥친 운명과 열린 결말이 슬픔을 잦아들게 한다. 7살부터 초등 저학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2015.05.28

 

 

 

 

 

 

 

가죽 잃어 엄마가 된 바다표범… 유럽판 ‘선녀와 나무꾼’

 

우리에게 ‘선녀와 나뭇꾼’이 있다면 유럽에는 ‘셀키(Selki)’ 전설이 있다. 바다를 떠나 육지에 올라오면 가죽을 벗어두고 사람으로 변신하는 신비스러운 바다표범이 바로 셀키다. 뭍에 올라온 여자 셀키는 벗어둔 가죽을 잃어버리면 그 가죽을 가져간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한다. 선녀와 나무꾼에서 엄마가 된 선녀는 양팔에 아이 둘을 껴안고 날개옷을 되찾아 하늘로 돌아갔다. 만약 엄마 셀키가 잃었던 가죽을 되찾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한 소년과 그 가족의 비밀을 다룬 환상적인 그림책이다. 소년의 아빠는 고기를 잡으러 먼바다로 떠나기 때문에 엄마와 소년은 종종 단둘이 있다. 어디서 배운 적 없이도 헤엄을 잘 치는 씩씩한 소년은 저녁이면 주워온 조개껍데기를 식탁에 꺼내놓고, 엄마는 그걸 보며 인어 아가씨, 바닷가재 소녀, 눈이 아홉 달린 장어, 오징어 왕자와 이 모든 것을 등에 싣고 다니는 거대한 고래까지 온갖 신비로운 바다 밑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다. 어부의 아내는 헤엄을 치면 안 된다는 약속이 있기 때문에 엄마는 한 번도 바다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다 밑 비밀을 낱낱이 알고 있는 것일까?

어느 날 소년은 어느 셀키가 벗어 놓은 가죽을 발견한다. 그는 가죽의 주인을 찾기 위해 엄마에게 이 가죽의 존재를 알리고, 그 말 한마디가 가슴 아픈 반전의 실마리가 되어 버린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가족의 비밀과 함께 이 환상적인 서사는 한 아이의 단단한 성장 서사로 마무리된다. 책을 읽는 여러분은 소년이 왜 그렇게 타고난 수영 선수였는지, 이따금 소년의 집 앞 바위 위에 갓 잡은 고등어 두 마리를 갖다 놓는 이가 누구일지 잘 헤아려보기 바란다.

하이델바흐는 본 적 없는 것의 이미지를 놀랍도록 선명하게 그려내는 화가이다. 그림 메르헨의 탁월한 화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이번 그림책에서 바다 밑 세계의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그려냈다. 한국어판에만 특별하게 들어있다는 8쪽 분량의 연결된 병풍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엄마가 들려주었던 사랑의 전설을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도 바다표범이 되어 푸른 바다로 첨벙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 마법 같은 그림책이다.

김지은<청소년·어린이문학평론가> 201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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